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호병탁 시인의 시와 콩짜개덩굴

김창집 2020. 1. 19. 23:19

  

* 시인의 말 호병탁

 

  시인이 말이 많아야 하는가. 시의 언어가 함축적인 거라면 이미 이 말 자체에 생략이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닌가. 열 마디해서 둘의 복합성을 얻는 것보다는 두 마디로 열의 복합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짧고 소박하고 조금 어눌하지만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실상 이런 시 쓰기 쉽지 않다. 과한 욕심이 될지 몰라도 한번 해보자.

    

 

 

물수제비

 

  얄팍한 돌멩이 하나 던졌다

  몇 번 담방담방 튀었다

  그러나 내가 돌아온 뒤로도

  수천만의 잔물결

  호수를 붙잡고

  달 쪼가리 부수며 울었다

 

  밤새도록

    

 

 

평화

 

 소나기 지나갔다

 개밥그릇에 고인 빗물

 그 속을 시침 뚝 떼고 흘러가는

 하얀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열심히 헤엄쳐가고 있는

 조그만 벌레 한 마리

 


햇볕 좋은 봄날

 

 진동개가 갑자기 왈왈 짖자

 때까우 넓은 날개 쫘악 펴고

 까우까우 때까우 소리치며 달려든다

 진동개 질겁하고 줄행랑 놓자

 때까우 그러려니 날개 접는다

 어느새 슬그머니 다가온 진동개

 둘이 봄 한나절 볕을 쬐고 있었다

 

 가끔 심심하면 저런다

    

 

 

이미숙 시인이 잔을 들고 나를 똑바로 보며

 

 미숙아라고 부르지는 마세요

    

 

 

연하장

 

 말을 기막히게 그리는 종수 성님

 신년인사로 손수 말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몇 자 적어 보냈다

 

 답이 왔다

 그림은 좋은데 그 아래

 웬 낙서여?

 

 

                        *동인시집포엠만경8(포엠만경, 2019)에서

    

 

 

-도립곶자왈공원에 백서향이 피었다고 해서 갔는데

  가다오다 하나씩 꽃잎을 벌리긴 했지만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진 못했다.


  한 열흘쯤 기다려야겠다.

 

  그래, 겨울이어서 더욱 푸르게 보이는

  콩짜개덩굴에 눈이 자주 갔다.

 

  비교적 적게 붙은 걸로 골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