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튤립마저 외면한 코로나19

김창집 2020. 4. 28. 14:19

바야흐로 꽃들의 수난시대다.

화훼시장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

꽃의 여왕이랄 수 있는 튤립이

코로나 여파로 시세 0원을 기록하자

내년을 위해서 꽃  4억 송이를

따서 폐기처분 한다는 소식이다.

 

예년에는 3월부터 5월까지

여성의 날, 부활절, 어머니날이 끼어 있어

1일 평균 3000만달러(약 366억원),

총 76억 달러의 꽃이 이 시기에 팔렸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열리는 꽃 축제들

특히 쿠켄호프 꽃 축제 주최 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개장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21일부터  5월 10일까지

축제를 취소하고 공원을 폐쇄했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평생 소원이던 튤립 축제를

2017년 4월 21일 수요일에

이번에 행사가 취소된 곳인

쿠켄호프 꽃 공원에서 즐겼던 기억이 있다.

 

몇 가지 색과 왕관 모양의 꽃만 머리에 담고 갔다가,

그 다양성과 수량에 놀랐었다.

 

17세기에 클루시우스가 심은 튤립과

시볼트가 가져온 수국 등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아름답고 다양하게 개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가을이면 전국 구근 재배 농가의 화훼업자들이

자존심을 걸고 자신이 자랑하는 구근을 가져다 심어놓는데,

봄에는 튤립과 수선화, 무스카리 등

700만 송이가 앞 다투어 꽃을 피우는 공원이다.

 

3월 20일부터 5월 17일까지 개장하는 이곳은

다양한 나무가 심어졌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모양과 색을 가진 꽃을 사이에 심어놓아

새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4월이 아프다 - (宵火)고은영

 

암울한 봄의 풍경에

꽃들은 지독한 황달을 끓어 안고 낑낑대고

젊은 청년들은 시대에 부흥하지 못하여

날마다 퇴락의 층계를 피곤하게 오르기도 한다

연분홍 연녹색 진노랑 에나멜처럼

선명한 색상으로 사랑을 흠모하던 꽃다운 소녀들은

통제된 표면에서 수없는 음표를 찍어내며

사랑의 정통에 스미지 못하고

유리구슬처럼 미끄럼을 타기도 하는 시방은

어느 진공의 원안에 갇혀 초경을 상실한

오오, 말세 주의가 판을 치는 중이다

키르기스의 튤립 혁명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고

개혁 실패와 부패가 낳은 소요는 과도 정부 탄생으로 일단락됐는데

질적 고통이 지닌 피 맛의 가치나 진정한 자유를 흠모하는

군중 들의 외침은 접어두더라도 그저 단순하게 읊조리는

키르기스 튤립 혁명의 어감은 곱기도 하다

올 봄은 춥디추운 안부들이 달팽이관에 빼곡하다

염불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애 곡 간장 태우는 수많은 넋들이 영문도 모른 채

지구에서 발을 빼고 이름없는 별로 여행을 떠났고

살이 있다는 게 저주처럼 느껴지는 현세에

그 흔한 안부 한 마디 없이 훌쩍 떠나버린

뜨거운 사랑들을 이제 어디 가서 찾아야 하나

연타로 출렁이던 슬픔은 도미노로 쓰러지고

항변 한번 없는 먹빛 묵언으로 지는 꽃잎들

이 화려한 참상의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잔인한 사월에 말세의 참변이 들었나

처참하다

 

♧ 튤립의 애원 - 槿岩 유응교

 

왕관과 검과 금괴를 선물한

씩씩하고 늠름한 세 기사의

추파를 뿌리치고 떠나온 사랑이

이리도 서러워서

그대들이 준 붉은 왕관을 쓰고

검을 들고 서서

금괴를 뿌리로 하였나니

그대여

내 사랑 이제라도 다시 받아주오.

 

그러나 오로지 한 사람만

택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가혹한 시험입니다.

제 앞에서 피나는 결투를

하신다 해도

차마 저는 볼 수가 없습니다.

영예도 용기도 부귀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오직 저 하나만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그대의 붉은 마음 하나만

제게 보여 주세요.

그러면 저는 그대의 품에 안기어

아름다운 미소로 답하겠어요.

 

♧ 비바체 - 이향아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서

나팔소리 구슬픈 흑인 가수 루이 암스트롱을 생각한다

암스테르담과 암스트롱,

암스트롱과 암스테르담

소리는 비슷해도 얽힐 까닭이 없는데

 

암스테르담 튤립 밭 물길은 넉넉하고

풍차는 천천히 제 길을 도는지,

암스트롱 폐활량은 아직 무탈한지,

우연히 짝이 된 암스테르담 그리고 암스트롱

 

뚱뚱한 여자가 시중을 드는 이코노믹 창가에서

승무원시험 낙방에 지친 수경이를 생각한다

혼기를 놓쳤지만 단정한 얼굴

 

정신없이 쏟아 붓는 이 나라의 음악처럼

수경이는 비바체,

암스테르담 비바체, 암스트롱 비바체

열정적으로 화려하게 아름답구나,

비바체를 향하여 몰려드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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