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백수 정완영 선생의 제주시조

김창집 2020. 6. 27. 17:33

 

격정激情 육백 리, 달래도 설레는 섬아

남해 쪽빛 다 마시고 초록도 울먹이는데

제 마음 이기지 못해 나도 너를 찾아 왔네.

 

간만干滿의 차

 

서울에서 바라볼 때는 이 제주가 섬이더니

정작 제주에 서니 서울이 또한 절도絶島로고

생각도 차고 이우는 이 간만干滿의 사이사이.

 

유자柚子

 

세월이 바다에 와서 돛배처럼 떠 있는 섬

그 섬이 바다가 되어 마을들은 또 떠있고

바람 끝 되살아나는 등불만한 유자 하나.

 

바람

 

서귀포 귤 밭에서 술래 잡던 맑은 바람

모슬포 돌아온 길엔 장다리꽃 흩어놓고

님 오실 바다를 향해 시시덕여 갑니다.

 

한라산

 

해발 일천구백 미터, 한라漢拏는 탐라耽羅 제일 경

상춘常春을 거역하여 홀로인 채 눈을 쓰고

창파도 눌러 앉았네, 다스리고 앉았네.

 

한라의 달

 

절도엔 어둠도 감청紺靑, 향수도 물이 든다

한 가락 젓대를 불어 일만一萬 파도 다 눕히면

한라漢拏도 구름을 열고 달을 띄워 이더라.

 

탐라 개벽

 

새벽닭 울음소리가 꽃물처럼 터져 나면

귀 밝은 동백꽃이 바다 길을 먼저 연다

청청靑靑한 파도를 밀며 나투시는 탐라耽羅 .

 

꽃과 물의 한 세상

 

유채꽃이 바다에 들면 바닷물도 꽃밭 되고

바닷물이 꽃밭에 오르면 유채 밭도 바다일세

이 저승 따로 없어라, 꽃과 물이 한 세상.

 

제주 랑데부

 

제주는 포물선 밖인가 눈썹 위에 걸린 섬인가

밀물엔 부대끼다가 썰물에는 여위다가

한 물결 감돌아들 때면 내 노래의 꿈이다가.

 

거길 가면 사랑이 있고, 꼭두서니 이별 있고

유채꽃 동백꽃 혼령과 덧칠하는 비바람과

내 눈물 흥건히 고이는 수평선이 걸려 있다네.

 

 

                                         *정드리문학 제2손말(다층, 2020)

                            백수 정완영 선생 탄생 100주년 기획 제주사랑, 제주시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