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꽃 사랑 외 6편
바라는 게 있어서 외로움이 있다네
바라는 게 있어서 그리움이 생긴다네
애증은 구름이 되어 소나기로 씻기지
외롭지 않다네 그립지가 않다네
꿈으로 살린 얼굴이 바람 밖에 있다네
기대지 않는 사랑이 자존으로 피는 꽃
♧ 그 날개
내 사원寺院보다 네 뜰에 목련이 있다
그, 날개 내 살에 있어 퇴화되지 않는다
부름에 말 없는 응답이 가지마다 앉았다
♧ 애모
가을의 능선이 된 구절초 들국화도
머리칼 휘날린다 되돌릴 수 없는 사랑
기억에 불려 와서는 흔들린다 않는다
인연은 끝없는 날 그립다 하지 말 것
감꽃 소문 떨어지고 감은 달려 익어갔다
구름은 강을 떠났지만 강은 구름을 품었다
♧ 주산지
생각이 너에게 닿자 슬픔이 시작되었다
걸어 들어간 깊이에 붙들린 사랑도
안개 속 윤곽이 있다 그것이 슬프다
두고 가는 행복 하나, 물음으로 가는가 오래 저수되면 안개가 서릴 거야 보내면 저수지가 될 거야 수채화가 될 거야
사랑을 버리면 평화가 온단다
눈물로 씻으면 씻긴단다 건너 편 들꽃도
자기가 그렇다고 고인 거울에다 묻는가
♧ 물속 달
어스름
물가에 왔네
죄는 씻겨 가고 있었네
돌멩이 사이 물소리
가난이 몸 씻고 있었네
남아서
머물다 갔네
빈자리가 환하네
♧ 우기雨期
물방울 풀빛에서 불면을 씻고 있다
어둠의 벽을 타고 흐르는 비가 좋아
머리칼 젖은 목덜미 여린 잎을 생각해
♧ 그림자 뒷모습
달빛이 강물 속 그림자를 밤새 씻는다
햇볕에 다친 삶이 치유되고 있는 거다
용서는 상처의 뒷모습, 햇볕 속에 짧아진다
날이 새면 중심에서 뿌리의 어둠으로 그림자 뒷모습은 떠나면서 생겨난다 햇볕에 움직이는 아픔 뒷모습에 남아서
현실은 억압의 시간 무의식의 지층이 되는 그렇게 따라오는 그림자가 되면서 때로는 눈에 밟히는 내 것 아닌 현실이다
따라 가는 소멸이며 끌려가는 무거움에
상실의 그늘에 누운 그리움의 욕망이여
찔레꽃 씻기는 물로 강가에서 남는다
* 권도중 시집『그대 거리가 색으로 살아있다』(책만드는집, 202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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