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인수 시조 '삼다도' 외 2편

김창집 2021. 6. 15. 13:21

삼다도

 

1.

 

바람은

돌을 품고 입술 깨무는 비바리의

치마폭에서 울고,

 

돌멩이 바람 맞으며

비바릴 지키는데,

 

비바린 바람 마시며

돌처럼 버텨 산다.

 

2. 바람

 

바람이 파도 끝에

파아란

기어올라

 

소라 속

뒤틀린 세상

비비 틀어 올리다가,

 

얽어맨

노오란 띠 지붕 감돌아

밀감 잎에 스민다.

 

3. 돌멩이

 

포구로 돌아와 보면

고향은 언제나 타향인데,

 

반기는

어정쩡한 표정들 있어

아아. 굽어보면,

 

맨발로 짓무르던 유년

피어나던

미소들.

 

4. 비바리

 

정일랑 돌 틈에 묻고

돌아서면 시퍼런

작살.

 

쌍돛대

하늘을 박차

태양을 밀어붙이며,

 

망사리 두툼한 무게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

 

성산포 사모곡(思母曲)

 

사랑이 날 낳으시듯

부챗살 편 아침 놀.

 

아픔의 빛깔이란

애초부터 눈부신 것.

 

일출봉

허리에 슬리는 숱한

어둠의

포말들…….

 

수평선이 높아만 보이는

우뭇개 동산에 서서

 

아침마다 목쉰 소리로

손짓해 불렀다.

 

날마다 수마밑에 나가

개헤엄을 배웠다.

 

조약돌 쥐어뜯던

고사리 손 마디는 굳어,

 

아들딸 아내 데리고

이 물가에 다시 서니,

 

소복한 고운 모습 돌아올

빈 주낙배

.

 

오일장

 

오메기술* 한 사발로

목이나 축입시다.

 

지나는 이 아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

불쑥불쑥 다가온다.

 

볼수록 정겨워라

왕왕작작 할망 장터**,

 

서투른 장사 솜씨

에누리도 어설픈데,

 

그래도 돈살 곱데사니***

한 소쿠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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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기술 : 차좁쌀을 쪄 만든 떡으로 빚은 제주 고유의 술.

**왕왕작작 할망장터 : 왁자지껄하는 할머니 장터의 제주적 표현.

***곱데산이 : ‘마늘의 제주어.

 

                             * 정인수 시조집 섬과 섬 사이(현대시조 10052/10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