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다도
1. 서
바람은
돌을 품고 입술 깨무는 비바리의
치마폭에서 울고,
돌멩이 바람 맞으며
비바릴 지키는데,
비바린 바람 마시며
돌처럼 버텨 산다.
2. 바람
바람이 파도 끝에
파아란
불
켜
기어올라
소라 속
뒤틀린 세상
비비 틀어 올리다가,
얽어맨
노오란 띠 지붕 감돌아
밀감 잎에 스민다.
3. 돌멩이
포구로 돌아와 보면
고향은 언제나 타향인데,
반기는
어정쩡한 표정들 있어
아아. 굽어보면,
맨발로 짓무르던 유년
피어나던
미소들….
4. 비바리
정일랑 돌 틈에 묻고
돌아서면 시퍼런
작살.
쌍돛대
하늘을 박차
태양을 밀어붙이며,
망사리 두툼한 무게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
♧ 성산포 사모곡(思母曲)
사랑이 날 낳으시듯
부챗살 편 아침 놀.
아픔의 빛깔이란
애초부터 눈부신 것.
일출봉
허리에 슬리는 숱한
어둠의
포말들…….
수평선이 높아만 보이는
우뭇개 동산에 서서
아침마다 목쉰 소리로
손짓해 불렀다.
날마다 수마밑에 나가
개헤엄을 배웠다.
조약돌 쥐어뜯던
고사리 손 마디는 굳어,
아들딸 아내 데리고
이 물가에 다시 서니,
소복한 고운 모습 돌아올
빈 주낙배
한
척….
♧ 오일장
오메기술* 한 사발로
목이나 축입시다.
지나는 이 아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
불쑥불쑥 다가온다.
볼수록 정겨워라
왕왕작작 할망 장터**,
서투른 장사 솜씨
에누리도 어설픈데,
그래도 돈살 곱데사니***
한 소쿠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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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기술 : 차좁쌀을 쪄 만든 떡으로 빚은 제주 고유의 술.
**왕왕작작 할망장터 : 왁자지껄하는 할머니 장터의 제주적 표현.
***곱데산이 : ‘마늘’의 제주어.
* 정인수 시조집 『섬과 섬 사이』(현대시조 100인選 52/10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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