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의 시(5)

김창집 2021. 9. 18. 00:48

인디언 기도문 - 노란 종달새(수우족)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내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예민하게 하소서.

 

당신이 내 부족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나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나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사라질때

내 영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어느 9세기 왕의 충고 - 코막

 

너무 똑똑 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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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막 : 9세기 아일랜드의 왕, 아일랜드 옛 시집에서.

 

동물 - 월트 휘트먼

 

나는 모습을 바꾸어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 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꿇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1855)

 

성장한 아들에게 - 미상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 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한 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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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앨리스 그레이 제공.

 

지식을 넘어서 - 패트 패트라이티스

 

우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우리의 마음을

지식들로

믿음들로

자료들로

또 세상의 이야기들로 채우려고.

 

그렇게 우린 인간의 생각들이 되어 버리고

그 대신 우리 자신을 잃어버린다.

어떻게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목적을 생각하는 분주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 존재를

온갖 경험들로 위장한다.

 

평화는

고요함 속에 머무는 것.

그 평화의 자리에서

보다 깊이 아는 것이

무한한 조화와

열린 사랑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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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 패트라이티스 : 암브로시아 제공

 

 

                     * 류시화 엮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열림원, 2007)에서

                                               * 사진 : 베트남 농촌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