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잡아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아직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듯이
큰소리치던 인간들은 여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모든 게 정체된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습니다.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때를 만나
이전투구를 하며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 골몰하고,
옆에서 떼거지로 대적하며, 제대로 된 계획서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지도 않고
상대의 의견이라면 모두 짓뭉개
자신이 가장 적격자임을 자처하면서
용빼는 재주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낼 듯이 선전합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이야 죽이 되든 말든
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조용히 되새겨보며,
이웃을 보살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쓸쓸한 한가위 – 소산 문재학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횡포
혹독한 지구촌을 강타로
몸살을 앓은 지도
어느새 삼년세월이네.
자영업자의 비명소리도
빼앗긴 일상생활의 행복도
마음의 상처로 깊어만 간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성한 가을빛으로 맞이하는
민족의 대 명절
팔월 한가위
만남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해
안타까워라.
그 언제
제약(制約)의 굴레에서 벗어나
만월(滿月)에 잠긴 그리운 고향향기를
다함께 웃음꽃으로 누려볼까.
♧ 한가위 - 송정숙
자연 흐름은 거침이 없어
하늘은 미치게 푸르고
선선한 바람 나오라 해도
보고 싶은 친구들 만날 수 없고
울퉁불퉁 고향길이 정겨운
추석인데도 자제하라는
이상한 시대가 되었으니
가족은 모이지도 못하고
하늘에 두리둥실 보름달
혀를 끌끌 거리지만
명절이니 가족이 화목하고
밝고 맑은 기운 모두 가득하길
♧ 한가위 풍경 - (宵火)고은영
플라타너스 나무는 살아 있는 내내
몇천 번의 수피를 벗을까
나이만큼 벗어내는 걸까
높아진 담청색 하늘에 구름 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만월의 밤이면 소곤거림에
점점 무르익어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임을 아는 자연의 소리
고통을 지나온 걸음은
비로소 행복에 근접하는 것이다
거기 말할 수 없는 진실로 엎딘 풍경도
마지막 고단한 열매를 달고 고열로 헉헉거리다
한가위 보름달에 그리움을 풀어내며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종을 울릴 것이다
♧ 또 한 번의 가을 - 박인걸
한가위 들녘에는
못다 핀 꽃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쑥부쟁이 용담초 산국 꽃 향유 투구꽃
찬바람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음을
예리한 촉으로 알아차려서다.
그래선지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아래 유난히 애잔하다.
이제 곧 나뭇잎마저 붉은 꽃이 되면
지나치게 익어가는 나는
작년 보다 더 여윈 뺨에 서럽고
시월 찬 서리 무참히 짓밟을 때면
그 곱던 흰 국화마저 스러지면 어쩌나
아!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늦게 핀 꽃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지랑이 붉은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리라는 나의 꿈은
바람에 가물거리는 등잔불이 되겠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오늘은 더더욱 서글프다.
♧ 한가위 - 한문석
둥근달을 바라볼 수 없으니
짖어대는 삽사리도 없다
당신의 심장이
내 가슴 한 쪽에서 뛰놀고
피를 나눈 동기간들
끝내 하나 될 수없는 아픔이다
강강술래며 옛 이야기
돌아나는 상모 춤도 없으니
물레 잣던 여인네
바쁜 그 손길마저 한가하다
잘 가거라 나 떠나고
사립문 빈가지에 당신의 숨결은
가을 물같이 차구나
우리가 더 이상 얻을 게 무어람
어둠 속 날아드는 새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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