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추석을

김창집 2021. 9. 21. 00:29

넉넉잡아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

아직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듯이

큰소리치던 인간들은 여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모든 게 정체된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습니다.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이, 때를 만나

이전투구를 하며 상대방의 흠집 내기에 골몰하고,

옆에서 떼거지로 대적하며, 제대로 된 계획서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지도 않고

상대의 의견이라면 모두 짓뭉개

자신이 가장 적격자임을 자처하면서

용빼는 재주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낼 듯이 선전합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이야 죽이 되든 말든

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

조용히 되새겨보며,

이웃을 보살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쓸쓸한 한가위 소산 문재학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횡포

혹독한 지구촌을 강타로

몸살을 앓은 지도

어느새 삼년세월이네.

 

자영업자의 비명소리도

빼앗긴 일상생활의 행복도

마음의 상처로 깊어만 간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성한 가을빛으로 맞이하는

민족의 대 명절

팔월 한가위

 

만남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해

안타까워라.

 

그 언제

제약(制約)의 굴레에서 벗어나

만월(滿月)에 잠긴 그리운 고향향기를

다함께 웃음꽃으로 누려볼까.

 

한가위 - 송정숙

 

자연 흐름은 거침이 없어

하늘은 미치게 푸르고

선선한 바람 나오라 해도

보고 싶은 친구들 만날 수 없고

 

울퉁불퉁 고향길이 정겨운

추석인데도 자제하라는

이상한 시대가 되었으니

가족은 모이지도 못하고

 

하늘에 두리둥실 보름달

혀를 끌끌 거리지만

명절이니 가족이 화목하고

밝고 맑은 기운 모두 가득하길

 

한가위 풍경 - (宵火)고은영

 

플라타너스 나무는 살아 있는 내내

몇천 번의 수피를 벗을까

나이만큼 벗어내는 걸까

높아진 담청색 하늘에 구름 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만월의 밤이면 소곤거림에

점점 무르익어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임을 아는 자연의 소리

고통을 지나온 걸음은

비로소 행복에 근접하는 것이다

 

거기 말할 수 없는 진실로 엎딘 풍경도

마지막 고단한 열매를 달고 고열로 헉헉거리다

한가위 보름달에 그리움을 풀어내며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종을 울릴 것이다

 

또 한 번의 가을 - 박인걸

 

한가위 들녘에는

못다 핀 꽃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쑥부쟁이 용담초 산국 꽃 향유 투구꽃

찬바람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음을

예리한 촉으로 알아차려서다.

그래선지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아래 유난히 애잔하다.

이제 곧 나뭇잎마저 붉은 꽃이 되면

지나치게 익어가는 나는

작년 보다 더 여윈 뺨에 서럽고

시월 찬 서리 무참히 짓밟을 때면

그 곱던 흰 국화마저 스러지면 어쩌나

!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이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늦게 핀 꽃들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지랑이 붉은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리라는 나의 꿈은

바람에 가물거리는 등잔불이 되겠지.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오늘은 더더욱 서글프다.

 

한가위 - 한문석

 

둥근달을 바라볼 수 없으니

짖어대는 삽사리도 없다

당신의 심장이

내 가슴 한 쪽에서 뛰놀고

피를 나눈 동기간들

끝내 하나 될 수없는 아픔이다

강강술래며 옛 이야기

돌아나는 상모 춤도 없으니

물레 잣던 여인네

바쁜 그 손길마저 한가하다

잘 가거라 나 떠나고

사립문 빈가지에 당신의 숨결은

가을 물같이 차구나

우리가 더 이상 얻을 게 무어람

어둠 속 날아드는 새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