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평화 - 제임스 R. 맨첨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를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만났다.
그는 커다란 야자나무 아래서
20억 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해변 너머의 세계를 그는 본 적이 없고
따라서 말세에 대해 고민한 적도 없다.
음식과 물은 풍부하지 않았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날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야 했고
섬 건너편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매일 아침 그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날이 저물 때면 그는 일에 대한 만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의 중얼거림
새들의 노랫소리와 멀리서 이따금 들려오는 천둥소리
그것이 그에게는 음악이었다.
그에게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없었다.
최고의 화가가 그의 섬 주위에 매순간 만들어 놓는 걸작품 외에는.
날마다 보는 일출과 일몰이 최고의 그림이었으며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그는 하늘과 별과 달을 관조했다.
그것을 통해 그는 자신의 주인인 신과 대화했으며
자신이 살아 있는 것에 감사드렸다.
세금을 낼 필요도 없고
보험회사나 노후 연금에 대해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유언을 남기거나 유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다만 마음의 평화를 지닌
행복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은행에는 수백만의 인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왜냐하면 어떤 국제적인 기업이나 경매 회사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돈 받고 팔지는 않으니까.
♧ 내가 배가 고플 때 - 작자미상(뉴욕 맨하탄의 흑인거지)
내가 배가 고플 때
당신은 인도주의 단체를 만들어
내 배고픔에 대해 토론해 주었소.
정말 고맙소.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
당신은 조용히 교회 안으로 들어가
내 석방을 위해 기도해 주었소.
정말 잘한 일이오.
내가 몸에 걸칠 옷 하나 없을 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내 외모에 대해 도덕적인 논쟁을 벌였소.
그래서 내 옷차림이 달라진 게 뭐요?
내가 병들었을 때
당신은 무릎을 끊고 않아 신에게
당신과 당신 가족이 건강을 기원했소.
하지만 난 당신이 필요했소.
내가 집이 없을 때
당신은 사랑으로 가득한 신의 집에 머물라고
내게 충고를 했소.
난 당신이 날 당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 주길 원했소.
내가 외로웠을 때
당신은 날 위해 기도하려고
내 곁을 떠났소.
왜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소?
당신은 매우 경건하고
신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 같소.
하지만 난 아직도 배가 고프고,
외롭고,
춥고,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소.
당신은 그걸 알고 있소?
♧ 당신에게 달린 일 - 작자 미상, 틱낫한 제공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다.
한 줄기 햇살이 방을 비출 수 있다.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다.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을을 보여 줄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일이다.
♧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 엘렌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일은 모두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잠시 - 잉게 솔
잠시 시대의 어지러움으로부터
그대의 눈과 귀를 돌려라.
그대의 마음이 스스로 정화되기 전엔
이 시대의 어지러움은 그대의 힘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것.
이 세상에서 그대가 할 일은
영원을 지키며 기다리고 응시하는 것
그대는 이미 이 세상사에
묶여 있고 또 풀려나 있으니.
그대를 부르는 때가 오리니
그대 마음을 준비하고
꺼져가는 불길 속
마지막 불꽃을 위해
그대를 던지리라.
*류시화 엮음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열림원, 2007)중에서
*사진 : 가우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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