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부렁이 - 洪海里
아무렇게나 쓴 시 나부랭이
아무렇게라도 읽을 이 있겠는가
호평과 혹평
받침 하나 차이지만
이것저것 징거맨 걸
시랍시고 당당히 얼굴 내비치는데
소금엣밥 먹듯 할 수도 없고
나 원 참!
깔축없는 시 한 편
“세상에, 세상에나!” 하면서
읽고 싶어라!
♧ 산눈시山眼詩․13 – 김영호
오늘도 산을 오르네
일심으로 산을 오르면
산은 일심으로 내려오네
오르는 일은 내려가는 일임을
산이 가르쳐 주네
일심으로 산을 오르면
사람이 산이 되고
산이 사람이 되네
마침내 산 정상을 오르니
산은 산이 되고
사람은 사람이 되네.
♧ 참나리꽃 – 정옥임
사방 들창 열고
에헴에헴 헛기침
꽃 술
담뱃대 물고
에헴에헴 헛기침
마땅한 일 못마땅한 일
알고도 모르는 척
에헴에헴 헛기침
아침 시찰
하늘나리, 중나리, 말나리
곧은 줄기에 나비 사쁜 나리님
주황 바탕에 검은 별점
화려한 갓 쓴 나리님께
“나리 존함은?”
“참나리라 하오”
♧ 꽃 무덤 – 이규홍
산에서 모시는 한식 차례
제주 펼쳐 놓은 상 위로
산벚나무 꽃잎들
하르르하르르
떨어져 눕는다
어떻게 알았을까
꽃잎 앉은 자리가
그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생의 마지막 순간
제 몸 다 비워주고
꽃처럼 춤을 추듯
웃으며 누울 수 있다면
누구든지 이 세상 넘어
화엄에 이르지 않겠는가
잠시 무엄한 생각으로
벚꽃잎 쌓여 있는
꽃무덤을 바라다본다
♧ 자장가 – 도경희
깊은 산골 산허리
어머니 무덤 지키는 산 당귀
하얀 꽃 너머로
별똥별 떨어지는가
하프의 낮은음 줄에 실려
문간방을 열고
내 두 귀를 만져주는 감미로운 선율
귓속을 화하니 돌아
아롱아롱 아지랑이 꿈길을 만지고 있다
멀구슬나무 푸른 잎들 모두 귀가 되어
어두운 들창 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네
조는 듯 느른해진 문풍지를 울리는 모태어
모질게도 어렵고 지친 하루를 수평으로 눕혀
지평선 무수히 열며 날아가고 있다
예던 길 잊은 듯이 길게 늘인 탯줄이
눈감고 길어 올리는
별이 총총한 그리움의 행간을
노래 부르고 있다
* 월간 『우리詩』2022년 7월호(통권409호)에서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희정 시집 '목련꽃 편지'의 시조(4) (0) | 2022.07.06 |
---|---|
계간 '산림문학' 2022년 여름호의 시(2) (0) | 2022.07.05 |
이윤승, 시집 '사랑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발간 (0) | 2022.07.02 |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발간 (0) | 2022.07.01 |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2) (0) | 2022.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