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우리詩' 7월호의 시와 참나리꽃

김창집 2022. 7. 3. 00:24

 

너부렁이 - 洪海里

 

아무렇게나 쓴 시 나부랭이

아무렇게라도 읽을 이 있겠는가

 

호평과 혹평

받침 하나 차이지만

 

이것저것 징거맨 걸

시랍시고 당당히 얼굴 내비치는데

소금엣밥 먹듯 할 수도 없고

 

나 원 참!

 

깔축없는 시 한 편

세상에, 세상에나!” 하면서

읽고 싶어라!

 

 

 

산눈시山眼詩13 김영호

 

오늘도 산을 오르네

 

일심으로 산을 오르면

산은 일심으로 내려오네

 

오르는 일은 내려가는 일임을

산이 가르쳐 주네

 

일심으로 산을 오르면

사람이 산이 되고

산이 사람이 되네

 

마침내 산 정상을 오르니

산은 산이 되고

사람은 사람이 되네.

 

 

 

참나리꽃 정옥임

 

사방 들창 열고

에헴에헴 헛기침

 

꽃 술

담뱃대 물고

에헴에헴 헛기침

 

마땅한 일 못마땅한 일

알고도 모르는 척

에헴에헴 헛기침

 

아침 시찰

하늘나리, 중나리, 말나리

곧은 줄기에 나비 사쁜 나리님

 

주황 바탕에 검은 별점

화려한 갓 쓴 나리님께

 

나리 존함은?”

참나리라 하오

 

 

 

꽃 무덤 이규홍

 

산에서 모시는 한식 차례

제주 펼쳐 놓은 상 위로

산벚나무 꽃잎들

하르르하르르

떨어져 눕는다

어떻게 알았을까

꽃잎 앉은 자리가

그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생의 마지막 순간

제 몸 다 비워주고

꽃처럼 춤을 추듯

웃으며 누울 수 있다면

누구든지 이 세상 넘어

화엄에 이르지 않겠는가

잠시 무엄한 생각으로

벚꽃잎 쌓여 있는

꽃무덤을 바라다본다

 

 

 

자장가 도경희

 

깊은 산골 산허리

어머니 무덤 지키는 산 당귀

하얀 꽃 너머로

별똥별 떨어지는가

 

하프의 낮은음 줄에 실려

문간방을 열고

내 두 귀를 만져주는 감미로운 선율

귓속을 화하니 돌아

아롱아롱 아지랑이 꿈길을 만지고 있다

 

멀구슬나무 푸른 잎들 모두 귀가 되어

어두운 들창 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네

조는 듯 느른해진 문풍지를 울리는 모태어

모질게도 어렵고 지친 하루를 수평으로 눕혀

지평선 무수히 열며 날아가고 있다

 

예던 길 잊은 듯이 길게 늘인 탯줄이

눈감고 길어 올리는

별이 총총한 그리움의 행간을

노래 부르고 있다

 

 

                             * 월간 우리20227월호(통권40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