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그래, 좋을 때다.
찔레꽃 환히 켜 놓고
귀 먹먹 우는
섬아
2022년 망아피 꿩동산에서
오승철
♧ 백비
비야 비야 봄비야 4월 들녘 봄비야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
말몰레기 봄비야
꿩 울음 그만 뱉어라.
돌아눕는
백비야
♧ 정철 은잔
아무렴, 가락이야 장진주사쯤 뽑아야지
잔술 몇 번 홀짝홀짝
쩨쩨하게 그게 뭔가
대장간 어느 근육에 잔이야 넓히면 되고
임금에게 받았다는 그 잔 보러 청주엘 왔다
얼마나 두들겼으면 사발만큼 커졌을까
밤이면 가장자리에
북두칠성 둘렸으리
4월에 눈 내려도
핑계라면 핑계일 터
저 오름 분화구마저 빈 잔이지 않은가
오늘은 어떠하신가
달 띄우고 오게나
♧ 떡버들 벙그는 날
산자락 뻗어 내린
마을 하나
섬 하나
꿩소리 숨비소리 한나절을 치대는지
쌍계암 목불마저도
잠시 한 눈 파는
4월
♧ 애월
-『장한철 표해록』에 들다
납읍천 도치돌에 꿈이라도 벼렸을까
1770년 12월 25일, 못 가둔 그 꿈 하나
기어이 조천바다에 돛배 한 척 띄운다
믿을 걸 믿어야지 뱃길을 믿으라고?
소안도도 유구열도도 들락들락 들락퀴면
몇 명 또 바다에 묻고 만가 없이 가는 눈발
파도가 싣고 왔지, 청산도에 왜 왔겠나
꿈속에서 물 한 모금 건네던 무녀의 딸
하룻밤 동백 한송이 피워놓고 돌아선다
그리움도 장원급제도 수평선 너머의 일
나도 야성의 바다, 그 꿈 포기 못했는데
단애를 퉁퉁 치면서 애월에 달이 뜬다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황금알, 202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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