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발간

김창집 2022. 7. 1. 00:14

 

시인의 말

 

그래, 좋을 때다.

 

찔레꽃 환히 켜 놓고

 

귀 먹먹 우는

 

섬아

 

 

2022년 망아피 꿩동산에서

오승철

 

 

 

백비

 

비야 비야 봄비야 4월 들녘 봄비야

 

꼼짝꼼짝 고사리 꼼짝

말몰레기 봄비야

 

꿩 울음 그만 뱉어라.

돌아눕는

백비야

 

 

 

정철 은잔

 

아무렴, 가락이야 장진주사쯤 뽑아야지

잔술 몇 번 홀짝홀짝

쩨쩨하게 그게 뭔가

대장간 어느 근육에 잔이야 넓히면 되고

 

임금에게 받았다는 그 잔 보러 청주엘 왔다

얼마나 두들겼으면 사발만큼 커졌을까

밤이면 가장자리에

북두칠성 둘렸으리

 

4월에 눈 내려도

핑계라면 핑계일 터

저 오름 분화구마저 빈 잔이지 않은가

오늘은 어떠하신가

달 띄우고 오게나

 

 

 

떡버들 벙그는 날

 

산자락 뻗어 내린

 

마을 하나

 

섬 하나

 

꿩소리 숨비소리 한나절을 치대는지

 

쌍계암 목불마저도

 

잠시 한 눈 파는

 

4

 

 

 

애월

    -장한철 표해록에 들다

 

납읍천 도치돌에 꿈이라도 벼렸을까

17701225, 못 가둔 그 꿈 하나

기어이 조천바다에 돛배 한 척 띄운다

 

믿을 걸 믿어야지 뱃길을 믿으라고?

소안도도 유구열도도 들락들락 들락퀴면

몇 명 또 바다에 묻고 만가 없이 가는 눈발

 

파도가 싣고 왔지, 청산도에 왜 왔겠나

꿈속에서 물 한 모금 건네던 무녀의 딸

하룻밤 동백 한송이 피워놓고 돌아선다

 

그리움도 장원급제도 수평선 너머의 일

나도 야성의 바다, 그 꿈 포기 못했는데

단애를 퉁퉁 치면서 애월에 달이 뜬다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황금알,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