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5)

김창집 2022. 7. 22. 01:29

 

외달도 - 이숙경

 

때때로 틈이 날 때 곁이 되어 주는 섬

바람과 파랑에 밀려온 배 떠나보낸 뒤

느긋이 뒤돌아서서 달동 바다 거닌다

 

물때 오래 기다려 길을 여는 별섬처럼

내어 주고 바랄 것 결코 없는 외사랑

포도시* 털어놓으면 파도가 다독인다

 

외로운 건 섬 아닌 지독한 사람의 일

놀구름 내려앉아 함께 물드는 저물녘

노을에 타고 있는 난 맨 나중의 섬이다

 

---

*포도시 : ‘겨우라는 뜻으로 전라도 방언.

 

                 -대구시조(2021)

 

 

 

만선 - 이태순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벽에 갇힌, 고독함

불평등의 뒤편에도 문틈 사이 빛이 들 때

뒤척인 잠 털어내며 청년이 가고 있다

 

청춘이 팔 벌리면 바다가 다 안겼다

유채꽃 만개한 봄 사랑을 생각했다

사방이 막히지 않은 성산포에 해가 뜬다

 

푸른 피가 들끓는 청춘이 출렁인다

만선의 꿈을 꾸며 돛단배를 풀었다

어기차 돛을 올려라 항해가 시작이다

 

   -『서정과 현실(221, 하반기호)

 

 

 

골목 - 류미아

    -몽타주

 

그 집이 또 나갔다

정확히는, 망해나갔다

일 년에도 몇 번을 새 간판 거는 자리

화로

이름값 못하고 불씨가 또 꺼졌다

 

건너편 볏짚구이 그 옆 마녀닭발집

매운 눈 끔뻑이며 아직 버텨내는데

바람 찬 모퉁이 집만 불씨를 꺼뜨렸다

 

쓸쓸쓸,

혀를 차던 활어네는 모처럼

물 만난 고기마냥 한 상 손님을 맞고

편의점 어린 알바는 게임 삼매경이다

 

날은 쉬 저물고

사월도

기우는데

 

왠지 아직 오지 않은

새봄이 곧 온다는 듯

 

뽑기집 신바람 난 비트,

온 대문 두들기는데

    -『정음시조』 (2021 제3호) 

 

 

 

지평선 - 최재남

 

떠안은 기도 무거워 주저앉은 하늘과

 

오르려 발버둥 쳐도 어림없던 땅이 만나

 

달동네 골목에 보낼 달 한 덩이 낳는다

 

               -시와 소금(2021년 봄호)

 

 

                                     * 정드리문학 제10바람의 씨앗(2022)에서

                                                   * 사진 : 시원한 바다 속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