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5)

김창집 2022. 8. 3. 07:35

*흰배롱나무

 

ᄀᆞᆮ걸랑 들어보라 안창흡

     -해녀 1

 

ᄒᆞᆫ 질 두 질

짚은 바당

물숨 욕심

저싱질이여

 

숨 보멍

와랑와랑

물 바깟디

나오민

 

호오이

숨비질소리

범섬도

호오이

 

우리 어멍

살아실 적

 

ᄀᆞᆮ곡 ᄀᆞᆮ곡

ᄒᆞ던 말 싯주

 

느네랑

물질 말앙

대처 나강

살아얀다 이

 

하간 거

ᄆᆞᆫᄆᆞᆫ 배우멍

사름ᄀᆞ치

살아사주

 

 

 

산국 - 이명숙

 

시커먼 말풍선에 얼붙은 상강이다

 

다정도 돌아선 날 혀에 피는 소름꽃

비대면 이리도 매워 눈물처럼 투명한

 

타다만 촛불 같은 미련에 싹이 난 듯 순수와 순진 사이

느닷없이 찾아와

노랗게 웃는 얼굴로 안아주던 한 사람

 

좋은 세상 버리고 심장을 닫은 지금

어느 언저리에서 수줍은 꽃 피울까

 

잊힐 듯 잊히지 않아 내 안 가득 피는 꽃

 

 

 

만두를 빚으며 - 김양희

 

만두의 최선은

입술 꽉 다무는 것

 

바늘구멍도 구멍

치사량의 무관심

 

뜨거운 물고문에 져

허위 자백하지 마

 

 

 

지진, 그 놀라운 이름 - 오창래

 

한 세상 살다 보니 삼다도에 웬 지진이

세탁기 탈수하듯 한순간의 흔들림에

코로나 그것보다 더 공포로 몰아넣던

 

서귀포 인근 해상이라 나는 감지 못 했을까

티브이 뉴스 보고 미풍 한 번 날렸지만

어쩌리, 큰 피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다가

 

앞으로 여진일랑 발생치 말았으면

환상의 섬 제주에서 우 째 다 이런 일로

체면을 꾸겨 넣는지 파도가 다 일그러진다

 

 

 

어떤 보폭 - 고해자

     -피쉬본

 

고기가시 같아 보여 피쉬본부른 걸까

볼수록 앙징스레 허리춤에 산 하나 씩

번갈아 경쟁하듯이 초록 계단 내밀지

 

지칠 줄 모르는 저 오르막 길 탐사군단

오른쪽 탑은 6, 왼쪽 탑은 7층 두어

누구도 뛸 당번 선수 알아채고 말겠네

 

터 잡은 부엌 창가 비좁아질 그날까지

릴레이 보폭 속도 승승장구 응원할게

조금도 지치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꾸나

 

 

                        * 정드리문학 제10바람의 씨앗(황금알, 2022)에서

                                                 *사진 : 흰배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