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ᄀᆞᆮ걸랑 들어보라 – 안창흡
-해녀 1
ᄒᆞᆫ 질 두 질
짚은 바당
물숨 욕심
저싱질이여
숨 보멍
와랑와랑
물 바깟디
나오민
호오이
숨비질소리
범섬도
호오이
우리 어멍
살아실 적
ᄀᆞᆮ곡 ᄀᆞᆮ곡
ᄒᆞ던 말 싯주
느네랑
물질 말앙
대처 나강
살아얀다 이
하간 거
ᄆᆞᆫᄆᆞᆫ 배우멍
사름ᄀᆞ치
살아사주
♧ 산국 - 이명숙
시커먼 말풍선에 얼붙은 상강이다
다정도 돌아선 날 혀에 피는 소름꽃
비대면 이리도 매워 눈물처럼 투명한
타다만 촛불 같은 미련에 싹이 난 듯 순수와 순진 사이
느닷없이 찾아와
노랗게 웃는 얼굴로 안아주던 한 사람
좋은 세상 버리고 심장을 닫은 지금
어느 언저리에서 수줍은 꽃 피울까
잊힐 듯 잊히지 않아 내 안 가득 피는 꽃
♧ 만두를 빚으며 - 김양희
만두의 최선은
입술 꽉 다무는 것
바늘구멍도 구멍
치사량의 무관심
뜨거운 물고문에 져
허위 자백하지 마
♧ 지진, 그 놀라운 이름 - 오창래
한 세상 살다 보니 삼다도에 웬 지진이
세탁기 탈수하듯 한순간의 흔들림에
코로나 그것보다 더 공포로 몰아넣던
서귀포 인근 해상이라 나는 감지 못 했을까
티브이 뉴스 보고 미풍 한 번 날렸지만
어쩌리, 큰 피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다가
앞으로 여진일랑 발생치 말았으면
환상의 섬 제주에서 우 째 다 이런 일로
체면을 꾸겨 넣는지 파도가 다 일그러진다
♧ 어떤 보폭 - 고해자
-피쉬본
고기가시 같아 보여 ‘피쉬본’ 부른 걸까
볼수록 앙징스레 허리춤에 산 하나 씩
번갈아 경쟁하듯이 초록 계단 내밀지
지칠 줄 모르는 저 오르막 길 탐사군단
오른쪽 탑은 6층, 왼쪽 탑은 7층 두어
누구도 뛸 당번 선수 알아채고 말겠네
터 잡은 부엌 창가 비좁아질 그날까지
릴레이 보폭 속도 승승장구 응원할게
조금도 지치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꾸나
*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 (황금알, 2022)에서
*사진 : 흰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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