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고산리 수월봉 엉알길(1)

김창집 2022. 11. 22. 01:16

*올레 12코스이기도 한 엉알길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

 

  제주섬은 2010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적으로 지질학적, 생태적,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정책적으로 보호 관리되는 공원을 말한다. 인증된 공원에 대해서는 이를 보호할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교육적 목적이나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세계지질공원의 대표적 명소로 9곳을 처음 지정했다. 이곳 수월봉을 비롯 산방산용머리해안’,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서귀포 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성산일출봉’, ‘만장굴’, ‘한라산이다. 이후 비양도’, ‘우도’, ‘선흘곶자왈(동백동산)’, ‘교래 삼다수마을이 추가 되어 13곳이 되었다.

 

  ‘수월봉 트레일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시기에 맞춰, 코스를 개발하고 정비해 길을 여는 행사를 가졌다. 이 트레일은 수월봉 엉알길’, ‘당산봉 트레일’, ‘차귀도 트레일3코스다. 그 중 수월봉 엉알길은 차귀도 선착장 부근에서 출발하여 수월봉 입구에 이르는 엉알길, 수월봉 정상, 검은모래 해변에서 해녀의 집까지 약 4.2km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용암과 주상절리

용암과 주상절리

 

  올레 12코스의 일부에도 포함되는 이곳은 풍화작용에 의해 오름이 깎이어 절벽을 이룬 곳이다. 절벽 아래로 길이 나 있어 차귀도를 조망하고, 절벽의 지층을 관찰하며, 길섶을 장식한 식생의 조화를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엉알길++의 합성어이다. ‘은 제주어 엉장의 준말로 주로 바닷가 절벽 밑에 돌들이 안으로 파여 굴처럼 되어 거친 곳을 뜻한다.

 

  화산재가 나오기 전 단계, 화산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굳어져 이루어 놓은 바위와 주상절리는 중문대포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용암이 흘러 주상절리가 되는 과정과 이후 풍화작용에 의해 오늘날의 해안 풍경을 이룬 모습은 이곳에서도 잘 관찰할 수 있다. 주상절리는 액체 상태인 뜨거운 용암이 굳으면서 부피가 줄어져 형성되는 특이한 형태다.

 

*삼백초

 

다양한 식물상

 

  엉알길은 돌출된 지형이나 길섶에서 다양한 식물상을 관찰할 수 있다. 억새와 갈대를 비교할 수도 있고, 철 따라 피는 아름다운 꽃을 관찰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는 바닷가라는 점 외에도 축축하게 젖어있는 습지에 세찬 비바람이 합쳐져 복잡한 생태를 낳은 것이다.

 

  이곳만이 아니라 해안의 바위틈을 파고들어 듬직하게 자라는 바닷가의 파수꾼은 갯강활이다. 이는 제주도와 거문도에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마디를 이루는 굵은 줄기는 1m까지 자란다. 봄에는 암대극이나 염주괴불주머니, 갯무 등의 꽃이 두드러지고, 가을이면 산국이 제철이지만 사이사이 피어나는 들꽃은 그 가짓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을 들자면 삼백초(三白草)가 있다. 삼백초는 제주도의 저지대 습지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주변의 하천에 자생지가 있어 이곳까지 퍼진 듯하다. 꽃이 필 때 헛꽃처럼 위쪽 잎 23장이 하얗게 변해 삼백초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이는데,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 57종에 포함된다. 요즘 약용으로 재배하는 곳이 있어, 한방에서 부종, 황달, 임질, 발열 및 염증을 치료하는데 널리 쓰인다.

 

*일제강점기 갱도진지

 

일제강점기 갱도진지

 

  194529, 일본의 방위총사령관이 각 방면군 사령관에게 일본본토 결전 작전준비 명령을 내리는데, 그 암호명이 결호(決號) 작전이고, 그 중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작전이 7호 작전이다. 이에 따라 미군이 상륙했을 때를 대비해서 주민들까지 동원해 진지와 갱도를 구축했다.

 

  ‘58군 배비개견도 제주도’(1945. 8)는 이때의 진지유형과 위치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지도다. 거기에 나타난 것을 보면 위장진지’, ‘전진거점진지’, ‘주저항진지’, ‘복곽진지4가지 유형의 진지가 있다. ‘위장진지는 적의 폭격을 교란할 목적으로, ‘전진거점진지는 전방에서 주저항진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해, ‘주저항진지는 끝까지 방어할 목적으로, ‘복곽진지는 주저항진지가 함락되었을 때, 재편하여 최후의 저항거점으로 삼자는 시설이었다.

 

  제주도내 368개의 오름에는 대략 120곳에 갱도진지 같은 군사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이곳 수월봉 해안은 미군이 제주도 서쪽 끝 고산지역으로 진입할 경우를 대비해서 갱도에서 바다로 직접 발진하여 전함을 공격하는 일본군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이 보관되어 있던 곳이라 한다.

 

*녹고의 눈물

 

누이를 부르는 녹고의 눈물

 

  갱도진지를 갓 넘어선 곳에 누이를 목 놓아 부르는 동생의 눈물이라는 안내판을 세우고, 거기다 애달픈 전설을 적어놓았다. 절벽의 약초를 캐려고 했다면 저기 정자가 세워진 정상의 절벽쯤은 되어야 할 터이나, 그 눈물이랄 수 있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데가 이곳에 있으니까.

 

  그 전설의 뒤쪽에는 친절하게도 그러나 녹고의 눈물은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것이다.’라고 바로 폭로해 버린다. 그런 현상을 이해 못하던 옛 사람들은 그 궁금증을 전설로 만들어 해소시켰을 터인데.

 

  ‘옛날 가까운 마을에 애틋한 오누이가 살았더란다.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어머니의 병환에 애가 타는데, 백 가지 약초를 구해 달여 먹여야 낫는다는 스님이 말을 들었단다. 그 약들 중 아흔아홉 가지는 어렵사리 구했는데, 마지막 한 가지 오가피를 따러 절벽에 오르던 누이 수월이가 그만 떨어져 죽었단다. 이에 남동생 녹고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말았단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이라 했단다.’ <계속>

     *이 글은 뉴제주일보에 연재했던 필자의 글입니다.

 

'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수리 당산봉 트레일(1)  (0) 2022.12.01
고산리 수월봉 엉알길(2)  (1) 2022.11.26
쫄븐 갑마장길(3)  (1) 2022.11.17
쫄븐 갑마장길(2)  (0) 2022.11.10
쫄븐 갑마장길(1)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