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용수리 당산봉 트레일(1)

김창집 2022. 12. 1. 00:26

*고산리유적지에서 본 당산봉

 

당산봉 트레일

 

  ‘트레일[trail]’이란 외래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승지 따위의 산속에 난 작은 길이나 오솔길로 풀이되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대상을 마구잡이로 살피기보다는 코스를 정하여 차근차근 효과적으로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만든 길일 터이다.

 

  수월봉 지질 트레일은 속칭 자구내의 차귀도선착장을 축으로 수월봉, 당산봉, 차귀도 세 코스를 연결해 놓았다. 그러다 보니, ‘당산봉 트레일은 올레길 12코스를 통하여 고갯길을 오르게 된다. 그러면 고갯길에서 오른쪽으로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고, 오름 능선을 걸어 북쪽 급수탱크가 있는 곳에서 내려, 왼쪽으로 들어가다가 평택임씨 묘역에서 알오름 옆으로 난 길을 돌아 다시 올레길 12코스와 만나고, 오름 외륜(外輪)생이기정능선을 돌아오는 4.2km 코스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펜션과 카페 사이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다른 곳으로 오르는 것보다는 구간이 짧아 부담이 적다. 계단과 매트가 깔린 길을 걷다가 힘들면 잠시 뒤로 돌아 차귀도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힘을 얻는다. 이곳의 식생은 오름 전체 능선에 자라는 수종들의 분포와 비슷하다. 천선과나무, 아왜나무, 예덕나무, 보리밥나무, 느릅나무 같은 것들이 주종이다.

 

*당산봉 오르다 뒤돌아본 차귀도

 

당산봉의 유래

 

  그렇게 걷기를 10여분, 벌써 능선이다. 이곳은 오른쪽 주봉과 왼쪽 외륜(外輪)이 만나는 곳이어서 고개처럼 제일 낮은 지대다. 올레길 12코스는 외륜을 거쳐 용수포구로 난 길로 바로 내렸다가 왼쪽으로 오르고, 당산봉 코스는 오른쪽이다. 그곳에 세워놓은 당산봉의 유래라는 안내판에는 넓은 고산평야, 보석 같은 바다와 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당산봉은 물과 마그마의 폭발적 반응에 의해 형성된 수성화산체라 소개하고 있다.

 

  ‘세종실록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등 옛 기록에는 遮歸岳(차귀악)’, 중간 남사록대동지지등에는 堂山(당산)’이 같이 쓰이다가, 이후 탐라지도제주삼읍총지도등에는 그냥 堂山(당산)’, ‘제주삼읍전도제주군읍지에서부터 唐山峰(당산봉)’이 보인다.

 

  오창명(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 1998)은 이 오름에 차귀당이 들어서면서부터 당산악으로 불렀는데, 그런 이유로 몇 가지 기록에 나오는 ()’()으로 고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산봉은 표고 148m, 둘레 4674m의 복합형 화산체로 분화구 내부에 새로운 화구구(火口丘)가 있는 이중식 화산체이다.

 

* 당산봉 쉼터의 거북바위

 

당산봉의 지질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좀 가파르지만 시작점은 풀밭이어서 조금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전체가 사유지인지 오르는 부분만 사유지인지는 모르지만 사유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불법 채취나 야영 등을 금지하라고 했으니, 당연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임해야겠다. 거기서 양쪽으로 길이 나 있지만 거북바위 가기 전에 다시 만난다.

 

  정상 못 미쳐(고갯길에서 250m 거리) 널빤지로 계단과 전망대를 세웠다. 이곳에서는 사방을 널리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드넓은 고산평야와 수월봉, 차귀도와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저녁이면 노을이 아름다워 얼마 전까지 노을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차귀도 너머로 떨어지는 해가 바다를 물들이고 섬들과 잘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 아래쪽은 거북 같은 바위가 넙죽 엎드려 있다. 거기서부터 정상 주변에는 바닷속에 있다가 화산 분출시에 올라온 퇴적암 덩어리들이 하나둘 놓여 있다.

 

  안내판에는 당산봉은 한라산과 용암대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인 약 45만 년 전에 뜨거운 마그마가 지하수나 바닷물을 만나 강력하게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성화산체라 하고는 수성화산 분출에 의해 화산체의 외벽이 먼저 형성된 이후 화산활동이 계속되면서 분화구내부에 분석구(噴石丘, 알오름)가 이루어진다. 알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북쪽 용수 방향으로 흐르면서 말발굽 형태의 전체 모습이 이루어졌다.’고 썼다. 이렇게 화산재로 구성된 화산체의 내부에 분석구가 존재하는 독특한 오름에는 송악산과 우도의 쇠머리오름, 두산봉 등이 있다.

 

*당산봉 정상에서 본 고산리

 

오름의 역사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고산 마을이 눈앞에 넓게 펼쳐진다. 한경면 고산리는 1만여년 전인 신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살아온, 알려지기로는 제주에서 가장 유서 깊은 마을이다. 제주의 최서단에 위치한 관계로 조선시대에는 차귀진성(遮歸鎭城)이라는 군사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형상 목사의 탐라순력도차귀점부(遮歸點簿)’를 보면 17021113일 군관인 사과(司果) 홍우성을 보내, 차귀진 조방장 김국준(金國俊) 이하 방군, 기병, 보병 등 모두 20명의 훈련 상태와 군기를 점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그림에는 차귀진을 포함한 주변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히 나와 있는데, 동문과 서문이 있는 성안에는 객사(客舍)와 병고(兵庫)가 그려져 있고, 성 남쪽으로 우자장 목장과 모동) 삼나무 밭에 나무가 빽빽하다. 오른쪽에는 고산(高山)이 그려지고 아래로 조그만 코지(), 그 아래로 지금의 자구내인 사귀포(蛇歸浦), 당산악, 차귀진 소속의 당산봉수(堂山烽燧), 그 밑으로 미포(尾浦)와 우두연대(牛頭煙臺)가 나와 있다.

 

  고산리 옛 이름은 자귓벵뒤또는 신두모등으로 부르다가, 19세기 후반에 당산리’, 그리고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고산리로 정착되었다. 평야지대는 밭으로 경작하고 집은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여러 지명으로 불리어지다가, 지금의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고산리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계속>

 

 

*당산봉 정상부로 가는 길

 

* 이 글은 뉴제주일보에 연재 중인 필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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