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경업 시집 '하늘로 흐르는 강'의 시(8)

김창집 2022. 11. 25. 01:51

 

자화상

 

다행스럽게, 주위에 등불은 없었습니다

 

별빛을 접속신호로 착각하고, 지금도

막막한 어둠 속을 날아가고 있는 부나비 한 마리

 

 

 

손금

 

 

타고난 사주팔자

어차피 운명이라 여기지만

 

차마 그 길을 따르기란

머물 곳을 찾지 못하는 그믐밤만 같습니다

 

왼 손바닥, 손금으로 꼭 쥐어진

라는 글씨 한 자

 

 

 

레드와인

 

 

자신을 고스란히 으깨지 않고서는, 결코

다른 이의 영혼을

뜨겁고 붉게 물들일 수 없는,

 

시는 포도주입니다.

 

 

 

 

 

누가 이렇게도 다정한

소식 보내옵니까

 

받아 쥐고 돌아서면

금방 눈물이 되는,

 

 

 

왼쪽에서

 

 

내 심장이

왼쪽에서 펄떡이는 것은

 

뜨겁게 안았을 때, 비어 있을

당신의 오른쪽 가슴을 위해서입니다.

 

 

 

*권경업 시집  하늘로 흐르는 강(작가마을, 200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