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계간 '산림문학' 2022년 겨울호의 시(2)

김창집 2022. 12. 30. 00:03

 

 

[산림문학 신인상]

 

이팝나무 이창호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오고

온 산이 연록으로 물들어 가는데도

녹지도 않는 화려한 눈꽃을

눈이 시리게 뽐내고 있는가

 

어머니께 흰 쌀밥을 내어 드리고

꽃밥을 그릇에 담은 지극한 효심에

가슴이 메어온다

 

별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지고나면

너는 또 열매를 맺어

겨우내 새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이어라

 

 

 

동백꽃의 붉은 눈물 엄선미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봄밤

빗속을 홀로 거닌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열꽃을

빗속으로 꾹꾹 밀어 넣으며

통증을 달래본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너는

회색빛 겨울을 빨갛게 물들이며

후끈후끈 불을 지폈지만

절정의 순간, 예고도 없이

목을 꺾어버렸다

 

봄의 향연을 눈앞에 두고

후드득, 후드득

낭자한 선혈을 뿌리며

산화하는 찰나의 꽃

 

나무에서의 생을 다하고

땅 위의 짧은 생이 이어지지만

너를 향한 마지막 집착으로

갈 곳 잃은 발자국만

붉은 허공에 머문다

 

 

 

울진 삼척 간 김황지

 

 

울진 삼척 간 동해안 산불

백두대간을 화마가 쓸고 갔다

 

다음 날 비가 내린다

그슬린 나무 아픈 숲을

적시는 비

 

연기 자욱한 산에 올라

불탄 자리 살펴보는 진화대원

 

할머니 손수 지은 삼베 수의

팔십 년 살아온 집터 흔적도 없다

아흐레 밤낮을 미쳐 날뛰었다

 

불에 탄 검은 나무

길길이 뛰는 시뻘건 불길

널브러져 있는 숯덩이 앞에서

건너편 소광리*

온몸으로 불길 막아

오백 년 적송을 지켜냈다

송이버섯 영지버섯 각종 임산물

나물 뜯고 약초 캐고 열매 따고

날마다 산과 이야기 하던 산지기

흠뻑 비를 맞는다

 

맞춤한 비가 뜨거운 산을 적신다

 

숲은 언제 일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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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리 : 금강송 군락지.

 

 

                    *계간 산림문학(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 간, 202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