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애월문학' 2022년 제13호의 시(5)

김창집 2023. 1. 3. 00:43

 

 

수국 - 강상돈

 

 

머리를 말아 올린 이웃집 소녀 같은

 

수국이 피어 있다, 남국사 돌담길에

 

비단결 고운 빛깔로 몸치장하고 있는

 

 

 

 

숲의 문장 김윤숙

 

 

수려한 문체로 빛을 내는 자작나무 숲

 

발바닥 뜨겁게 재촉하던 연유 있네

 

바람길 돌려세우며 얼비치는 봄볕마저

 

천 개의 눈빛들이 되비치는 거울엔

 

상처도 무늬 되어 서로에게 묻는 안부

 

또 한 겹 그 길을 찾아, 우거진 퇴고 흔적

 

 

 

 

성소를 훔쳐보다 - 문순자

 

 

노랑턱멧새인가

곤줄박이 녀석인가

가끔은 농약도 치는 감귤나무 가지에

손녀딸 밥사발만 한 새집 하나 생겼다

 

몇 번의 날갯짓이 둥지를 완성했을까

이끼와 지푸라기 솜털로 차린 신방

저들의 성소를 엿보는

내 몸이 저릿하다

 

삐이삐 찌르찌르

밥 한술도 못 줬는데

그럼에도 탈 없이 부화를 끝냈는지

올여름 가마솥더위 달구는 저 새소리

 

 

 

 

8월 마지막 날 장승심

 

 

입추 처서 약속한 듯

서로 만나 기약했나

 

길고 긴 여름 끝자락

감나무잎 사

 

지구가

잠시 조는 사이

바꿔치기 하는 바람

 

 

 

 

, 엿보다 - 장영춘

 

 

바람처럼 왔다가

사나흘 살더라도

 

피우리라,

꽃 피우리라

물관부로 실어 나르던

 

저것 봐

바람꽃 한 송이

얼린 손 내미는 거

 

어제 놓아버린

핏줄 마른 다짐들이

 

또다시

꽃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고

 

게으른 발자국 털며

출렁이며 오는 봄

 

 

 

 

보길도 서시 김영란

 

 

  떨어져 더 꽃다운

  동백이 한창이네요

 

  바람 멎자 떠나려는 마음 먼저 떠나서 세상 밖 동백꽃 그 오솔길 흙 향기 외롭고 고단한 어깨 어루만져 주네요 세상이 날 버리면 나도 세상 버려야지 속마음 훌훌 털며 주저앉고 말았네요

 

  구름이 기다린 듯이

  능선을 덮네요

 

 

                                 *애월문학회 간 涯月文學2022 1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