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섬이라면 - 고성기
우리가 섬이라면
그리워만 할 것인가
너와 나
섬이라면
바라보기만 할 것인가
난 오늘
징검다리 시
하나씩
쓰고 있다
이 시가
파도를 타고
파도가 시가 되어
쌓이고 또 쌓으면
어느 날 다리가 될까
부르다
하루가 지면
울컥 토하는
핏빛
놀
♧ 칠월의 금능바다 – 김미옥
칠월은
성게가 익어가는 계절
손끝마다 검은 포도알이
알알이 박혀
검게 물들어버린 가심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파 올린 뭉치 알을
한 올 한 올 건져 올리다 보면
어멍 가심 속이
붉은 물이 새카맣게 들엇주
방파제에 나왕 앉앙
금능바다를 보고 이시민
해녀로 평생 살아온
어멍 생각에
모음이 먹먹허곡
가심이 ᄊᆞ르륵허여
♧ 바다가 부르는 노래 – 김순덕
물 봉봉 물에 들면
해녀 엄마 고운 얼굴에
깜짝 별이 내리고
소라 문어 청각 미역
오늘은 전복 따는 날
망사리 가득 별을 딸 거야
숨 참듯
별을 따듯
파도소리 숨비소리
바다가 부르던 노래
물 봉봉 물에 들면
해녀 엄마 생각난다
♧ 이상의 집 - 김양희
서촌을 찾아갔다 그가 기다릴 듯해
자리를 잠시 비운다는 쪽지 한 줄
이 친구 어딜 가셨나 서가 등 밝혀두고
제비 다방에서 미스꼬시 옥상으로
잠시 비운 자리 아주 비운 자리
존재와 부재 사이에 잠시라는 유리창
♧ 오늘의 결심 - 김진숙
모두가 시인이라서 시인이 따로 없다는
인디언의 문장처럼 오늘 나, 살고 싶어
밤이면 달빛을 찍어 첫 문장을 또 쓰네
가장 오래된 스승은 바위 속에 산다기에
잘라낸 마음자리에 전사처럼 깨어나길
바위에 계란치기다, 그런 말도 잊었네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 2022년 제17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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