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한수풀문학' 2022년 27호의 시(4)

김창집 2023. 1. 12. 00:08

 

우리가 섬이라면 - 고성기

 

 

우리가 섬이라면

그리워만 할 것인가

너와 나

섬이라면

바라보기만 할 것인가

난 오늘

징검다리 시

하나씩

쓰고 있다

 

이 시가

파도를 타고

파도가 시가 되어

쌓이고 또 쌓으면

어느 날 다리가 될까

부르다

하루가 지면

울컥 토하는

핏빛

 

 

 

칠월의 금능바다 김미옥

 

 

칠월은

성게가 익어가는 계절

손끝마다 검은 포도알이

알알이 박혀

검게 물들어버린 가심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파 올린 뭉치 알을

한 올 한 올 건져 올리다 보면

어멍 가심 속이

붉은 물이 새카맣게 들엇주

 

방파제에 나왕 앉앙

금능바다를 보고 이시민

해녀로 평생 살아온

어멍 생각에

모음이 먹먹허곡

가심이 ᄊᆞ르륵허여

 

 

 

바다가 부르는 노래 김순덕

 

 

물 봉봉 물에 들면

해녀 엄마 고운 얼굴에

깜짝 별이 내리고

 

소라 문어 청각 미역

오늘은 전복 따는 날

망사리 가득 별을 딸 거야

 

숨 참듯

별을 따듯

파도소리 숨비소리

바다가 부르던 노래

 

물 봉봉 물에 들면

해녀 엄마 생각난다

 

 

 

이상의 집 - 김양희

 

 

서촌을 찾아갔다 그가 기다릴 듯해

자리를 잠시 비운다는 쪽지 한 줄

 

이 친구 어딜 가셨나 서가 등 밝혀두고

 

제비 다방에서 미스꼬시 옥상으로

잠시 비운 자리 아주 비운 자리

 

존재와 부재 사이에 잠시라는 유리창

 

 

 

오늘의 결심 - 김진숙

 

 

모두가 시인이라서 시인이 따로 없다는

 

인디언의 문장처럼 오늘 나, 살고 싶어

 

밤이면 달빛을 찍어 첫 문장을 또 쓰네

 

 

가장 오래된 스승은 바위 속에 산다기에

 

잘라낸 마음자리에 전사처럼 깨어나길

 

바위에 계란치기다, 그런 말도 잊었네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2022년 제17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