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한수풀문학' 2022 통권17호의 시(6)

김창집 2023. 2. 8. 01:53

 

[지역문학과의 교류 구좌문학회]

 

 

갈대 김백윤

 

 

생각이 직선으로 뻗는 날이면

허리에 꼿꼿한 통증이 온다

구부린다는 건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

생각도 때로는 동그랗게 말아야 한다는 걸

갈대를 보며 배운다

 

가느다란 몸으로 바람을 다스리는 갈대

속이고 휘어지며 아집과 관념을 뱉는다

가벼워지면서 부드러워지는 건 갈대만의 방법

사는 게 갈대의 몸짓 같다는 걸

갈대를 보며 배운다

 

훌훌 털어낼 뭔가가 남아 있다면

바람 부는 날 강변에

서 볼 일이다

 

생각이 날카로운 날이면

갈대의 언어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그 섬에서 김은숙

 

 

그 때는 몰랐다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는 것을

많은 눈물이 잠재해 있다는 것도

 

내 손을 꼬옥 잡고 놓아주지 않는 당신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잠 못 드는 밤이다

 

 

 

도사리 고여순

 

 

세월을 덧입은 아름드리 비자나무가

수백 년 내력을 풀어 놓는다

 

가지마다 알알이 품은 젊음

수난 받는 시대마다 꺼져 간 젊음이 있듯

 

아직 비자열매 익지는 않았지만

더러는 투신하여 오체투지로 희생한다

 

떨어지는 것이 있기에

깨지면서 품어내는 향기 초록으로 남는다

 

 

 

바다 한미화

 

 

당신만 갈 수 있던 넘지 못할 경계의 땅

그 땅과 나 사이로 냉기류가 흐른다

회색빛 동토보다도 더 깊은 그곳

 

한 모금 한일소주로 심기일전 용기 내어

마른침 삼키며 고백하던

열여덟 설레던 가슴 망사리에 담고서

 

구쟁기 대여섯 개 오분자기 두어 개

남보다 더 버거운 아이들의 눈망울

휘이이 당신만의 땅으로 내 닫는다

 

 

 

새해맞이 고여생

 

 

어제와 변함없는 아침

새해 첫날 해맞이

창문 열어 맑은 새벽 안내하며

게으른 몸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이끌려 나온 헐거운 관절은

기지개 켜는 해를 마중하고

불똥이 두려운 남편

손 내밀어 천근 발걸음 위로한다

 

포효하는 붉은 함성

두 손 모은 소원 빛무리에 어리니

애기동백 꽃잎 하나하나

찬 이슬에 희망이 여문다

 

 

                *한수풀문학회 간 한수풀문학2022년 제17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