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 – 최미용
온몸에 상처내도 투정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터지도록 짓눌리는 날들이면
하늘을 원망한 적도 가끔씩은 있었다
날아드는 온갖 씨앗 차별하지 않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곳 있으랴!
품안에 잉태한 자식들 다독이며 일으켰다
하늘로 돌아간다 말들 하지 마라
생명 가진 모든 것들 그 생이 끝났을 때
마지막 그 몸을 받아 품어 안은 것 누구였지?
♧ 겨울 산길에서 – 전현하
단풍도 낙엽 되어 떨어진지 이미 오래
나무사이 넘나들며 산새만이 우는 산길
서로의 동무가 되어
동행하고 있었다.
바람은 이리저리 나뭇가지 흔들어도
강물에 배 가듯이 한가로이 가다 보면
남몰래 간직한 자존
외길로 가고 있다.
옷 벗은 나무는 옹이로 온 상처뿐
지나간 세월이야 바람결에 날리고
산길을 걸어가면서
나의 존재 새겨본다.
♧ 풀멍의 시간 - 우아지
일터에선 모니터만 전철에선 폰만 보는
숨 가삐 걸어온 길 때로는 힘에 겨워
퇴근 후 베란다에 앉아
빈칸 하나 만든다
가지치기한 자리에 어린 순도 올라온 날
모닥불 불멍 하듯 너로 인해 숲이 된다
벽들이 서 있다 지워진다
흩어지고 굴러가며
♧ 동․독락同獨樂 - 신후식
때로는 함께하고
때때로 혼자 즐긴
시서화악詩書畵樂 명전사銘展寫*
일곱 복을 깁는 시간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별다른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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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서예, 한국화, 시노래, 비명, 전시, 사진
♧ 소나무와 왈츠를 추다 - 김수연
한 줄기 부채바람 누운 나무 일으키니
다투어 바람소리 새소리 끼어들어
흰 구름 푸른 소나무 바람에 뒤집혀서
석양이 솔기 풀어 끌어안지 않았어도
온 산을 무대 삼아 뜨겁게 흔들릴 때
눈부심 나무 키 돈다, 푸름을 펼치더니
*『산림문학』 2022년 겨울 통권4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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