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산림문학' 2022년 겨울 통권48호의 시조

김창집 2023. 2. 7. 00:19

 

최미용

 

 

온몸에 상처내도 투정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터지도록 짓눌리는 날들이면

하늘을 원망한 적도 가끔씩은 있었다

 

날아드는 온갖 씨앗 차별하지 않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곳 있으랴!

품안에 잉태한 자식들 다독이며 일으켰다

 

하늘로 돌아간다 말들 하지 마라

생명 가진 모든 것들 그 생이 끝났을 때

마지막 그 몸을 받아 품어 안은 것 누구였지?

 

 

 

겨울 산길에서 전현하

 

 

단풍도 낙엽 되어 떨어진지 이미 오래

나무사이 넘나들며 산새만이 우는 산길

서로의 동무가 되어

동행하고 있었다.

 

바람은 이리저리 나뭇가지 흔들어도

강물에 배 가듯이 한가로이 가다 보면

남몰래 간직한 자존

외길로 가고 있다.

 

옷 벗은 나무는 옹이로 온 상처뿐

지나간 세월이야 바람결에 날리고

산길을 걸어가면서

나의 존재 새겨본다.

 

 

 

풀멍의 시간 - 우아지

 

 

일터에선 모니터만 전철에선 폰만 보는

 

숨 가삐 걸어온 길 때로는 힘에 겨워

 

퇴근 후 베란다에 앉아

빈칸 하나 만든다

 

 

가지치기한 자리에 어린 순도 올라온 날

 

모닥불 불멍 하듯 너로 인해 숲이 된다

 

벽들이 서 있다 지워진다

흩어지고 굴러가며

 

 

 

독락同獨樂 - 신후식

 

 

때로는 함께하고

때때로 혼자 즐긴

 

시서화악詩書畵樂 명전사銘展寫*

일곱 복을 깁는 시간

 

사는 게

그런 거지 뭐

별다른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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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서예, 한국화, 시노래, 비명, 전시, 사진

 

 

 

소나무와 왈츠를 추다 - 김수연

 

 

한 줄기 부채바람 누운 나무 일으키니

 

다투어 바람소리 새소리 끼어들어

 

흰 구름 푸른 소나무 바람에 뒤집혀서

 

석양이 솔기 풀어 끌어안지 않았어도

 

온 산을 무대 삼아 뜨겁게 흔들릴 때

 

눈부심 나무 키 돈다, 푸름을 펼치더니

 

 

                     *산림문학2022년 겨울 통권48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