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2 제31호의 시조(8)

김창집 2023. 2. 11. 09:33

 

[또 하나의 시선] 경기시조시인협회 편

 

 

아버지 권명곡

 

 

오일장 다녀올 때 사오시던 생태 한 손

무 넣어 끓여먹던 시원한 명태찌개

막걸리 한 잔 술에서 들려주신 시조가락

 

육 남매 등짐 지고 한 세상 농사일에

막걸리 한 잔 술로 지친 몸 달래주던

거나히 취하신 채로 잠드셨던 아버지

 

옛날 맛 그리워라 시원한 동태찌개

막걸리 한 잔 술에 아버지 추억하며

그리움 취해보려네 술잔을 채워놓고

 

 

 

천제연 3단 폭포 김동석

 

 

천제연 천국 가고 그 아래 폭포수다

1 폭포 바위틈서 폭포수 작다만은

담수는

커다란 소를

이루어서 웅장하다

 

2 폭포 이곳저곳 여러 개 폭포수가

수문을 열어 놓듯 콸콸콸 내려 뽑아

여행객

묵은 병들이

씻은 듯이 달아나네

 

3 폭포 갑판 길로 내려가 바라보는

수림과 절벽 속에 솟구친 미련들이

후련한

제주 여행을

새롭게 느껴 본다

 

 

 

호위무사護衛武士 김성호

 

 

갈기 털 곧추세운

영악한 발바리는

 

손님이 찾아오니 사납게 짖어대며

 

문지기

호위무사를 방불케 하는구나

 

 

주인장 완력 아래

매어진 발바리는

 

방문한 손님에게 난폭한 호위무사

 

권세에

길들여져서 빡세게도 나가네.

 

 

 

한라산 길 김진대

 

 

눈길 위의 눈길이 스크럼을 짜고 있다

등산화가 지나간다 그래 밟고 밟아라

그래도 부둥켜안아 버텨내는 눈 위로

 

운동화가 지나가니 어깨를 더 밀착한다

구둣발이 뛰어가니 온몸이 흔들린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 제주시를 바라보고

 

눈이 시려 내려오려고 발길을 돌렸다

피하러 돌아간 눈길도 눈밭이다

올라간 내 눈높이는 그만큼씩 내려오고

 

미끄러진 마음은 다시 기어 올라간다

어승생 주차장에 기다리는 관광버스

길들이 만난 눈길이 길들을 싣는다

 

 

 

제주 일출봉 김태선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이르던

 

시인은 어디가고 혼자 뜨는 저 태양

 

파도에 온몸을 씻고 그대 앞에 오른다

 

 

 

                  *제주시조시인협회 간 제주시조2022 31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