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사를 피해 오른 뒤굽은이의 쑥 향기
서쪽으로 황사가 낀 구름이 잔뜩 몰려 있어 동쪽 나지막한 오름 몇 개를 오르자는 고 선생님의 말에 따라 동부산업도로를 달린다. 바람에 몰려 구름이 휙휙 지나가고나니, 그런 대로 트이기 시작한다. 개오름을 바라보며 성읍2리로 들어서서 '(주)넓은목장'에 들어섰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없더니 집집마다 사람이 보인다. 공중 전화도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백약이와 좌보미가 정답다.
네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좌보미를 왼쪽에 두고 아래로 내려간다. 정말 좌보미는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큰 봉우리만도 넷에다가 가운데 알오름까지 솟았다. 그리고, 네 봉우리의 생김새도 구구각색이다. 꼭 이집트의 피라밋을 보는 기분으로 둘째 봉우리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나지막한 오름이 보인다. 우리가 목표한 뒤굽은이다.
길에서부터 이어진 유채밭에는 벌써 꽃이 하나둘 피어났다. 오름이 감싸안은 굼부리는 평평하게 밭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곳은 유채를 심었다가 봄나물로 전부 캐버렸다. 곳곳에 굴삭기가 부산을 떠는 것을 보니, 무슨 흉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돈맛을 안 사람들은 이런 아름답고 공기 맑은 곳을 보면 그냥 놔두러 들지 않는다. 정말 요상한 족속들이다. 제발 그러지들 말아야 할 건데….
양지녘 보리수나무 끝에 물이 가득 올라 곳 터질 듯하다. 오래된 무덤이 있어 이리저리 살핀다. 무덤 비석에는 後弓岳(후궁악), 後穹岳(후궁악), 後曲岳(후곡악) 등 여러 가지로 표기했다. 09:50. 그리 크지 못한 오름이어서 벌써 정상이다. 정원수처럼 키 작고 예쁜 소나무가 부지런히 봄채비를 서두르며 새싹과 송화 봉오리를 매달고 있다. 봉우리에서 봉오리를 보는데, 김 기자가 쑥을 캐서 쑥국을 해 먹는다고 서둔다. 여기저기서 십시일반 한 포기 두 포기 모은 것이 제법 2형제의 국거리는 되겠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자라서 그런 진 몰라도 가냘픈 자태에 비해 향기는 꽤 진하다.
▲ 궁대악과 돌미오름에서 느끼는 봄
오름에서 내려와 이번 목표는 궁대악이다. 시멘트 포장길 네거리에서 서쪽으로 한참 걸었다. 새로 포장한 길섶엔 나무를 심을 요량인지 붉은 점을 찍어 놓았다. 정말 나무를 심으려면 주위에 어울리는 나무를 심어야 할 텐데. 밭담가로 인동초가 참 많다. 물론 어설픈 잎으로 겨울을 나긴 하지만 이름하고는 이미지가 안 맞는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돌아 곧 들어가니 벌써 산화경방 초소가 있는 곳이다. 잠시 그곳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고 내려와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래서 궁대악인가. 보기 닮지 않게 넓은 오름이다. 굼부리에 넉넉하게 밭이 조성되어있다. 나지막한 능선을 돌아 동쪽으로 간다. 굼부리 주변에 간혹 사스레피나무가 눈에 띄고 양지쪽으로 멀꿀, 다래, 천선과, 왕모람 등의 식생을 보이고 있다. 철조망을 넘어 다음 밭으로 간다. 소를 놓지 않아서 그런지 억새가 무성하다. 삼나무를 심었다가 드문드문 베어버렸다. 아직 그늘 식생은 달라지지 않고 있으나 자금우, 노루발풀 등이 이미 상륙해 있었다.
11:15. 동쪽 능선 따뜻한 억새밭에 앉아 새참을 먹는다. 족발, 오징어, 막걸리 등 푸짐하다. 내려가면서 보니 이곳은 새우란 군락지. 억새 풀 속을 비집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넓고 오래된 무덤이 있어 가보니, 비석에 弓帶岳(궁대악)이라고 되어 있다. 독특한 동자석을 본다. 산담에는 바위채송화가 겨울을 나고, 무덤가에서 산자고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가워 산자고를 오늘의 꽃으로 지정한다고 소리쳤다.
다음 차례는 벌판 너머에 있는 나지막한 돌미오름이다. 궁대악 동쪽에 보일 듯 말 듯 솟아 있는 돌미로 향했다. 가는 길 양지바른 동산에서 할미꽃 무리를 발견했다. 순간 조금 전에 산자고를 오늘의 꽃으로 지정한 것이 후회가 된다. 그렇지, 다음이 있지. 아직은 짙은 보랏빛 뿐이니까. 할미꽃은 머리가 허옇게 세야 제 맛이거든. 마음을 다잡고 보니 여기저기 노랗게 양지꽃도 존재를 알린다. 여기저기 솜방망이 싹들도 앙증맞다.
▲낭끼오름에서 다시 만난 공익 근무 요원
낭끼오름으로 가는 길에 남쪽에 자리잡은 오름 이름의 기원이 되었을 법한 돌무더기에 들렀다. 정상엔 어김없이 구실잣밤나무가 자리 잡고 아래로 천선과나무, 사스레피가 늘어섰다. 양지쪽은 흔히 가시덤불에서 볼 수 있는 식생 그대로다. 꿩마농(달래) 서너 뿌리 캐고 나오다 무덤이 있어 비석을 보니, 弓帶岳東渴水峰(궁대악동갈수봉)으로 새겼다.
낭끼오름을 오르려 남쪽으로 돌며 길을 찾는데 송 선생님 일행이 먼저 올라 바른 길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거기 길이 없으므로 다시 입구로 돌아가서 왼쪽으로 올라오라는 전갈이다. 단숨에 남거봉(南擧峰) 정상에 오르다. 산화 경방 초소로 가는 길은 북쪽에 곧바로 나 있었다. 13:25. 나지막하나마 정상에서는 온갖 오름이 다 보이고 보이는 것마다 새로운 모습이다. 반갑게도 작년 4월5일 유건에오름에서 만났던 공익 근무요원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없어 제대라나. 새우깡 한 봉지로 회포를 풀었다. 좌보미와 백약이는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보여 낯설었다.
▲오기는 고생의 아버지
대천동 사거리 식당에서 모처럼 푸짐한 성찬을 즐긴 뒤 오후 산행은, 민오름이다. 절물오름 동쪽에 자리잡은 이 오름은 2월에 강 화백과 올랐던 경험이 있는 오름. 북쪽으로 어렵게 길을 찾아 오르니, 옆에 큰대나와 족은대나가 잡힐 듯 앉아 있다. 동쪽으로 내려오다가 잠시 방향을 잃었다. 다시 차 소리를 확인하며 동쪽으로 내렸다. 길을 찾아 내려오다 지난번처럼 밭 하나만 넘으면 될 걸, 번듯한 길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길을 따라 걸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방향을 돌려 조금만 더 걸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돌아서지 않고 눈치만 보며 앞으로 나간다. 그래도 길이 안 나오니까 이번엔 오기가 생겨 눈치를 보며 그냥 걸었다. 목장이 나온다. 분명히 반대 방향인 교래리에 가까이 와 있었다. 거의 2시간 걸은 셈이다. 모두가 사서 한 고생이었지만 특히 오름이 처음인 예총 김 간사가 등산 신발이 준비가 안되어 큰 곤욕을 치렀다. 불쌍해 못 봐줄 정도다. 이젠 다시는 오름에 안 오를 것이다. 권 변호사와 다른 오름에 갔다오던 강 화백이 전화를 받고 차를 가지고 와서 태워 주었다. 오늘의 산행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무모한 오기는 고생으로 이르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수업료는 톡톡히 치른 셈이다.


서쪽으로 황사가 낀 구름이 잔뜩 몰려 있어 동쪽 나지막한 오름 몇 개를 오르자는 고 선생님의 말에 따라 동부산업도로를 달린다. 바람에 몰려 구름이 휙휙 지나가고나니, 그런 대로 트이기 시작한다. 개오름을 바라보며 성읍2리로 들어서서 '(주)넓은목장'에 들어섰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없더니 집집마다 사람이 보인다. 공중 전화도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백약이와 좌보미가 정답다.
네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좌보미를 왼쪽에 두고 아래로 내려간다. 정말 좌보미는 여러 얼굴을 하고 있다. 큰 봉우리만도 넷에다가 가운데 알오름까지 솟았다. 그리고, 네 봉우리의 생김새도 구구각색이다. 꼭 이집트의 피라밋을 보는 기분으로 둘째 봉우리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나지막한 오름이 보인다. 우리가 목표한 뒤굽은이다.
길에서부터 이어진 유채밭에는 벌써 꽃이 하나둘 피어났다. 오름이 감싸안은 굼부리는 평평하게 밭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곳은 유채를 심었다가 봄나물로 전부 캐버렸다. 곳곳에 굴삭기가 부산을 떠는 것을 보니, 무슨 흉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돈맛을 안 사람들은 이런 아름답고 공기 맑은 곳을 보면 그냥 놔두러 들지 않는다. 정말 요상한 족속들이다. 제발 그러지들 말아야 할 건데….
양지녘 보리수나무 끝에 물이 가득 올라 곳 터질 듯하다. 오래된 무덤이 있어 이리저리 살핀다. 무덤 비석에는 後弓岳(후궁악), 後穹岳(후궁악), 後曲岳(후곡악) 등 여러 가지로 표기했다. 09:50. 그리 크지 못한 오름이어서 벌써 정상이다. 정원수처럼 키 작고 예쁜 소나무가 부지런히 봄채비를 서두르며 새싹과 송화 봉오리를 매달고 있다. 봉우리에서 봉오리를 보는데, 김 기자가 쑥을 캐서 쑥국을 해 먹는다고 서둔다. 여기저기서 십시일반 한 포기 두 포기 모은 것이 제법 2형제의 국거리는 되겠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자라서 그런 진 몰라도 가냘픈 자태에 비해 향기는 꽤 진하다.
▲ 궁대악과 돌미오름에서 느끼는 봄
오름에서 내려와 이번 목표는 궁대악이다. 시멘트 포장길 네거리에서 서쪽으로 한참 걸었다. 새로 포장한 길섶엔 나무를 심을 요량인지 붉은 점을 찍어 놓았다. 정말 나무를 심으려면 주위에 어울리는 나무를 심어야 할 텐데. 밭담가로 인동초가 참 많다. 물론 어설픈 잎으로 겨울을 나긴 하지만 이름하고는 이미지가 안 맞는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돌아 곧 들어가니 벌써 산화경방 초소가 있는 곳이다. 잠시 그곳에 올라 사방을 조망하고 내려와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래서 궁대악인가. 보기 닮지 않게 넓은 오름이다. 굼부리에 넉넉하게 밭이 조성되어있다. 나지막한 능선을 돌아 동쪽으로 간다. 굼부리 주변에 간혹 사스레피나무가 눈에 띄고 양지쪽으로 멀꿀, 다래, 천선과, 왕모람 등의 식생을 보이고 있다. 철조망을 넘어 다음 밭으로 간다. 소를 놓지 않아서 그런지 억새가 무성하다. 삼나무를 심었다가 드문드문 베어버렸다. 아직 그늘 식생은 달라지지 않고 있으나 자금우, 노루발풀 등이 이미 상륙해 있었다.
11:15. 동쪽 능선 따뜻한 억새밭에 앉아 새참을 먹는다. 족발, 오징어, 막걸리 등 푸짐하다. 내려가면서 보니 이곳은 새우란 군락지. 억새 풀 속을 비집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넓고 오래된 무덤이 있어 가보니, 비석에 弓帶岳(궁대악)이라고 되어 있다. 독특한 동자석을 본다. 산담에는 바위채송화가 겨울을 나고, 무덤가에서 산자고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가워 산자고를 오늘의 꽃으로 지정한다고 소리쳤다.
다음 차례는 벌판 너머에 있는 나지막한 돌미오름이다. 궁대악 동쪽에 보일 듯 말 듯 솟아 있는 돌미로 향했다. 가는 길 양지바른 동산에서 할미꽃 무리를 발견했다. 순간 조금 전에 산자고를 오늘의 꽃으로 지정한 것이 후회가 된다. 그렇지, 다음이 있지. 아직은 짙은 보랏빛 뿐이니까. 할미꽃은 머리가 허옇게 세야 제 맛이거든. 마음을 다잡고 보니 여기저기 노랗게 양지꽃도 존재를 알린다. 여기저기 솜방망이 싹들도 앙증맞다.
▲낭끼오름에서 다시 만난 공익 근무 요원
낭끼오름으로 가는 길에 남쪽에 자리잡은 오름 이름의 기원이 되었을 법한 돌무더기에 들렀다. 정상엔 어김없이 구실잣밤나무가 자리 잡고 아래로 천선과나무, 사스레피가 늘어섰다. 양지쪽은 흔히 가시덤불에서 볼 수 있는 식생 그대로다. 꿩마농(달래) 서너 뿌리 캐고 나오다 무덤이 있어 비석을 보니, 弓帶岳東渴水峰(궁대악동갈수봉)으로 새겼다.
낭끼오름을 오르려 남쪽으로 돌며 길을 찾는데 송 선생님 일행이 먼저 올라 바른 길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거기 길이 없으므로 다시 입구로 돌아가서 왼쪽으로 올라오라는 전갈이다. 단숨에 남거봉(南擧峰) 정상에 오르다. 산화 경방 초소로 가는 길은 북쪽에 곧바로 나 있었다. 13:25. 나지막하나마 정상에서는 온갖 오름이 다 보이고 보이는 것마다 새로운 모습이다. 반갑게도 작년 4월5일 유건에오름에서 만났던 공익 근무요원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없어 제대라나. 새우깡 한 봉지로 회포를 풀었다. 좌보미와 백약이는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보여 낯설었다.
▲오기는 고생의 아버지
대천동 사거리 식당에서 모처럼 푸짐한 성찬을 즐긴 뒤 오후 산행은, 민오름이다. 절물오름 동쪽에 자리잡은 이 오름은 2월에 강 화백과 올랐던 경험이 있는 오름. 북쪽으로 어렵게 길을 찾아 오르니, 옆에 큰대나와 족은대나가 잡힐 듯 앉아 있다. 동쪽으로 내려오다가 잠시 방향을 잃었다. 다시 차 소리를 확인하며 동쪽으로 내렸다. 길을 찾아 내려오다 지난번처럼 밭 하나만 넘으면 될 걸, 번듯한 길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길을 따라 걸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방향을 돌려 조금만 더 걸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돌아서지 않고 눈치만 보며 앞으로 나간다. 그래도 길이 안 나오니까 이번엔 오기가 생겨 눈치를 보며 그냥 걸었다. 목장이 나온다. 분명히 반대 방향인 교래리에 가까이 와 있었다. 거의 2시간 걸은 셈이다. 모두가 사서 한 고생이었지만 특히 오름이 처음인 예총 김 간사가 등산 신발이 준비가 안되어 큰 곤욕을 치렀다. 불쌍해 못 봐줄 정도다. 이젠 다시는 오름에 안 오를 것이다. 권 변호사와 다른 오름에 갔다오던 강 화백이 전화를 받고 차를 가지고 와서 태워 주었다. 오늘의 산행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무모한 오기는 고생으로 이르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수업료는 톡톡히 치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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