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점 사라지는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
: 제주전통문화연구소(소장 문무병)에서 연중 사업으로 시행하는 제주도의 신당 기행은 2000년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을 기준으로 3년간 1회 10여 개의 신당을 답사하고 현장 강좌를 진행하는 진정한 우리 문화 유산 사랑의 첫걸음이며, 지역 문화 바로 알기의 시작이면서, 제주문화사 초유의 제주문화 원류 찾기 대장정이다.
: 잔치와 행사가 많이 겹친 때문인지 모인 회원은 8명 뿐. 유채꽃 잔치와 수학여행의 호기를 맞아 전세 버스를 준비 못하고 승합차 2대를 대기 시켰었는데 1대는 돌려보내야 할 판이다. 홍보가 덜 됐다는 점을 감안 하드라도 참가 인원이 너무 적어 초라하게 생각되었는지,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문 소장을 다독거리며 조촐한 답사는 시작되었다.
: 차에 오르려다 말고 사방을 둘러보니 오랜만에 희뿌연 황사가 걷히고 활짝 개어 있어 조금 전까지 울적했던 심사를 다소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침에 오름 오르는 일행을 배웅하러 갔었는데, 당초 계획되어 있는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은 유채꽃 잔치 장소와 가까이 있어 사람이 너무 많을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대신 고사리를 꺾는 맛으로 서쪽에 있는 왕이메와 폭낭오름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온 터. 궁금하여 전화를 했더니 왕이메 깊은 굼부리('분화구'의 제주어)에는 아직 고사리가 안 났단다.
△ 도남동 '벡질당'과 오등동 '오드싱 본향당'
: 도남동 무지개 아파트 입구에서 과수원이 면해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병문천변에 이르니, 도시 계획 때문에 밀려난 벡질당이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도남동이면 변두리 지역인데도 도시화가 진행되는 바람에 이곳까지 쫓겨오게 된 것이다. 그래 신목(神木)이랍시고 담벼락에 붙은 송악에 걸어놓은 지전물색(백지로 만든 종이돈과 고운 색의 옷감)이 초라한 모습이다. 밖에 15년쯤 된 아직 왜소한 팽나무가 서 있어 허전한 느낌이나 맞은 편에 버티고 서 있는 비슷한 나이의 먹구슬나무가 있어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 이곳의 당신(堂神)은 '벡질할망'과 '하르방'('할망'과 '하르방'은 제주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의미한다.) 2위를 모신다. 그래 이 당에 오는 사람들은 메(제를 지낼 때 올리는 밥)를 2그릇 준비하며 제일은 수시로 택일(擇日)하여 다닌다. 옛날 서씨 하르방이 밭에 일을 하러 갔는데 점심때가 지나도 부인이 밥을 가지고 오지 않아 몹시 배가 고파 기다리는 중에 늦게서야 부인이 왔다. 까닭을 물으니 못 위에 있는 서낭당에 갔다오다 늦었다 하므로 홧김에 당으로 달려가 불을 질러버렸는데, 그 때 그 곳에 있던 하기새가 날아서 이 마을로 내려오다 앉은 곳에 당을 차린 것이 벡질당이었고, 도시 계획으로 이제 다시 이곳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 마을 주민들이 찾아와 주로 가정의 안녕(安寧)을 기원한다는 당 안에는 얼마 전에 다녀갔는지 반쯤 타다만 양초가 꽂혀 있다. 울타리 밖으로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잘 자라는 뽀리뱅이 몇 포기가 보이고 냇가로는 광대수염이 하얀 꽃 아래 수염을 달고 서 있다. 꿀풀과의 다년초인 광대수염은 꽃과 잎의 생김새가 같은 꿀풀과의 샐비어와 비슷한데, 단지 꽃만 희다. 그 옆 냇가를 따라 신감채 같기도 하고 개사상자 같기도 한 하얀 들꽃이 줄지어 서 있다.
: 오등동의 옛 지명은 오드싱이다. 오등동 병문천 다리인 오봉교를 지나 냇가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가 배고픈다리를 지난 곳 울창한 숲 속에 오드싱 본향당은 자리해 있었다. 당 입구를 막 들어서려는 찰라 매혹적인 꽃이 눈에 들어온다. 병아리꽃나무였다.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대대추나무라고도 하는 이 꽃나무는 잎이 마주나고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으며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주름졌다. 꽃은 5월에 핀다는데 벌써 하얗게 피어났다. 고혹적이라고나 할까. 지름 3∼5cm 됨직한 꽃이 가지 끝에 1개씩 달렸다. 꽃은 관상용으로도 심는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겠다. 이런 귀한 들꽃을 이런 데서 만나다니.
: 마을 사람들은 정월 첫 축일(丑日)에 이곳에 와서 신과세제를 지내나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도 다닌다. 당에 갈 때는 돼지고기는 부정하다 해서 가지고 가지 않으며, 메는 보통 하르방과 할망 몫으로 2그릇을 가지고 가는데, 어떤 때는 산신 몫과 보시기에 담은 아기메까지 4그릇을 가지고 간다. 이 당의 남신(하르방)은 동편에 좌정한 소별왕이고, 여신(할망)은 서편에 좌정한 천신불도 송씨할망이다.
▲ 연동 본향당인 '능당'과 해안동 '독숭굴일뤠당'
: 연동 본당은 남짓은오름 기슭에서 광이오름으로 통하는 한라수목원 산책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었다. 키 큰 소나무 숲길을 따라 들어섰는데 시야에 나타난 엄청난 신목의 웅자(雄姿)는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3∼400년은 되었다 싶은 이 팽나무는 아마 제주도내에 있는 팽나무 중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참을 올려다보아도 눈이 닿지 않을 것 같은 나무의 위용 앞에 한참을 기죽어 서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지가 벌어진 곳에 흙이 쌓여 섬쥐똥나무가 제법 자라 있었다.
: 제단은 커다란 바위 앞에 마련되어 있고 깨끗이 청소를 해 놓았다. 그리고 대단위로 제를 지내는 진 몰라도 술병과 음료수병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지전물색은 없었으나 당 밖 쓰레기장에는 제물(祭物)로 올렸던 과일 부스러기 같은 게 잔뜩 쌓여 있었다. 주위가 괴괴한 것이 금방이라도 당신(堂神)이 나무를 타고 하강(下降)할 것 같은 분위기다. 주위 커다란 나무에서 내려뜨린 으름덩굴에는 보라색 예쁜 꽃이 피어 분위기를 돋운다.
: 이 당은 연동 본향인 '능당'이며 이 당의 신은 천제(天帝)의 아들 다섯 형제라 한다. 하위신까지 12신위를 모시고 있어 마을의 생산·물고·호적을 관장하는 본향신 외에도 아기의 포태를 주는 산육신 명진국 할머니, 아기 피부의 부스럼을 고쳐주는 '보제또', 농사를 돌보는 제석할망 상세경 신중또, 며느리또, 금상할망, 산신또를 모시고 있어 당신들이 마을의 모든 일을 분담하여 관장하고 있는 셈이 된다.
: 설명을 듣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서너 포기 자생하고 있는 범부채꽃이 얼른 눈에 띈다. 그런데 보통 범부채 꽃은 붉은데 이것은 교배종인지 너무 예쁘다. 붓꽃과의 다년초로 산지와 바닷가에서 자라며,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하는데 줄기와 잎이 납짝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건 꽃이 흰 바탕에 보라색 무늬의 각시붓꽃 모양을 하고 있어 신비감마저 들었다.
: 한참 개발하고 있는 신제주 아파트군을 뒤로하고 시 외곽지로 달려간다. 화창한 일요일을 맞은 시내 거리는 한산하고 차도 붐비지 않는다. 팽나무가 많은 해안동 마을 거리를 지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과수원길 다 한 곳 본향당과 이웃한 밭에는 무꽃이 한창 피어나 메밀꽃을 연상시킨다. 대낮에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빛나는 무꽃밭은 백설탕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옆줄에 피어 있는 노란 배추꽃과 대비되어 한층 더 빛나 보인다. 한 동안 꽃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를 촬영하느라 정신없었다.
: 해안동은 1950년까지만 해도 향약을 지키며 당굿을 옛 풍습대로 심방(무당)을 청해다 하였다. 그런데 4·3 이후 재건하여 올라갔을 때는 인구가 줄어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당굿을 하기가 버거웠다. 그래서 마을 회의를 열어 당굿을 간소화하기로 하고, 유교식 마을제로 지내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니 당굿은 3헌관과 집사 2인을 두어 정월에 웃당과 함께 치르고 7월에는 마을 포제를 한다. 신목(神木) 구실을 하는 500년 된 마을 보호수 팽나무 2그루는 크게 수술을 받아 시멘트를 바르고 얌전하게 서 있고 마을제를 지내어서 그런지 당이 크고 잘 정리되었다.
△ 외도동 '대통밧할망당'과 오도롱 '본향당'
: 도평 본당인 벵디 대통밧당은 도평 마을 중심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간 단감나무 과수원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보호수였던 팽나무 한 그루는 바람에 쓰러져 버리고 비교적 수세가 좋은 팽나무 한 그루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광대수염이 무성한 신당으로 들어가 과히 신통치 못한 향기를 맡는데, 자세히 보니 지전물색과 실을 걸어놓은 곳에 진짜 돈 3천 원이 같이 묶여 걸려 있다. 백지에 마름모의 구멍을 뚫어놓은 저승의 돈인 지전(紙錢)을 마련 못한 사람이 궁여지책으로 걸어놓은 것이리라. 어렸을 적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백지는 거둬다 연을 만들고 실은 연줄로, 가끔 발견되는 현금은 사탕을 사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 엄마한테 들키는 날이면 호되게 욕을 먹었지만.
: 속칭 '오도롱'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이호2동의 본향당 소왕상시당은 마을을 갓 지난 잡목림 사이에 있었다. 햇빛이 부서지는 담벼락엔 상동나무가 아직은 익지 않은 열매를 잔뜩 매단 채 서 있다. 원형 보존이 잘 된 아담한 당은 아늑하기만 한데 제물로 올렸던 달걀이 여기저기 구르고 있다. 들고양이들이 먹어보려고 굴리다 만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주민들이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아기가 아팠을 때 찾는 곳이다.
: 당에서 나왔을 때 숲길에는 미나리아재비 꽃이 햇빛을 받아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노랑색 꽃잎이 유난히 윤기가 있어 그렇지 않은 괭이밥이나 양지꽃과 쉽게 구별이 된다. 안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 보았더니 벌통이 놓여 있어 꿀벌이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었다. 보리밭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출렁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차에 올랐다.
▲이호1동 '붉은왕돌할망당'과 도두 본향당 '오름허릿당'
: 이호1동 본향당인 붉은왕돌할망당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역시 바람결에 보리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바닷물도 시원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신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굴에 들어서는 것처럼 답답함을 지울 수가 없다. 길을 넓히느라 바로 바위 위까지 포장이 되었고 매립해서 바다를 메우고 울타리를 만드느라 양쪽에 끼어 완전히 땅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 그런 대로 잘 꾸며진 신당은 팽나무 3그루, 그리고 보리밥나무가 바위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큰바위 궤 위에 뿌리내린 팽나무에는 삼색의 물색(物色)과 하얀 지전이 치렁치렁 걸려 있고, 3개로 구분된 제단엔 조그만 감실을 만들어 놓아 비가 올 때도 촛불을 켜고 향을 사룰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정월 마을제가 지난 후 해상의 안전과 풍어, 해전 경작의 풍등을 비는 요왕제를 지내고 나서 당에 오기도 하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 택일하여 온다. 어부들은 뱃고사를 지내고 난 후 당에 가서 제를 지내는데 어떤 배에서는 돼지 턱뼈를 제물로 쓰기도 한다.
: 도두 본향당인 오름허릿당은 이름 그대로 도두오름 허리에 자리잡고 있다. 수운교 쪽으로 오름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그대로 보인다. 제일은 초사흘, 초이레, 대보름날이며 보리 수확을 끝내고 또 가을걷이 후에도 치성을 드린다. 당에 갈 때는 메 2그릇과 요왕메 1그릇을 가지고 가며 삶은 계란·과일·생선 등이 제수인데 특히 남신 몫으로는 닭고기를 여신 몫으로는 돼지고기를 올린다. 동쪽으로 20m쯤 떨어진 곳에 마을 포제를 올리는 제단이 있으며, 북쪽으로 면해 있는 동굴에는 사적인 이유로 여러 가지 굿이 행해지는 이곳 도두봉은 신들이 내려와 사는 성소(聖所)이다.
: 들어가는 길섶에 핀 벌노랑이가 봄이 깊어졌음을 알리고 여기저기 솟아오른 삘기가 봄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름허릿당의 당신은 생산·물고·호적을 담당하는 서편또 김씨 하르방과 동편또 오름허리 일뤠중저 송씨 할망이고, 서편또 아래는 가는 선 오는 선과 잠녀(해녀)를 관장하는 해신(海神) 요왕또이다. 오름허릿당은 제주시 서부 지역의 뿌리가 되는 당으로 가지가지 송이송이 뻗어 이호와 도두를 비롯한 여러 마을 당신으로 자리잡았다.
△ 용담3동 '다끄네 본향당'과 용담2동 '한두기 본향당'
: 용담3동 다끄네 본향당이 자리잡은 곳은 공교롭게도 제주사대부속고등학교 교정이다. 과거 제주대학이 자리잡고 있을 때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다가 이곳을 다녀가는 마을 사람들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작년에 답사 차 이곳 교정에 자리한 고인돌을 찾았다가 잠시 들렀을 때는 당에 있는 커다란 복숭아가 너무 익어 더러 떨어져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복숭아는 과일 가게에 파는 것을 사먹는 줄만 알지 그냥 따먹는 줄은 모르는 것이다. 제물로 올렸던 과일의 씨가 떨어져 난 것으로 보이는 배나무도 꽃이 지고 나서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 안내판에는 '제주도무속사전'을 낸 민속학자 현용준 박사의 해설이 나와 있다. ……본도에는 옛날부터 토속 신앙으로 마을을 수호하는 할망당(神堂)이 있었다. 이곳은 제주시 용담3동(일명 다끄네)의 수호신을 모신 신당이다. 모셔져 있는 신은 상대왕·중전대부인·정절상군농이다. 이 신들은 본래 용담2동 한내가에 있었다가 고종 19년(1882)에 훼철된 내왓당의 일부로서 중전대부인은 상대왕의 큰 부인이고 정절상군농은 그 작은 부인이다. 신화에 따르면 작은 부인이 임신했을 때 돼지고기를 먹자 부정하다고 내쫓았는데 중절대부인은 궁당으로 가서 좌정하여 산육신의 일을 맡아 쌀로 만든 음식을 받아먹고, 정절상군농은 바깥으로 좌정하여 돼지고기를 받아먹도록 했다. 이래서 궁당으로 옮겨온 후 정절상군농은 아기 일곱을 낳아 잘 길렀다고 한다.
: 마지막 열번째로 찾은 곳은 용연변에 위치해 있는 속칭 한두기 본당이었다. 영주12경으로 잘 알려진 용연야범(龍淵夜泛)은 바로 이곳 용연에 배를 띄워 놓고 경치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 양쪽 병풍처럼 둘러 쳐진 바위에는 마애명(磨崖銘)이 많다. 과거 산책로였던 조그만 오솔길을 확장하는 바람에 한두기 본향 고시락당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어 당국의 무심한 행정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5평 정도로 규모는 작으나 신목과 신석(神石)을 갖춘 아담한 신당이었다.
: 이 당의 본향당신은 생산·물고·호적을 차지한 신이기도 하지만 해신(海神)으로 1만 어부 1만 잠수(해녀)를 차지하여 어로의 풍등을 가져다준다. 때문에 이 당에는 바닷가에 다니는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요왕제를 드린 후, 당에 와서 안녕을 비는 곳이다. 지금은 도로 확장을 하면서 석축을 쌓는 바람에 당이 반 넘게 잠식당하였고 나무도 베어버려 길가에 나앉은 느낌을 준다. 다만 남쪽에 있는 나무에 상동나무가 덮여 신목 구실을 하고 바위 구석 조그만 굴에 촛불을 켰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도였다. 신당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문 소장이 화가 난다고 씨근거리는 것을 애써 달래며 출발점인 제주교육박물관으로 돌아왔다.
: 제주전통문화연구소(소장 문무병)에서 연중 사업으로 시행하는 제주도의 신당 기행은 2000년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을 기준으로 3년간 1회 10여 개의 신당을 답사하고 현장 강좌를 진행하는 진정한 우리 문화 유산 사랑의 첫걸음이며, 지역 문화 바로 알기의 시작이면서, 제주문화사 초유의 제주문화 원류 찾기 대장정이다.
: 잔치와 행사가 많이 겹친 때문인지 모인 회원은 8명 뿐. 유채꽃 잔치와 수학여행의 호기를 맞아 전세 버스를 준비 못하고 승합차 2대를 대기 시켰었는데 1대는 돌려보내야 할 판이다. 홍보가 덜 됐다는 점을 감안 하드라도 참가 인원이 너무 적어 초라하게 생각되었는지,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문 소장을 다독거리며 조촐한 답사는 시작되었다.
: 차에 오르려다 말고 사방을 둘러보니 오랜만에 희뿌연 황사가 걷히고 활짝 개어 있어 조금 전까지 울적했던 심사를 다소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침에 오름 오르는 일행을 배웅하러 갔었는데, 당초 계획되어 있는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은 유채꽃 잔치 장소와 가까이 있어 사람이 너무 많을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대신 고사리를 꺾는 맛으로 서쪽에 있는 왕이메와 폭낭오름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온 터. 궁금하여 전화를 했더니 왕이메 깊은 굼부리('분화구'의 제주어)에는 아직 고사리가 안 났단다.
△ 도남동 '벡질당'과 오등동 '오드싱 본향당'
: 도남동 무지개 아파트 입구에서 과수원이 면해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병문천변에 이르니, 도시 계획 때문에 밀려난 벡질당이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도남동이면 변두리 지역인데도 도시화가 진행되는 바람에 이곳까지 쫓겨오게 된 것이다. 그래 신목(神木)이랍시고 담벼락에 붙은 송악에 걸어놓은 지전물색(백지로 만든 종이돈과 고운 색의 옷감)이 초라한 모습이다. 밖에 15년쯤 된 아직 왜소한 팽나무가 서 있어 허전한 느낌이나 맞은 편에 버티고 서 있는 비슷한 나이의 먹구슬나무가 있어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 이곳의 당신(堂神)은 '벡질할망'과 '하르방'('할망'과 '하르방'은 제주어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의미한다.) 2위를 모신다. 그래 이 당에 오는 사람들은 메(제를 지낼 때 올리는 밥)를 2그릇 준비하며 제일은 수시로 택일(擇日)하여 다닌다. 옛날 서씨 하르방이 밭에 일을 하러 갔는데 점심때가 지나도 부인이 밥을 가지고 오지 않아 몹시 배가 고파 기다리는 중에 늦게서야 부인이 왔다. 까닭을 물으니 못 위에 있는 서낭당에 갔다오다 늦었다 하므로 홧김에 당으로 달려가 불을 질러버렸는데, 그 때 그 곳에 있던 하기새가 날아서 이 마을로 내려오다 앉은 곳에 당을 차린 것이 벡질당이었고, 도시 계획으로 이제 다시 이곳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 마을 주민들이 찾아와 주로 가정의 안녕(安寧)을 기원한다는 당 안에는 얼마 전에 다녀갔는지 반쯤 타다만 양초가 꽂혀 있다. 울타리 밖으로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잘 자라는 뽀리뱅이 몇 포기가 보이고 냇가로는 광대수염이 하얀 꽃 아래 수염을 달고 서 있다. 꿀풀과의 다년초인 광대수염은 꽃과 잎의 생김새가 같은 꿀풀과의 샐비어와 비슷한데, 단지 꽃만 희다. 그 옆 냇가를 따라 신감채 같기도 하고 개사상자 같기도 한 하얀 들꽃이 줄지어 서 있다.
: 오등동의 옛 지명은 오드싱이다. 오등동 병문천 다리인 오봉교를 지나 냇가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가 배고픈다리를 지난 곳 울창한 숲 속에 오드싱 본향당은 자리해 있었다. 당 입구를 막 들어서려는 찰라 매혹적인 꽃이 눈에 들어온다. 병아리꽃나무였다.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대대추나무라고도 하는 이 꽃나무는 잎이 마주나고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으며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주름졌다. 꽃은 5월에 핀다는데 벌써 하얗게 피어났다. 고혹적이라고나 할까. 지름 3∼5cm 됨직한 꽃이 가지 끝에 1개씩 달렸다. 꽃은 관상용으로도 심는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겠다. 이런 귀한 들꽃을 이런 데서 만나다니.
: 마을 사람들은 정월 첫 축일(丑日)에 이곳에 와서 신과세제를 지내나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도 다닌다. 당에 갈 때는 돼지고기는 부정하다 해서 가지고 가지 않으며, 메는 보통 하르방과 할망 몫으로 2그릇을 가지고 가는데, 어떤 때는 산신 몫과 보시기에 담은 아기메까지 4그릇을 가지고 간다. 이 당의 남신(하르방)은 동편에 좌정한 소별왕이고, 여신(할망)은 서편에 좌정한 천신불도 송씨할망이다.
▲ 연동 본향당인 '능당'과 해안동 '독숭굴일뤠당'
: 연동 본당은 남짓은오름 기슭에서 광이오름으로 통하는 한라수목원 산책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었다. 키 큰 소나무 숲길을 따라 들어섰는데 시야에 나타난 엄청난 신목의 웅자(雄姿)는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3∼400년은 되었다 싶은 이 팽나무는 아마 제주도내에 있는 팽나무 중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참을 올려다보아도 눈이 닿지 않을 것 같은 나무의 위용 앞에 한참을 기죽어 서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지가 벌어진 곳에 흙이 쌓여 섬쥐똥나무가 제법 자라 있었다.
: 제단은 커다란 바위 앞에 마련되어 있고 깨끗이 청소를 해 놓았다. 그리고 대단위로 제를 지내는 진 몰라도 술병과 음료수병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지전물색은 없었으나 당 밖 쓰레기장에는 제물(祭物)로 올렸던 과일 부스러기 같은 게 잔뜩 쌓여 있었다. 주위가 괴괴한 것이 금방이라도 당신(堂神)이 나무를 타고 하강(下降)할 것 같은 분위기다. 주위 커다란 나무에서 내려뜨린 으름덩굴에는 보라색 예쁜 꽃이 피어 분위기를 돋운다.
: 이 당은 연동 본향인 '능당'이며 이 당의 신은 천제(天帝)의 아들 다섯 형제라 한다. 하위신까지 12신위를 모시고 있어 마을의 생산·물고·호적을 관장하는 본향신 외에도 아기의 포태를 주는 산육신 명진국 할머니, 아기 피부의 부스럼을 고쳐주는 '보제또', 농사를 돌보는 제석할망 상세경 신중또, 며느리또, 금상할망, 산신또를 모시고 있어 당신들이 마을의 모든 일을 분담하여 관장하고 있는 셈이 된다.
: 설명을 듣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서너 포기 자생하고 있는 범부채꽃이 얼른 눈에 띈다. 그런데 보통 범부채 꽃은 붉은데 이것은 교배종인지 너무 예쁘다. 붓꽃과의 다년초로 산지와 바닷가에서 자라며,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하는데 줄기와 잎이 납짝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건 꽃이 흰 바탕에 보라색 무늬의 각시붓꽃 모양을 하고 있어 신비감마저 들었다.
: 한참 개발하고 있는 신제주 아파트군을 뒤로하고 시 외곽지로 달려간다. 화창한 일요일을 맞은 시내 거리는 한산하고 차도 붐비지 않는다. 팽나무가 많은 해안동 마을 거리를 지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과수원길 다 한 곳 본향당과 이웃한 밭에는 무꽃이 한창 피어나 메밀꽃을 연상시킨다. 대낮에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빛나는 무꽃밭은 백설탕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옆줄에 피어 있는 노란 배추꽃과 대비되어 한층 더 빛나 보인다. 한 동안 꽃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를 촬영하느라 정신없었다.
: 해안동은 1950년까지만 해도 향약을 지키며 당굿을 옛 풍습대로 심방(무당)을 청해다 하였다. 그런데 4·3 이후 재건하여 올라갔을 때는 인구가 줄어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당굿을 하기가 버거웠다. 그래서 마을 회의를 열어 당굿을 간소화하기로 하고, 유교식 마을제로 지내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니 당굿은 3헌관과 집사 2인을 두어 정월에 웃당과 함께 치르고 7월에는 마을 포제를 한다. 신목(神木) 구실을 하는 500년 된 마을 보호수 팽나무 2그루는 크게 수술을 받아 시멘트를 바르고 얌전하게 서 있고 마을제를 지내어서 그런지 당이 크고 잘 정리되었다.
△ 외도동 '대통밧할망당'과 오도롱 '본향당'
: 도평 본당인 벵디 대통밧당은 도평 마을 중심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간 단감나무 과수원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보호수였던 팽나무 한 그루는 바람에 쓰러져 버리고 비교적 수세가 좋은 팽나무 한 그루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광대수염이 무성한 신당으로 들어가 과히 신통치 못한 향기를 맡는데, 자세히 보니 지전물색과 실을 걸어놓은 곳에 진짜 돈 3천 원이 같이 묶여 걸려 있다. 백지에 마름모의 구멍을 뚫어놓은 저승의 돈인 지전(紙錢)을 마련 못한 사람이 궁여지책으로 걸어놓은 것이리라. 어렸을 적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백지는 거둬다 연을 만들고 실은 연줄로, 가끔 발견되는 현금은 사탕을 사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 엄마한테 들키는 날이면 호되게 욕을 먹었지만.
: 속칭 '오도롱'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이호2동의 본향당 소왕상시당은 마을을 갓 지난 잡목림 사이에 있었다. 햇빛이 부서지는 담벼락엔 상동나무가 아직은 익지 않은 열매를 잔뜩 매단 채 서 있다. 원형 보존이 잘 된 아담한 당은 아늑하기만 한데 제물로 올렸던 달걀이 여기저기 구르고 있다. 들고양이들이 먹어보려고 굴리다 만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주민들이 집안에 일이 생기거나 아기가 아팠을 때 찾는 곳이다.
: 당에서 나왔을 때 숲길에는 미나리아재비 꽃이 햇빛을 받아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노랑색 꽃잎이 유난히 윤기가 있어 그렇지 않은 괭이밥이나 양지꽃과 쉽게 구별이 된다. 안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 보았더니 벌통이 놓여 있어 꿀벌이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었다. 보리밭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 출렁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차에 올랐다.
▲이호1동 '붉은왕돌할망당'과 도두 본향당 '오름허릿당'
: 이호1동 본향당인 붉은왕돌할망당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역시 바람결에 보리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바닷물도 시원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신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굴에 들어서는 것처럼 답답함을 지울 수가 없다. 길을 넓히느라 바로 바위 위까지 포장이 되었고 매립해서 바다를 메우고 울타리를 만드느라 양쪽에 끼어 완전히 땅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 그런 대로 잘 꾸며진 신당은 팽나무 3그루, 그리고 보리밥나무가 바위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큰바위 궤 위에 뿌리내린 팽나무에는 삼색의 물색(物色)과 하얀 지전이 치렁치렁 걸려 있고, 3개로 구분된 제단엔 조그만 감실을 만들어 놓아 비가 올 때도 촛불을 켜고 향을 사룰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정월 마을제가 지난 후 해상의 안전과 풍어, 해전 경작의 풍등을 비는 요왕제를 지내고 나서 당에 오기도 하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 택일하여 온다. 어부들은 뱃고사를 지내고 난 후 당에 가서 제를 지내는데 어떤 배에서는 돼지 턱뼈를 제물로 쓰기도 한다.
: 도두 본향당인 오름허릿당은 이름 그대로 도두오름 허리에 자리잡고 있다. 수운교 쪽으로 오름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그대로 보인다. 제일은 초사흘, 초이레, 대보름날이며 보리 수확을 끝내고 또 가을걷이 후에도 치성을 드린다. 당에 갈 때는 메 2그릇과 요왕메 1그릇을 가지고 가며 삶은 계란·과일·생선 등이 제수인데 특히 남신 몫으로는 닭고기를 여신 몫으로는 돼지고기를 올린다. 동쪽으로 20m쯤 떨어진 곳에 마을 포제를 올리는 제단이 있으며, 북쪽으로 면해 있는 동굴에는 사적인 이유로 여러 가지 굿이 행해지는 이곳 도두봉은 신들이 내려와 사는 성소(聖所)이다.
: 들어가는 길섶에 핀 벌노랑이가 봄이 깊어졌음을 알리고 여기저기 솟아오른 삘기가 봄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름허릿당의 당신은 생산·물고·호적을 담당하는 서편또 김씨 하르방과 동편또 오름허리 일뤠중저 송씨 할망이고, 서편또 아래는 가는 선 오는 선과 잠녀(해녀)를 관장하는 해신(海神) 요왕또이다. 오름허릿당은 제주시 서부 지역의 뿌리가 되는 당으로 가지가지 송이송이 뻗어 이호와 도두를 비롯한 여러 마을 당신으로 자리잡았다.
△ 용담3동 '다끄네 본향당'과 용담2동 '한두기 본향당'
: 용담3동 다끄네 본향당이 자리잡은 곳은 공교롭게도 제주사대부속고등학교 교정이다. 과거 제주대학이 자리잡고 있을 때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다가 이곳을 다녀가는 마을 사람들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작년에 답사 차 이곳 교정에 자리한 고인돌을 찾았다가 잠시 들렀을 때는 당에 있는 커다란 복숭아가 너무 익어 더러 떨어져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복숭아는 과일 가게에 파는 것을 사먹는 줄만 알지 그냥 따먹는 줄은 모르는 것이다. 제물로 올렸던 과일의 씨가 떨어져 난 것으로 보이는 배나무도 꽃이 지고 나서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 안내판에는 '제주도무속사전'을 낸 민속학자 현용준 박사의 해설이 나와 있다. ……본도에는 옛날부터 토속 신앙으로 마을을 수호하는 할망당(神堂)이 있었다. 이곳은 제주시 용담3동(일명 다끄네)의 수호신을 모신 신당이다. 모셔져 있는 신은 상대왕·중전대부인·정절상군농이다. 이 신들은 본래 용담2동 한내가에 있었다가 고종 19년(1882)에 훼철된 내왓당의 일부로서 중전대부인은 상대왕의 큰 부인이고 정절상군농은 그 작은 부인이다. 신화에 따르면 작은 부인이 임신했을 때 돼지고기를 먹자 부정하다고 내쫓았는데 중절대부인은 궁당으로 가서 좌정하여 산육신의 일을 맡아 쌀로 만든 음식을 받아먹고, 정절상군농은 바깥으로 좌정하여 돼지고기를 받아먹도록 했다. 이래서 궁당으로 옮겨온 후 정절상군농은 아기 일곱을 낳아 잘 길렀다고 한다.
: 마지막 열번째로 찾은 곳은 용연변에 위치해 있는 속칭 한두기 본당이었다. 영주12경으로 잘 알려진 용연야범(龍淵夜泛)은 바로 이곳 용연에 배를 띄워 놓고 경치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 양쪽 병풍처럼 둘러 쳐진 바위에는 마애명(磨崖銘)이 많다. 과거 산책로였던 조그만 오솔길을 확장하는 바람에 한두기 본향 고시락당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어 당국의 무심한 행정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5평 정도로 규모는 작으나 신목과 신석(神石)을 갖춘 아담한 신당이었다.
: 이 당의 본향당신은 생산·물고·호적을 차지한 신이기도 하지만 해신(海神)으로 1만 어부 1만 잠수(해녀)를 차지하여 어로의 풍등을 가져다준다. 때문에 이 당에는 바닷가에 다니는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요왕제를 드린 후, 당에 와서 안녕을 비는 곳이다. 지금은 도로 확장을 하면서 석축을 쌓는 바람에 당이 반 넘게 잠식당하였고 나무도 베어버려 길가에 나앉은 느낌을 준다. 다만 남쪽에 있는 나무에 상동나무가 덮여 신목 구실을 하고 바위 구석 조그만 굴에 촛불을 켰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도였다. 신당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문 소장이 화가 난다고 씨근거리는 것을 애써 달래며 출발점인 제주교육박물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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