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만나는 주상절리대
♧ 서귀포시 색달동 해안으로 가는 길
지난 토요일(1월 7일). 눈이 너무 와 산길이 막혔다. 그렇다면 바닷가다. 행선지를 바닷가로 결정했을 때, 눈 풍경 사냥을 꿈꾸며 카메라를 메고 온 일행 중 몇은 가볍게 실망하는 눈치다. 그래, 걱정 말아라. 1시간 후에 눈이 휘둥그래질 분위기 있는 곳에 가 있을 테니. 이곳 제주는 이래서 좋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어느 곳이든 쉽게 갈 수 있고, 아름다운 곳이 많아서….
그러나, 공짜는 없는 법. 그곳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멀었다. 서부관광도로가 얼어 있어 모험하지 말자 하고 일주도로로 돌아가야 했다. 한림읍 수원리로 가기 직전 새로 빼놓은 중산간 길로 들어서 협재 한림공원 울타리를 바라보며 월림을 거쳐 서광다원 오설록 박물관에 앞에 이르렀을 때, 길에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어 곡예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 터진 굴이 있는 두번째 주상절리대
다시 중산간 16번도로를 지나 어렵사리 서부관광도로와 만났을 때 그곳 눈이 녹아 있어 차라리 이 길로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다시 샛길로 접어들어 눈 위를 조바심하며 달렸는데 서귀포 지역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앞으로 이 곳을 찾는 분들을 위해 길을 간단히 소개하면, 제2횡단도로(1100도로)건 서부관광도로건, 일주도로건 아무 길이나 선택하여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이르면 된다.
관광단지 입구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돌아 일주도로를 통해 색달동, 예례동으로 가서 바닷가 논짓물로 통하는 길을 물어 거기서 해안을 따라 새로 뽑은 길로 가다보면 갯깍 주상절리대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차에서 내리면 하수종말처리장 건물이 보이고 다리를 지나기 직전 한국반딧불이연구회 지정 제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이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 길이 20m 정도 되는 터진 굴
♧ 눈앞에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절리대
다리를 건너자 우선 바다가 있고 크고 작은 돌이 있고 병풍처럼 거대하게 다가서는 주상절리 절벽이 이어진다. 때맞춰 눈이 펄펄 날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솔직히 이곳은 답사 코스에 넣고 몇 번 오려다 못 와 이번에야 처음 오는 곳이다. 사진에 몇 번 봤지만 이 정도로 크고 규모가 큰지 몰랐다.
물론 중문 관광단지 하이아트 호텔 산책길을 걸어 나무 계단을 돌아내려 갈 수 있는 바닷가 속칭 조른모살(짧은 모래란 뜻으로 해수욕장의 길이가 짧음을 뜻함) 절리대는 보았지만 그곳 것은 이곳처럼 웅장하지 않고 무늬도 다양하지 못하다. 큰돌을 치우고 평평하게 고른 뒤 자갈을 깔아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참 돌아갔을 때서야 이곳이 그곳과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근 1㎞가 넘는 엄청난 규모가 아닌가?
* 해식동굴 바위그늘 집자리 유적 안 모습
고개 아프도록 아찔한 절벽을 쳐다보며 30여m 이르렀을 때 커다란 굴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터진 굴(窟). 양쪽으로 트여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호기심에 그곳을 통과해 나왔을 때 그곳에는 전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눈 개인 하늘에 태양이 빛나고 갯쑥부쟁이가 활짝 피어있다. 그리고, 주변엔 아직 지지 못한 산국(山菊)이 노란색을 뽐낸다.
다시 조금 걸어들어 갔을 때 지난 번 신문에서 본 해식동굴, 바위그늘집자리가 나타났다. 허겁지겁 들어가 길쭉하게 뚫려 있는 굴 안을 살폈다. 발굴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이 바로 '다람쥐굴'로 적갈색 무문토기편들이 출토된 색달동 해식동굴 유적이다. 해식동굴이 이렇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 일대는 주상절리 단애의 형성과정 중에 일어났던 해수면 변동과 구조운동, 신생대 제4기의 빙하성 해수면 변동을 살피는데 중요한 학술자원이 되겠다.
* 도저히 한꺼번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주상절리대(사람의 키와 높이를 비교해 보세요.)
♧ 주상절리란 무엇인가
주상절리(柱狀節理, pillar-shaped joint)란 '기둥 모양으로 생긴 바위와 길쭉하게 그어진 금'을 말한다. 높은 곳에 있는 화산에서 솟아난 엄청난 양의 용암은 지면을 빠른 속도로 흘러 바닷물과 만나면 급격히 온도가 떨어져 수축(收縮)하게 되는데, 그 때 생기는 틈이다. 그것이 육각형 같은 다각형(多角形)이 되는 이유는 물과 만난 마그마의 표면은 급속도로 식어서 굳는 반면 내부의 마그마는 외부의 온도 하강으로 굳어진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천천히 굳어지면서 수직방향으로 갈라져 기둥 형태의 모양을 나타내게 되는데, 온도가 낮아지면 마그마 성분이 수축 작용을 하게 되어 이때 힘의 균형을 이루며 거의 정육각형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하기는 주상절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갈라지는 편상절리도 있고, 모양에 따라 방상절리, 불규칙 절리, 풍화절리, 층상절리도 있다. 처음 생성된 암석에서는 이들 틈이 잘 보이지 않으나 풍화를 받으면 틈에 따라 풍화가 먼저 진행되므로 오랜 시일이 지나면 굵은 틈이 나타나게 된다. 이곳 바닷가는 자주 태풍이 지나는 길목으로 풍화작용의 폭이 크다.
* 주상절리대 앞 바닷가 풍경(위 중간에 가마우지가 보이고 그 뒤가 컨벤션센터 건물)
이런 절리는 주로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에서 보이는데, 제주도에는 한라산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해안에는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절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으며, 유명한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이런 지형에 형성된 폭포이다. 바로 제주도 돌의 대표적인 것이 현무암인데 바로 이 바위가 화산암에 속한다.
경북 포항 달전리에 가면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작년에 지정된 주상절리가 있는데, 문화재청의 발표 자료에는 그 규모가 높이 20m, 폭 1백m이며 약 2백만 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 한다. 제주인 경우 그 유명한 대포동 지삿개 주상절리가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뿐, 이 색달 해안 주상절리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풋풋한 곳이다.
* 바위가 일부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대
♧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주상절리
작년에 국비 1억 8천만 원과 지방비 1억 8천만을 들여 진입이 어려웠던 해안을 정비하고 해안도로와 산책로를 만들어 접근이 쉬워진 색달 해안 갯깍 주상절리대는 최대 높이 40m, 폭 약 1km에 달하는데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이곳 갯깍 동쪽은 해식동굴이 발달되어 있으며, 시원한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더욱 빛난다.
하이아트로 진입할 수 있는 조른모살 해수욕장의 병풍바위 주상절리대는 만물상을 닮은 천혜의 절경으로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된다. 높이 약 40m에 폭은 약 200m에 이르며, 수직절리의 발달에 따른 수평결절과 주상절리의 침식에 따른 기암의 발달이 특징적이다. 아직 두 곳을 잇는 통로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거친 바윗길을 걸으면 얼마든지 오갈 수 있다.
* 가끔씩 내비치는 햇빛이 반사되는 잔잔한 겨울 바다
제주의 지질학을 연구하고 있는 강순석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주상절리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연회색의 하와이아이트성 용암으로 갯깍지역은 비현정질이며 하얏트호텔 앞으로 갈수록 큰 장석 반정을 많이 포함하는 용암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용암은 과거 중문조면암군으로 분류했던 용암으로 서귀포 하와이아이트에 직접 대비되며, 서귀포 하와이아이트의 절대 연대치가 41∼55만 년 전이므로 이 지역의 용암도 그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갯깍 동쪽의 해식동굴이 발달되어 있는 지역, 조른모살 해수욕장의 병풍바위 지역 및 하얏트호텔 앞의 주상절리가 무너지는 현장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조른모살 해수욕장의 병풍바위는 해수욕장의 만입부를 마치 병풍을 첩첩이 펼쳐놓은 것과 같은 모습으로 주상절리의 높이 약 40m, 폭 약 2백m 정도로서 수직절리의 발달에 따른 수축작용을 반영하는 수평결절과 주상절리의 침식에 따른 기암의 발달이 특징적이다.
* 구름과 잘 어울리는 비정형의 주상절리대
♧ 우리만 보기에 아까운 풍정(風情)
갖가지 형태의 주상절리 절벽 곳곳에 피어 있는 갯쑥부쟁이와 절벽 끝에 자란 나무 그리고 비정형의 절리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양을 감상하다 보니 목이 뻐근하다. 목운동도 할 겸 바다를 바라보는데, 바다 가운데 바위에 가마우지들이 앉아 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디카로 땡겼더니 조금 흐릿하다.
일행들이 몰려와 삼각대를 세운다 조리개를 맞춘다 야단이지만 이 녀석들 더욱 신이 났는지 날개쭉지를 벌리며 기꺼이 포즈를 잡았다. 희안한 녀석들이다. 불만이라면 뒤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건물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 아래쪽이 유명한 대포 지삿개 주상절리가 있는 곳이다. 호기심과 관찰력이 남다른 나는 잽싸게 그곳을 나와 해수욕장과 만나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 당겨 찍은 바위 위의 가마우지 떼(같이 갔던 영주 것을 빌려옴)
'갯깍'이라는 이름은 '바닷가 혹은 포구의 끝'을 이른다. '갯마을', '갯내음'의 '갯-'과 '끝'의 뜻을 가진 '깍'의 합성어이다. 예례동 '논짓물'이란 물 가까운 곳 조그만 포구의 끝에 있다는 뜻이리라. 오늘 '눈이 펄펄 날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날씨, 흐르는 구름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광경을 환상적으로 바라보는 일행 아홉은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 자유로이 풍정(風情)을 받아들이며 한껏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이 흘러 12시를 넘긴다. 다음 행선지와 점심, 그리고 돌아갈 시간을 가늠하며 서둘러 기념 사진을 찍고는 차에 오른다. 해안도로를 따라 나오다가 몇 번이고 차를 멈춰 아름다운 바위와 바다, 파도가 어울려 연출하는 풍경을 찍었다. 아직도 내가 모른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그래서 이곳 제주에 사는 내가 너무 행복하다.
* 떨어져 나간 윗부분을 보여주는 주상절리대
'향토문화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촌 돌하르방 공원 (1) (0) | 2006.01.24 |
---|---|
난드르 해안의 바위와 시 (0) | 2006.01.21 |
오설록 녹차 박물관에서 (0) | 2006.01.06 |
용머리에 와 보셨나요 (0) | 2006.01.04 |
제주 민속 신앙 유적을 찾아 (0) | 2005.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