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
면적 1,847.1㎢밖에 안 되는 제주도. 그러나 가는 곳곳마다
볼거리 천지다.
쉬지 않고 구석구석 안 돌아다닌 곳 없다는 나도 가끔 놀라는 풍경이 숨었다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보배이면서 동양의 진주라 하나 보다. 작년 11월에만 1주일 시차를 두고 두 번 용머리를 돌았다. 태풍을 온몸으로 받는 무른 살이
점점 파고들어 만들어낸 형상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절제된 이미지다.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잘라 번쩍번쩍 빛나는 언어로 짓는 시(詩)처럼, 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만큼의 메시지를 준다. 거기에 운치를 하나 더한다면 몇 굽이를 돌다가 만난 제주도 할머니 해녀(?)가 썰어주는 소라에 소주 한
병을 들이키고 둥둥 떠다니는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를 감상하는 맛이라니….
* 술마시고 마라도를 땡겼더니…
위에서 보면 용머리로부터 몸체가 꿈틀대는 것 같아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냥 믿어도 될 것 같고, 이런 전설이 그를 뒷받침하려나?
'옛날 중국의 시황은 천하를 통일했으나 늘 자신이 이룩한 왕국이
위협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다가 만리장성을 쌓아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리서(地理書)를 보게 했더니, 탐라섬에 왕후지지(王侯之地)가
있어 제왕이 태어나리라 하니 더욱 염려스러웠다. 이에 땅속을 훤히 보는 풍수사 호종단(胡宗旦)을 파견하여 맥을 끊고 혈을 떠서 기(氣)를 아예
죽여버리라고 명령했다. 호종단은 구좌읍 종달리로 들어와 남쪽으로 차근차근 혈과 맥을 끊어나갔다.
그가 산방산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산의 맥이 곧바로 앞 바다로 뻗어내려 막 태평양으로 나가려고 용머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저게 바로 왕후지지다. 저 놈의 맥과 혈만 끊어버리면 만사 끝이다. 그는 한달음에 산을 내려가 막 고개를 내밀고 바다로 나가려는 용의 꼬리를 한 칼에 쳐 끊고 다시 잔등을 내리쳐 끊은 다음 머리를 내리치려고 하자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면서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 같은 신음을 토하며 슬프게 울었다. 이렇게 하여 왕후지지의 맥이 끊기고 말았다 한다.'
* 산방산 앞으로 복원해 세워 놓은 하멜 표류 배
▲ 용머리도 오름의 하나
1997년 12월 제주도에서 펴낸 '제주의 오름'에는 용머리가
엄연히 368개의 오름 중 하나로 나와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112-1번지 일대에 위치하며, 표고 48.5m, 비고 43m, 둘레
1,597m, 넓이 59,515㎡, 저경 535m의 원추형 오름으로 분류된다.
응회암으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산방산 정남 방향으로 약 600m 바다로 뻗어 있는 응회암(tuff)의 해안침식 지형이다. 산방산 앞의 국도변에서 현재 산방굴사와 연계된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으며, 용머리 퇴적암층의 해안단애에 발달된 파식대(波蝕帶)를 따라 퇴적암층을 일주할 수 있는 자연적인 해안관광 코스가 개설되어 있다.
* 용머리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한라산
주변의 단산, 금산과 함께 제주도 최고기(最高期)의 응회암층으로
알려져 있고, 파도에 의해 침식이 상당히 진행되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으나, 현재의 위치에서 동측 단애 쪽이 화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머리 응회암층은 산방산 조면암질 안산암의 관입에 의해 형성된 단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용머리 관광지에서 동쪽 해안으로
내려가는 관광순로상의 틈은 폭이 1∼2m정도의 단층면이다.
용머리 관광지로 내려가는 진입로 왼쪽에는 네덜란드인 하멜이 지난 1653년 8월16일 일행과 함께 항해하다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 9개월간 체류한 것을 기념하는 '하멜기념비'가 있고, 한 바퀴 돌아온 곳에 조선 효종 때 무역을 위해 일본으로 항해하다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돼 제주도에 표착했던 하멜이 타고 왔던 범선을 재현해서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전시하고 있다.
* 결혼 기념 여행 온 중년부부에게 키스신을 요구하는 기사와 할머니 해녀들
▲ 지층 / 허만하
연대기란 원래 없는 것이다. 짓밟히고 만 고유한 목숨의
꿈이 있었을
따름이다. 수직으로 잘린 산자락이 속살처럼
드러낸 지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총 저수면적
7.83평방킬로미터의 시퍼런 깊이에
잠긴 마을과 들녘은 보
이지 않았으나 묻힌 야산 위 키 큰 한 그루 미루나무 가지
끝이 가을 햇살처럼 눈부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라져
라, 사라져라, 흔적도 없이 정갈하게 사라져라. 시간의 기
슭을 걷고 있는 나그네여. 애절한 목소리는 차오르는 수위
에
묻혀가고 있었다.
△ 퇴적암 지층 1 / 서정윤
코끼리뼈들을 진주로 바꾸기 위한
위험한 시간,
태양은 아침부터 사막을 만들어가고
신들의 후계자를 지목하기 위한
모임을
갖는다.
누군가 나의 무덤 동굴을 열어
내 부활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나의 꿈들을 하늘에 뿌리어만 준다면,
나는
지팡이를 여기에 꽂고
태양으로 떠오를 준비를 할 텐데.
부드러운 진흙의 답답함
침묵의 견딜 수 없는 수많은 날이
지나고
두어 평 땅 속에 우리는 물고기와, 조개 껍데기, 그리고
자신의 화석을 만들고 있다.
가슴에 용암의 뜨거움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한다.
▲ 퇴적암 지층 2 / 서정윤
버릴 것은 버리고 살아야 한다.
깨어진 우리들의
질서를
지켜보기에도 지쳐버린 우울
어쩌면
누군가의 낙서로서, 또 어쩌면
한갓 복수의 아픔 같은 것으로
슬픔은 지쳐
있었다.
흐르지 못한 우리의 눈물,
고대 전설의 도시만큼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지만
아직 참아야 할 부분의
고통들이
바람의 다른 손을 잡고서
별빛으로 가슴에 쌓인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내 책장의 우울한 별빛들이
떨리는 겨울
햇살을 찢어놓고
점차 투명해져 가는 눈물 자국을 지운다.
버리고 싶은 육신의 여행
날지도 못할 우리 가난한 영혼들이
마차 바퀴자국같이
서로 엇갈려 지나가고
아스라한 무덤의 잡초처럼
지쳐 있는 인간의 별빛
한 켜 지층을 쓰고
누워
자신의 뼈를 가장 빛나게 갈아
눈물을 흘리듯이 태연히 잊혀지고 있다.
♬ Hamabe no Uta (해변의 노래 )/ 첼로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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