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표현을 하고 있는 재해석 돌하르방
♧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
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 976번지. 작년 10월 22일에 개관한
북촌 돌하르방공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데 제주 수선화 몇 송이 안은 돌하르방이 아는 체를 한다. 응∼. 돌하르방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점심 때 맛있게 먹은 아구찜과 막걸리의 탓인지 흥취가 도도해져 막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데, 정작 손을 내민 것은 공원의 대표로 있는 김남흥
화백이다.
돌을 다듬느라 투박해진 손을 꼭 쥐고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니, 돌가루를 써서 그런지 돌하르방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선입견이라는 것은 사람의 눈을 멀게도 하는 것인가 보다 하고 들어서는데, 어렸을 적 자주 보았던 골목 담벼락이 막아선다. 안의 전시장이 휑하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에 벌써 고개가 끄덕여진다.
* 성담 안에 서 있는 공원 대표 김남흥 화백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에 원래 있었던 돌하르방 48기를 재현해낸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 터라 나누어주는 안내서를 찬찬히 뜯어본다. 이 공원을 기획하고 자료 수집으로부터 제작, 전시에 이르기까지에는 다섯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먼저 대표로 있는 김남흥(1967년생)은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1990)하고 미술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며
두어 차례 개인전을 연 제주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다.
다음 이옥문(1968년생) 역시 제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해 제주대전 등에서 몇 차례 입상하고 여러 전시회를 거친 제주도 미술대전 추천작가이며, 이창현(1969년생) 역시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에다 여러 차례 미술대전에 수상한 제주도 미술대전 추천작가이다. 세 젊은이가 같은 길을 걸어온 작가라면 오차욱(1973년생)은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졸업한 디자이너, 황유니(1982년생)는 제주관광대학교 귀금속공예과를 나온 공예인이라는 게 다르다.
* 색이 다른 돌로 만들다 만 돌하르방
♣ 그리 오래지 않은 돌하르방의 역사
원래 석상(石像)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집트의 고대 오리엔트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스핑크스도 잘
알려진 석상이고, 칠레 해안 서쪽의 남태평양상에 있는 이스터섬 유적인 라노라라쿠 화산의 연한 바위로 만든 거석상 모아이는 지금까지 미스테리로
남아 있어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기도 한다. 돌은 오래가기 때문에 옛 문명 중 숭배의 대상을 만들어 전해지는 것이 많고, 최근까지
불상(佛像)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제주도의 상징인 돌하르방의 역사에 대한 기록은 가장 오래된 것이 1754년(영조 30년)에 담수계(淡水契)에서 펴낸 '탐라지(耽羅誌)'에 김몽규(金夢奎) 목사가 창건했다는 기록이다. 오늘날에는 돌하르방으로 정착되었지만 기록에는 우석목(偶石木), 무석목(武石木), 벅수머리, 옹중석(翁仲石) 등으로 불리어왔다. 그러던 것이 1971년 지방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되면서 공식 명칭이 된 것이다.
* 제주국제공항의 것을 재현한 돌하르방과 오른쪽 제주시청 입구의 것
돌하르방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성문(城門) 입구에 세워졌던
것이나, 현재는 제주 시내에 21기, 서울국립민속박물관 2기, 성읍 12기, 대정 13기(미완 1기 포함) 도합 48기가 남아 있다. 요즘에는
원래의 것말고 새로 크고 작은 것들을 만들어 여러 곳에 세워 놓아 혼동을 유발하고 있지만 원래는 제주목의 동문, 서문, 남문 앞에는 양쪽에 짝을
지어 각각 8기씩 24기, 정의현과 대정현의 3문 앞에는 각각 4기씩 24기가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제주목(濟州牧)의 것은 일제 때 성이 헐리면서 주요 기관 앞으로 이전되었는데, 지금의 삼성혈 입구 양쪽과 삼성혈 안 양쪽, 관덕정 입구 양쪽과 관덕정 뒤 양쪽, KBS 제주방송총국 입구 양쪽, 제주대학교 입구 양쪽과 현관 앞 양쪽, 제주시청 현관 양쪽, 자연사박물관 입구 양쪽, 제주국제공항 양쪽, 국립 제주박물관 양쪽, 그리고 목석원의 것은 옆으로 갈라져 동문 밖 돌담에 있던 것을 붙인 것이고, 서울 경복궁 안 국립민속박물관 입구에 2기가 나가 있다. 그런데 24기가 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행방불명된 셈이다.
* 대정 서문터에 있는 것을 복원한 돌하르방
성읍민속마을 지정으로 비교적 옛것이 많이 남아 있는 정의현(旌義縣)의 것은 지금 성의 많이 복원되어 있어 동서남 각 성문 앞에 4기씩이 있고, 근래에 들어서야 성을 조금 복원한 대정현(大靜縣)에는 보성초등학교 입구에 2기와 안에 1기, 보성리사무소 앞 양쪽, 보성상동 옛 정미소 옆에 1기, 추사관 입구 2기, 동문터 옆 1기, 서문터 옆 2기, 남문터 옆 1기로 흩어져 있다. 또한 보성리에는 미완(未完)의 돌하르방 1기가 개인 주택 마당에 뉘어 있는데, 모자 부분과 눈코, 손발 등을 만들다 실패했는지 그냥 남아 있다.
* 힘이 장사처럼 보이는 우직한 돌하르방
♧ 원기 48기 외에 응용 작품도 전시
이 돌하르방 공원에는 원래 있었던 옛것(원기) 48기의 크기를
재고,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하여 꼭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지역별로 모아 세운 것 외에도 돌하르방의 재질인 현무암을 이용해 돌하르방의 활동
모습을 만들어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그 준비 과정을 보면 먼저 제주에서 나고 자란 30대의 젊은 예술가 다섯 분이 옛 제주인의 삶을 돌아보며
새롭게 제주의 정체성을 찾아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공원부지는 총 4,500평으로 빌레(암반)와 가시덤불, 소나무, 작은 잡목으로 이루어진 곳을 구했고, 1999년부터 자료조사와 실측을 통해 제주의 대표적인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돌하르방을 테마로 하여 차곡차곡 준비해서 작년에 개관한 것이다. 그곳에는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희귀한 초목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 체험 학습장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 한다.
* 공원 배치도
전시장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계획적이고 구성을 잘해놓았다는 점과
다양하게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위 그림을 보면 잘 알 것이다. 1. 주차장, 2. 공원 입구, 3. 전망대,
4. 현존 돌하르방 원기 48기 전시 공간, 5. 관리소 및 휴게실, 6. 돌하르방 기능 창작 전시 공간, 7.
돌하르방 재해석 전시 공간, 8. 쉼터, 9. 쉼터 및 돌하르방 재해석 전시 공간, 10. 돌하르방 음악대 전시 공간,
11. 제주형 정원, 12.∼ 13. 원두막, 14. ∼ 17. 관리동, 18. 체험학습장, 19. 돌하르방 재해석 전시 공간,
20. 숙박 시설, 21. 출구
또한 공원 체험 학습으로, 자연을 벗삼아 화가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 속에서 제주의 문화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다양한 미술 기법을 활용한 체험 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돌하르방을 보고 듣고 만지며 관찰하여 그리기, 목판, 동판, 석판, 고무판을 이용해 찍기, 흙 성형하여 만들기, 탁본하기 등이고, 가마를
만들어 토우도 구워내고 있다. (계속)
▲ 공원 홈페이지 주소 http://www.dolharbangpark.com/
* 손을 모아 쥐고 노래 부르는 돌하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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