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오름 이야기

단산과 송악산에서

김창집 2004. 5. 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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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늘 모이는 곳 윗쪽에 자리한 제석사의 연등

 

제주섬 남서쪽 끝에 자리한 단산과 송악산.
나는 이 두 오름을 사랑합니다.

 

높다거나 화려하다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좋습니다.

수수하고 다정한 모습이

 

아니, 아무 때나 누구하고나 가도 
받아들이는 오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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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 굴이 있는 단산 북봉우리

 

몇 년 전 조선일보 월간 '산(山)'의
두 기자와 함께 산방산에 올랐습니다.

 

힘들게 올라 옷이 흠뻑 젖어 벗어 짰는데도
3시간 넘도록 안개가 걷히지 않자
"이 양반들 어제 부정한 짓 한 거 아냐?" 하면서
내려와 자리물회 먹고 단산으로 갔습니다.

 

비록 몸집은 작아도 뼈대가 있어
제주도의 월출산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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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엔 단순하고 낮은 것 같지만 바위로 되어 있는 남봉

 

두 사람은 나의 말을 믿고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올랐습니다.

 

전날 다랑쉬오름과 물찻오름을 오르며
너무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남봉에 오르고 나니 다시 칭찬하데요.

 

너무 멋있다고 하면서

부지런히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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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 솟아오른 바위로 이루어진 남봉 아랫자락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빽을 믿고 같이 간 분들을
그곳 남봉으로 모셨습니다.

 

남들은 요까지것 하고
그냥 싱겁게 올랐지만
일행 중 두 사람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헬기장을 닮은 남봉에 올라갔을 때
마치 극락세계에 온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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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송악산 분화구 남벽 

 

맞습니다.
세상에서 어렵게 도달한 정상은
비록 모자람이 있더라도 항상 아름다운 법입니다.

 

비가 오는 송악산은 젊어서 좋았습니다.
한 번 터지고, 두 번 터지고
세 번째 터진 분화구가 점점 사람들을 닮아 때묻어 갑니다.

 

우리가 가는 길
언젠가 지났던 길일 수도 있지만
걸을 때마다 항상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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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악산 사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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