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녘의 문화유산 - 평양에서 온 국보들'을 보고
* 포스터 고려 태조상 - 고려, 개성시 해선리 현릉, 높이 138.3cm, 국보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회
2006. 8. 11. 금요일. 맑음. 09:10. 답사단을 태운 점보기가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결국 북녘의 국보들을 보게 되는구나'하는 안도(安堵)의 숨을 내쉬었다. 지난 6월 13일 북녘의 문화유산이 금강산을 통해 들어온 '평양에서 온 국보들' 전시회가 시작되면서 '어떻게 저걸 봐야겠는데…' 하는 마음이 막연히 들면서 방학을 기다려 탐문회 답사로 가기로 하고 회원을 모집한 결과 20명에서 턱걸이해서 어떡 허나 하고 망설여왔다.
그렇다고 혼자 가기도 멋쩍은데 8월 16일까지 전시와 방학은 끝나가자 재무이사와 의논해서 몇 사람 더 붙여 강행하기로 했다. 사실이지 30명은 되어야 대형 버스 차량비가 적게 드는데 그래도 돈을 내고 신청한 20명의 회원들도 그렇고, 한 번 계획하고도 가지 못하는 전례도 남겨서 안 되겠고 해서 몇 분을 더 모시고 가게 된 것이다. 여행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 가벼운 흥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 팽이형 토기 - 청동기 시대,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남경 유적. 높이 25cm
김포공항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던 2명을 더 태우고 도합 23명이 박물관으로 달린다. 언제나 밖에 나오면 답사 현장까지 가는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이 시간을 이용해서 간단히 그 날의 일정과 주의 사항을 전달한 후 회장 인사를 끝낸 다음, 어차피 며칠 동안 같이 지내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 소개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답사에 임하는 소감을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나처럼 특별전을 보고 싶었다는 내용이 제일 많았다.
물론 이 전시회가 끝나면 8월 28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회를 갖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살아 생전에 다시 볼 수 있겠느냐는 할아버지 말씀도 있었다. 박물관 대학을 수료하고 나서 10여년 동안 답사 다니면서 국내 박물관은 물론 이웃나라 박물관까지 돌아다녔지만, 우리나라 옛땅 북부지역의 선사문화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유물들이 항상 미흡했는데, 이번 특별전은 이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 타래무늬 토기 - 신석기시대, 라선시 서포항 유적. 높이 26cm. 준국보
▲ 선사문화의 복원
이번에 서울에 넘어온 북한 조선중앙력사박물관 소장 중요 문화재 90점 중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국보 50점, 준국보 11점을 포함한 90점이지만 그 중 선사문화에 관한 것은 한반도에서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구석기와 청동기인 '상원 검은모루 출토 구석기'와 '신암리 출토 청동칼'과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악기(樂器)인 '서포항 출토 뼈피리' 등이 주목할 만하다.
광복 이후 북한에서는 유물사관에 입각한 역사 해석, 즉 원시공동체 사회에서 계급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물질적 증거를 찾는데 고고학(考古學)만큼 중요한 것이 없음을 인식하고 고고학 발굴조사에 힘 기울여 왔다고 한다. 그 결과를 근거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학자에 의해 이루어진 그들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였으며, 우리 민족의 고유성과 영구성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쳤다.
* 점선띠무늬 토기 - 신석기시대, 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 유적. 높이 15cm
그 동안의 중요한 연구 성과를 보면, 1962년 라선시 굴포리 서포항 유적의 발굴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구석기 시대 유적이 존재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평남 온천 운하리 궁산 유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조사된 신석기 시대 집자리 유적으로 당시의 주거양상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광복 전 일인 학자들은 한반도에는 청동기 시대가 없이 바로 돌, 구리, 철을 함께 사용했다는 이른 바 금속병용기설을 주장하였었다. 이런 유적의 발견으로 그 설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구석기 시대 유물로는 평양시 상원시 검은모루 유적으로 국보인 찌르개, 뗀석기, 주먹도끼와 동굴곰 위턱뼈 등이,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표대 유적인 국보 빗살무늬토기와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남경 유적인 빗살무늬토기, 신석기시대 번개무늬 토기 등이 와 있었다. 그리고 청동기 유물로 라선시 굴포리 서포항 유적인 준국보 뼈피리, 평안북도 용천군 신암리 유적인 준국보 손칼, 그리고 톱니날 토기, 간돌칼, 팽이형 토기 등이 있다.
* 빗살무늬토기 - 신석기시대,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남경 유적. 높이 80cm
① 빗살무늬토기 -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표대 유적, 신석기시대, 높이 90.0cm, 국보
1994년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 연구소에서 발굴 조사한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표대 유적 제89호 집자리에서 출토되었다. 간결한 V자 모양에 바닥을 제외한 그릇 전면에 가로로 된 생선뼈무늬(橫走魚骨文)를 새긴 이른바 '금탄리Ⅱ식 토기'이다. 바탕 흙에는 굵은 모래가 섞여 있다. 무늬는 아가리 바로 아래부터 빼곡이 새겨져 있다. 그릇의 크기는 높이가 90cm 이상으로, 저장용 그릇인 '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대형이다.
신석기시대 후기가 되면 유적에서 출토되는 농기구의 수와 종류가 증가하고 또한 조, 피 등의 탄화된 곡물도 함께 나온다. 이와 더불어 대형 독의 양도 증가한다. 이러한 유물상의 변화는 생업경제에 있어 농경의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 뼈피리 - 청동기 시대, 함북 서포항유적. 높이 17.2cm, 지름 1.4cm 준국보
② 뼈피리 - 함경북도 선봉군 서포항유적, 청동기시대, 길이 17.2, 지름 1.4cm, 준국보
조류의 다리뼈를 잘라서 만든 피리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고(最古)의 악기이다. 세장한 원통형으로, 가운데가 완전히 관통되어 있고 동체면에 한 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13개의 구멍이 뚫려져 있다. 구멍 사이의 간격은 대체로 1cm 내외다. 양끝의 한쪽은 제대로 남아 있고, 다른 한쪽은 좀 파손된 상태로 출토되었다.
함경북도 선봉군(옛 웅기군) 굴포리 서포항동에서 1961년 발굴되었다. 서포항유적은 1960부터 1964년까지 5차에 걸쳐 실시된 발굴조사에서 구석기시대의 2개 문화층과 신석기시대의 5개 문화층, 그리고 청동기시대의 2개의 문화층 등 시기를 달리하는 9개의 문화층이 확인되었다. 뼈피리는 1호 무덤에서 북쪽으로 3m지점의 청동기시대 제1기층에서 출토되었다. 대체로 기원전 2000년기 후반으로 편년된다.
* 팽이형 토기 - 청동기 시대, 평양시 송호구역 립석유적. 높이 35.4cm
△ 고조선의 재발견
특별전시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1만원에다 3만원자리 도록(圖錄)은 못 사고 5천원 짜리 간단한 해설서를 사야 했다. 입구에 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되어 있어 여기에 올린 사진은 해설서에 나오는 것을 스캔한 것이다. 앞에서 보듯 우리측에서 골랐는지 우리 유물을 보완해주는 선에서 중요하고 간략한 것들만 골라온 것이다.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인 학자의 주장을 극복하고 나서는 유물사관에 입각해서 역사의 발전 단계를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삼국의 앞 단계인 고조선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초반에 전개된 고조선 논쟁에 도유호를 비롯한 많은 고고학자들이 참가하여 중심지를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다수의 고고학자들은 평양 일대 낙랑군 유적을 근거로 평양성을 주장하였지만, 1963년 이후 북한 학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요령설로 정리되기에 이른다.
* 미송리형 토기 - 고조선, 평양시 삼석구역 호남리 남경 유적. 높이 21cm
1963∼1965년 조중 공동 고고학 발굴대의 강상무덤, 누상무덤 등의 발굴 조사는 고고학적으로 요령설을 방증하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해주었다. 1970∼1980년대는 요령에서 서북한 지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하나의 문화 단위로 파악하여, 요령식 동검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기원전 천년기 전반기의 요령지역 문화와 후반기 서북한의 한국식 동검 문화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함으로써, 고고학적 고조선의 시간적, 공간적 틀을 거시적으로 설명하였다.
1990년대 초까지 이루어진 북한 학계의 연구는 오로지 요령설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1993년 단군릉 발굴을 계기로 단군과 단군조선을 역사적 실재로 인정함에 따라, 고조선의 중심지는 다시 평양설로 정리되기에 이르렀다. 고조선의 유물로는 중국 요령성 여대시 강상 유적 18호 무덤의 준국보 요령식 동검을 비롯해서 미송리형 토기, 구슬, 신성동 유적의 요령식 동검, 검은 간토기, 거친무늬 거울, 한국식 동검 등이다. (계속)
* 신성동 유적 - 고조선, 평양시 순안구역 신성동 돌널무덤. 검은간토기, 거친무늬 거울, 요령식 동검, 칼자루끝장식.
♬ Maria Elena - Claude Ci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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