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구석기실의 '슴베찌르개'

김창집 2006. 8. 27. 00:08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관을 보고 나서 (1)

 

 

 '북녘의 문화유산 - 평양에서 온 국보들' 보고 나왔는데 시간이 꽤나 흘렀다. 약속 시간이 1시간 반쯤밖에 안 남아 고고관이나 훑고 가리라 마음 먹고 1층에 있는 고고관으로 들어가면서 안내도를 보니, 구석기실부터 발해실까지 10칸으로 나누어놓았고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허긴 지금까지는 기왕 만들어진 건물을 이용해 전시했고, 이곳은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는 무모한 생각을 한다. 하루종일 걸려서라도 이 박물관을 다 보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덤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할 수도 없을뿐더러 다 이해될 리도 없다. 그래서 1시간 반 동안 이 고고실만 보면 본전을 빼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그 부분을 다시 와 보면 될 게 아닌가?     

 

 전시관에는 후렛쉬를 사용하지 말고 비디오 촬영을 금지하는 표시가 곳곳에 있어 디카로 그냥 잡아놓았더니, 누렇게 보기가 싫다. 나중에 도록(圖錄)을 사서 스캔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나올 때 너무 비싼 것만 있어 간략히 정리된 것을 찾았는데 떨어졌단다. 어쩔 수 없이 박물관 홈에 들어가서 글과 사진 일부를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 Paleolithic Period)는  

 

 구석기시대는 유인원과 갈라져 진화를 시작한 인류가 도구를 만들고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루어 낸 최초의 문화 단계이다. 뗀석기(打製石器)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데, 전기 구석기시대(약 250만∼20만 년전)의 유적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인류 선조라고 생각되는 화석과 더불어 간단하게 떼어 만든 자갈돌석기가 발견되고 있다. 좀더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서 만든 찍개공작이라 불리는 전기 구석기시대 전통은 지구의 동반구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이 전통은 곧선사람(直立原人, Homo erectus)이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구석기시대는 인류의 진화 과정과 도구의 발달 정도에 따라 전기 - 중기 - 후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곧선사람)의 시대로 여러 기능을 가진 찍개류, 주먹도끼 등의 큰 석기를 사용한 시기였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사람)가 살았던 중기에는 석기가 점차 작아지고 기능도 분화되어 여러 종류의 석기들이 만들어졌다. 후기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슬기사람)의 시대로, 돌날기법이 등장하여 석기 제작 능률이 향상되었다. 이어 작은 돌날을 나무나 뿔에 결합하여 사용하는 등 정교하고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도구가 만들어졌다.

 

 약 4만 년 전에 시작하는 후기 구석기시대는 지역에 따라 독특한 석기문화가 발전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구대륙의 여러 곳과 신대륙의 가장 오랜 석기문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엿보인다. 해부학상으로 현대인에 속하는 화석(크로마뇽인)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석기는 매우 복합적이고 전문화되었으며, 그 유형이 다양하였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예술전통이 독특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학자들은 구석기시대의 예술품을 2가지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크기가 작은 조각품이며, 다른 하나는 동굴의 벽에 물감으로 그리거나 선으로 새기거나 또는 돋을새김[浮彫]한 거대한 예술품이다. 그러한 작품은 지중해 전역에 걸쳐 제작되었고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도 퍼져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동유럽을 비롯한 스페인과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후기 구석기시대 동유럽의 예술전통은 주로 작은 조각품으로 이루어졌다.

 

 

▲ 우리나라의 구석기시대는

 

 우리나라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굴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의 일이다. 일찍이 1935년에 함경북도 온성군 강안리에서 구석기시대의 동물화석과 석기가 발굴된 바 있으나, 여기에서 나온 유물들은 오랫동안 구석기시대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940∼50년대를 거치며 몽골, 연해주(沿海州), 흑룡강(黑龍江) 유역에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드러나면서 여러 학자들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선사문화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61년 함경북도 화대군 장덕리에 있는 늪지의 이탄(泥炭)을 캐는 과정에서 털코끼리(맘모스) 화석이 발견되었다. 비록 이곳에서 석기와 같은 문화유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 유적에서 얻은 발굴성과와 연구자료는 한국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층 드높게 만들었다. 함경북도 선봉군 굴포리 유적에서 구석기시대의 뗀석기가 발견된 것은 1962년이었다.

 

 신석기시대의 조개더미층을 걷어낸 바닥의 붉은흙층에서 1점의 뗀석기를 찾았고, 이를 계기로 해서 굴포리의 구석기유적이 발굴되었다. 1964년에는 충청남도 공주시 석장리 앞을 흐르는 금강 유역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굴되었고, 평양시 상원군 검은모루 동굴유적에서는 이번에 북한 유물에서 본 쌍코뿔이와 넓적큰뿔사슴, 원숭이, 하이에나같이 지금은 사라진 짐승화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석기시대 후기 한반도에서는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슴베찌르개와 작은돌날석기가 출토되고 있어, 주변 지역과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약 7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들은 사냥과 채집 생활을 하였으며, 식량이 풍부한 곳을 찾아 옮겨 다니면서 동굴이나 강가에서 살았다. 따라서 짐승을 잡거나 잘라 먹을 수 있는 도구와, 짐승의 뼈가 남아 있는 것이다.

 

 

▲ 여러면석기(多角面圓球)

 

 석재는 입자가 거친 석영재이다. 전면을 떼어 둥글게 만들었는데, 크기는 지름 5cm부터 10cm 이상 되는 것들까지 있다. 남아메리카지역에서는 야구공만한 크기의 이러한 석기들이 사냥에 이용되고 있어, 사냥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던지기 힘들 정도로 큰 것들도 있고, 표면에 무수히 으스러진 흔적이 뚜렷하여 식량을 분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강원도 양구 상무룡리에서 출토되었다. 

 

 

▲ 주먹도끼(握槌)

 

 구석기시대 전기의 대표적인 석기로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특히 대형동물을 잡는데 적합한 석기이다. 큰 자갈돌이나 격지를 선택해 거의 전면을 떼어 내어, 가장자리를 따라 날카로운 날을 만들었다. 형태는 타원형, 혹은 끝이 뾰족한 삼각형이며 단면은 볼록렌즈에 가깝다. 경기도 연천 전곡리유적에서 출토된 것이다. 이 유적에서는 주먹도끼가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 돌날과 몸돌(石刃·石刃核)

 

 입자가 고운 석재를 선별해 여러 단계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연속적으로 떼어낸 돌날과 그 몸돌이다. 돌날은 양 측면이 날카로워 바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며, 다른 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였다. 돌날떼기는 체계적인 사고와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는 발달된 석기 제작 기법으로 ‘석기 제작의 혁명’이라고도 한다. 충북 단양 수양개유적에서 출토되었다. 

 

 

▲ 흑요석 몸돌(黑曜石製細石刃核)

 

 흑요석은 용암이 굳어지면서 생기는 검은색의 천연 유리이다. 입자가 매우 곱고 타격에 의해 날카로운 날을 얻을 수 있어 구석기시대 후기의 석기제작에 적합한 재료가 되었다. 이 석기는 작은 돌날을 만들고 남은 몸돌이다. 구석기시대 후기에 동아시아에서 널리 유행하였던 석기제작기법 가운데 하나이다. 강원도 양구 상무룡리유적에서 출토되었다.

 

 

▲ 슴베찌르개(剝片尖頭器)

 

 구석기시대 후기, 돌날기법의 출현 이후에 만들어지는 석기로 돌날의 두터운 부분을 슴베로 만들고 얇은 쪽을 뾰족하게 만든 석기이다. 슴베는 자루에 장착하기 위한 부분으로, 양 옆을 오목하게 하거나 비스듬히 잔손질하여 좁고 길쭉하게 하였다. 끝부분은 돌날이 떨어질 때 자연적으로 생긴 예리한 날을 그대로 이용했다. 길이가 5-10cm 내외의 것들이 대부분으로 자루에 결합되어 창과 같이 찌르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충북 단양 수양개유적을 비롯해 한반도의 중부 이남지방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으며, 일본과 시베리아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 명상 : 마음에 향기를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