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태풍 산산이 몰고 온 파도

김창집 2006. 9. 17. 22:37

 

이 시각 제주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밖을 걸어도 될 만큼
바람이 잔잔한 상태입니다.
태풍은 그렇게 큰 소동을 벌이지 않고
천천히 제주도를 보듬고 갔습니다.

 

오전에는 저 제주의 남쪽 끝 군산을 갔습니다.
아무래도 태풍의 눈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 때문에
비와 바람이 심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벌초를 하고 있었습니다.
먼바다는 파도 한 점 없이 바닷가에만 저렇게 파도가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제주 옆을 지나간다는 오후 3시쯤엔
보목리 제지기 오름에 올랐습니다.
먼바다엔 흰 파도의 무늬만 술렁이고 섶섬 앞과
보목리 앞 바다만 저렇게 파도가 일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사진은 엉망입니다.
디카란 것은 당기는 데도 한도가 있고
비바람에 조그만 노출이 되어도 다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찍다가 뒤집혀 우산도 망가졌습니다.

 

태풍의 파도라기 보다는 제가 젊은 시절에 즐겨 불렀던
여기 덧붙인 배호의 '파도' 정도였습니다.
5. 16도로로 제주시로 넘어올 때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 노래 정도로 태풍이 가볍게 넘어가길 기원합니다.

 

 

♧ 파도 - 장은수

 

잠들지 않은 영혼이
파도를 타고 온다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채인 양
해일(海溢)은 바다를 흔들어

 

어둠 속에 물기둥
하늘에 세우더니

 

광기들을 내려놓아
바다 깊이 침몰시킨다

 

고독은 몸부림치면 칠수록
까마득히 깊어만 간다.

 

 

♧ 파도의 꿈 - 차수경

 

하염없이 돌진하여
창백한 포말로
부서지는 저 고행
어느 먼 대양을 지나
도움닫기로 이곳까지와
넘지 못할
절벽 앞에 부서지는가
얼마나 더
깊은 상처로
수면을 보듬어야만
파도는 절벽을 넘어
떨리는 전율로
뒤돌아서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다볼까

 

 

♧ 파도 - 신경림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저 바다 언제까지나
잠들어 있으리라 생각했으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저 파도 일제히 일어나
아우성치고 덤벼드는 것 보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가
그 성난 물결 단번에
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
씻어 내리리 생각하면. 

 

 

♬ 배호 -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