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도깨비바늘도 꽃이 피더라

김창집 2006. 9. 19. 07:21

 

 도깨비바늘은 제주말로 가마귀바농이다. 아마도 열매(?)가 검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릴 때 함부로 들을 쏘다녀서 가을쯤은 아무리 잘 떼어내어도 옷 어느 한 실밥에 바늘 같은 씨가 숨어 있다가, 꼭 바쁠 때 건드려서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특별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서 이런 개성이 돋보이는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정말 모르고 있었다.

 

 대만의 문필가로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선승(禪僧) 스젠제는 '부처와 꽃을 보러가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데, '수행 중에 만난 온갖 화초의 피어남과 시듦을 고요히 관조하고, 거기 서 얻은 사색을 통해 무릇 모든 생명과의 합일을 설파한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다.' 저자는 형형색색 온갖 자태를 보이고 있는 식물들은 중생의 끝없는 번뇌를 하소연하는 것이라 했다.

 

 아름다우나 독이 있는 흰 독말풀에서 중생의 욕망을 떠올리고, 산길을 걸을 때 몸에 달라붙는 도깨비바늘에서는 그보다 더 끈적한 집착을 생각한다고 했다. 온갖 생물들이 종족보존의 경쟁으로 몸달아 있을 때, 남모르게 동물의 몸에 슬쩍 붙어 떼어내 던짐으로써 비로소 뜻한 바를 이루는 저들의 세계를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만, 맛있는 과육(果肉)으로 무장한 가을 열매를 갖는 나무들보다는 훨씬 실용주의자로 보인다.

 

 

♧ 도깨비바늘(Bidens bipinnata)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의 한해살이풀로 산과 들에서 자란다. 털이 나 있는 줄기는 네모지며 키가 30∼100㎝ 정도로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날개 깃처럼 갈라졌다. 노란색의 꽃이 8∼9월에 줄기 끝에 두상(頭狀)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익는데 열매 끝에 가시처럼 생긴 돌기가 3∼5개 있어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잘 붙기 때문에 열매가 멀리 퍼진다.

 

 이른봄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먹으며, 가을에 줄기와 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 귀침초(鬼針草)는 독을 지닌 거미, 뱀, 곤충에 물렸을 때 해독제로 쓰인다. 까치발(B.parviflora)은 도깨비바늘과 유사하지만 열매에 가시처럼 생긴 돌기를 2개 지니는데, 그 용도는 도깨비바늘과 비슷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타이완,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신현철) 

 

♧ 우포늪 도깨비바늘 - 임신행

 

해질 무렵
들뽕나무가 넌출거리는 
*모래 벌(사지포) 둑에 서보라

 

'삐용 삐용….'
미꾸리들이 입 벌리고 치솟아 해를 먹으려는
모습,
그 미꾸리를 먹겠다고
몰래 고개 내미는 아기수달의 그 작은 눈을 볼 수 있지.

 

모래 벌을 *나무 벌(목포)을 휘돌아 오면
바지가랑이에 묻은 잘디잔 작살들 
누가 던졌을까?

 

밤이면
*쪽지벌, *소벌을 나돌아 다니는
고라니 산토끼, 오소리, 노루 옷에도
던질까?

 

* 우포늪은 우포(소벌). 쪽지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벌은 넓은 들녘을 말하지요.

 

 

♧ 도깨비바늘 - 김수우
   
 지갑을 잃었습니다 사막을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몰래
떠났으므로 몰래 돌아와야 했습니다 온 별을 뒤졌습니다
돌아올 찻삯이 사는 이유가 되어 구걸도 하고 심부름
도 했습니다 걸으며 넘어지고 다쳤습니다 길은 자꾸 꺾이고
지평선은 자주 단풍들었습니다

 

 그루터기 같은 마을을 지났습니다 우산 같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문패며 옷자락이 낯익어지고 허리가 나무의
자를 닮아갔습니다 돌아올 생각이 기름 떨어진 등잔불처럼
가뭇한 날 응달 속 돌부리에 채이면서 잠이 깼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도 몰래 돌아온 셈입니다

 

 어느 길의 손짓인가
 도깨비바늘 하나 딸려 와 무릎에 가만히 놓입니다

 

 

♧ 빈집 - 임두고

 

잃어버린 꼬리연을 수소문하듯
시를 쓴다 무모하게도
외로움이 문고리를 걸고 걸어도
늑골을 넘어오는 바람소리
거미줄이 흉흉한 그리움의 문들이
한 소리로 삐꺽거린다.

 

나는 네가 떠난
빈집

 

도깨비바늘을 털어 내고 앉아
멀건 죽을 먹을 때에도
멍석 마당가
푸른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던
그 나무들은 지금 어디 있으며

 

콩나물이 소복이 자라던 방
아랫목 이불 밑에 묻혀
한 겨우내 나를 따뜻이 기다리던
그 밥그릇은 또 있는가

 

나는 네가 떠난
빈집

 

너를 수소문하기 위해
이 겨울엔 시를 버리고
차라리 바람 따라 수화를 익히리라.

 

 

♧ 대나무도 벼과(科)지 - 황동규

 

바쁜 길 가다
막 건드린 도깨비바늘
온통 쏘여 마음 바쁠 때,
아 그게 국화과 식물이지,
(그 싸한 내음)
빙긋이 마음 풀었다.

 

그러고 보면
대나무도 벼과(科)지,
생김새 고향 달라도
우리는 얼마나 같은가!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마음 속에 감춘 냄새까지도

 

일에 밀려 정신 없이 뛰다보면
게으름과(科) 사람들과 허물없이 떼지어가고 있어,
우리 냄새!

 

 

♧ 연주 : 강아지 왈츠 -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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