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금릉석물원의 익살꾼들(3)

김창집 2006. 12. 13. 00:06

 

* 도깨비 골목의 도깨비들
 
 금릉식물원은 제주시에서 1시간 거리인 한림읍 금릉리 일주도로변에 자리한 1만평 정도의 땅에 장공익 씨가 만든 석물 전시장이다. 1993년 석공예 부문 명장으로 지정된 장공익 씨는 평생을 돌을 만지면서 살아온 분이다. 처음에는 크고 작은 돌하르방을 만드는데 몰두했지만 그에 이골이 날 정도가 되자 제주도 민속으로 눈을 돌려 제주도 사람들의 얼굴을 새겨 전시해 놓았다. 

 

 석물원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면 오른쪽에 용암동굴인 '정녀굴'이 있어 석굴암처럼 부처님을 만들어 모셔놓았다. 협재의 한림공원을 지나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금릉석물원은 장공익 씨가 직접 제작한 제주 특유의 돌하르방 1000여 점과 제주의 설화와 전설을 형상화한 석공예품 500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선물로 드린 돌하르방을 전시해 놓았다. 
 
 점차적으로 전시물이 늘어가는 금릉석물원에는 일붕(一鵬) 서경보(徐京保) 스님상과 제주 특유의 거욱대나 관광객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익살스런 작품들도 있고, 제주의 무속이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도깨비 골목도 들어가 볼 수 있다. 특히 성(性)을 활용한 작품도 많아 재미를 더하는데, 요즘에는 돌하르방의 모양이 여러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

 

 

3. 도깨비골목의 도깨비들

 

♧ 도깨비 도로 - 김영천 
 
우리가 보는 것을 다 믿는가
너와 내가,
우리 모두가 옳다고 보는 것이
정말 진리인가
우리의 주관이
잘못된 진리를 주장하진 않는가

 

 

세상을 신념으로만 살아가기엔
역부족이라
보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다 하나
집단 무의식처럼 집단 착시 현상이 있다면
아,
지구가 둥글다 하는 것이나
결국 내일이 다시 온다는 것,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믿는가
사람을

 

 

♧ 도깨비 - 권말선

 

도깨비,
스러져 가는 촛불 같은
꿈이 다할 새벽이면
내 잠을 깨우러 오는

 

밉지 않은
불청객

 

 

도깨비
언제부터였는지
스산한 바람으로
잠든 아이의 뒤척임으로
똑똑, 빗소리로
고양이 울음으로
나를 깨우러
오다

 

 

도깨비,

 

언제쯤 나의 밤을
편히
쉬게 해 줄까

 

허나 그가 안 오면
또 그리워질 것 같은

 

 

깊은 새벽이면 날 깨워
외로움의 창살 속에 가둬 두고서
몰래
사라져 버리는

 

사랑스런 나의
밤도깨비. 
 

 

♧ 도깨비도로엔 그대가 삽니다 - 오시열

 

한라산 아흔아홉골로 가는 횡단도로
그곳엔 도깨비 도로가 있습니다

 

길은 멀쩡하게 내리막인데
물을 부어도 올라가고
먹다 버린 깡통을 눕혀 놓아도
신기하게 올라갑니다

 

잃어버린 내 사랑을 눕혀 놓습니다
그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옵니다
온 산이 푸릅니다

 

 

자귀나무 연분홍 꽃잎
파르르 흔들리며 날립니다
산수국 화들화들 피어납니다
그대의 입맞춤처럼 피어납니다

 

환상을 실험하는 사람들의
깜빡이는 비상등
그대 그 불빛에 놀라
황급히 사라집니다

 

 

[연주] Leroy Anderson/Christmas Fest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