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가깝고도 먼 나라 (2)

김창집 2004. 8. 5. 19:47

 

-- 도쿄 제주상고동문회 초청 연수기

 

j

 

        * 어느 음식점 입구의 생선초밥 광고

 

▲ 아샤꾸사 뷰 호텔(Asakusa View Hotel)에서의 아침 식사

 

 7월 27일이 밝았다. 밤 2시쯤에 잠들었기 때문에 일어나 보니, 6시가 이미 지나 있었다. 에어컨이 너무 세었는지 몸이 개운치 못하다. 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 여유가 없어 아침 운동이나 산책은 생략하고 TV를 켰는데, 제10호 태풍이 바로 도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29일쯤 이곳에 영향이 미치기 시작할 거라고 했다. 태풍 때문에 연수에 지장 없기를 빌며 세수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위해 내려갔다.

 

 오늘 아침 식사는 1층 식당의 양식 뷔페나 6층의 일식 중에 택일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일본에 왔기 때문에 정통 일본 음식을 맛봐야 한다고 6층으로 갔다. 별관 제일 위층인 식당 유리문 너머 옥상 위에 꾸며 놓은 조그만 정원을 보며 식사한다. 나무와 꽃이 모두 눈에 익었는데, 때맞춰 흰 무궁화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초밥 몇 점에 달걀, 매실 절인 것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였다.

 

 이곳 아사꾸사(淺草) 뷰 호텔이 서 있는 곳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거류민단 사무실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아사꾸사의 중심지인 센소지(淺草寺)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지하 1층 지상 28층 빌딩을 지었는데, 객실 336실에 풀장, 그리고 4층에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연회장, 27층에 중국요리, 프랑스 요리점, 28층에는 바가 있다. 비교적 큰 규모여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부지런히 드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j

 

                           * 도쿄의 심장부인 도쿄 도청 빌딩

 

▲ 일본의 심장인 도쿄(東京)

 

 오늘의 일정은 도쿄 시내 견학으로 되어있다. 이곳 동창회장을 비롯한 여러분이 심혈을 기울여 일정을 짰다는데, 첫날은 일본이 어떤 나라이고 도쿄가 어떤 곳인가를 살필 수 있는 시내 중요지 답사, 둘째 날은 일본의 상징이라는 후지산 및 하꼬네 관광, 셋째 날은 경화상고와 한국학교, 동경대 등을 방문하여 교육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일본에 대해 전부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 글 제목에도 밝혔듯이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일본에 대해 쓴 책 중 '국화와 칼'이라든가 '일본은 없다' 등을 읽은 사람이면 일본의 문화나 사회를 어느 정도 이해했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예로부터 많은 문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영향을 끼쳐왔고, 한쪽의 야욕(野慾)에 의해 심히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역사도 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면적이 2,187.05㎢로 서울의 3배를 넘는데 비해, 인구는 약 1,200만 명으로 서울과 비슷하다. 황궁을 중심으로 3개 지역을 도쿄도[東京都]라고 하며, 행정상 23특별구, 27시(市), 5정(町), 8촌(村)으로 나눈다. 도청소재지는 신주꾸에 있는데, 일반적으로 도쿄라고 할 때에는 23구의 구역를 말한다. 도쿄의 인구는 런던이나 뉴욕을 앞질러 세계 제1위다. 지형은 산지와 구릉, 대지와 충적지 순으로 계단을 이루고 있어 도쿄만까지 분지처럼 안온하다.

 

j

 

                       * 도쿄도청 전망대에서 본 어느 빌딩

 

▲ 도쿄도청 빌딩 전망대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신쥬꾸(新宿)에 자리잡은 도쿄도청 빌딩이었다. 가는 도중 우리 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인 거리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지진(地震)의 나라에 세워놓은 저 위용을 자랑하는 빌딩들, 곳곳에 심어 잘 가꿔놓은 나무, 잘 정돈되고 깨끗한 거리….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한 모습을 보면서 어느 선생님은 의아해 한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거리만 보아와서 그런지 너무 조용하단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도쿄는 발전 과정에서 중심부가 지나칠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래서 외곽지에 역할을 분담할 새로운 곳을 원했고, 그 결과로 선정된 곳이 바로 신쥬꾸와 이께부꾸(池袋)였다. 그래서 이곳으로 도청도 옮기고 미쯔이 빌딩과 NS 빌딩, 파크 타워 같은 높은 건물을 세워 젊은 도시를 만들었다. JR(동일본철도) 신쥬꾸역을 중심으로 동쪽은 관공서와 대기업 사무실이 몰려 있고, 동쪽으로는 쇼핑가, 유흥가, 식당들이 모여 있다. 

 

 도쿄도청은 명실상부한 신쥬꾸의 상징이자 1,200만 도민의 살림을 맡은 곳으로 3동의 건물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으며, 해발 243m나 되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 높은 건물이다. 우리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북쪽 타워의 45층, 높이 202m의 전망대를 찾았다. 야경이 끝내 준다는 이 무료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부옇긴 하지만 그런 대로 도쿄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구름 때문에 10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후지산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송 선생님이 사주는 차가운 콜라 한 컵으로 달랬다.

 

j

 

                   * 메이지 징구(신궁) 입구에 세워놓은 도리이

 

j

 

                       * 잘 다듬어 놓은 어원의 연못 부근 모습

 

▲ 메이지징구(明治神宮)에서의 감회

 

 두 번째로 가는 곳은 우리 나라 침략의 원흉인 메이지 천황(1852∼1912)과 소헌(昭憲) 황태후를 제사 지내는 곳인 메이지징구(明治神宮)다. 이번에 계획된 연수는 관광여행이 아니어서 가이드가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부득이 마이크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두 차례의 일본 답사를 통해 얻은 짧은 지식과 '일본 100배 즐기기'라는 여행 안내서를 바탕 삼아 그나마 선생님들의 갈증을 조금 풀어드렸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천황이라는 정신적 지주와 신사(神社)를 통해 하나로 뭉치며 애국심을 조장해왔다. 메이지 천황은 조선 침략과 세계 2차 대전을 주도했던 왕인데 일본인에게는 근대사의 중심이라고 할만큼 존경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감격스러워 하며 참배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엄청난 굴욕과 희생을 강요하며 비극을 잉태시킨 장본인이 아닌가? 혹, 이를 모르고 일본인을 따라 할까 하여 냉철한 눈으로 실체만 보도록 당부했다.


 

j

 

                           * 메이지징구 안으로 들어가다 만난 술통들

 

j

 

                            * 꽃창포밭 부근의 정자

 

 입구에 세워놓은 12미터나 되는 일본 최대의 목조 도리이(鳥居)가 신궁으로 들어서는 우리를 압도하고, 넓은 진입로에 우거진 12만6천 그루의 울창한 나무가 부럽다. 나무들은 우리의 눈에 익은 녹나무, 식나무 같은 상록수와 팽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참나무 같은 낙엽수가 대부분이다. 1920년에 조성되었다는 이곳은 시민들의 즐겨 찾는 공원 구실도 한다.  

 

 오른 쪽에 여러 가지 보물이 전시되었다고 했으나 먼저 사당에 가보기로 하고 왼쪽으로 들어가는데, 줄지어 매달아놓은 술통들이 보인다. 이는 일본의 각 양조장에서 제주(祭酒)를 올리는 표시로 걸어놓은 것으로 신사(神社)에 들어갈 때 흔히 보게 되는데, 상표가 붙어 있어 선전 구실을 하기도 한다. 다시 왼쪽 도리이를 지나 들어갔다.

 

j

 

                             * 어원(御苑) 안에 있는 연못의 연꽃

 

j

 

                                       * 신궁 마당에 있는 오래된 나무들 

 

 마침 잘 정비해놓은 어원(御苑)이 있어 들어가려니까 대인 500엔, 학생 200엔이다. 단체로 300엔씩 내고 들어가 산책로를 따라간다. 나무가 너무 우거져 있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음침하다. 안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연꽃이 피어나고 비단잉어들이 노닐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간 곳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꽃창포가 6월 중순에 피었다 져버리고 지금은 새순에다 농약을 살포하는 중이었다. 끝까지 가서 임진란 때 조선을 침략했던 카토 키요마사(加藤淸正)가 팠다는 우물을 보고 돌아 나왔다.

 

 높은 남신문(南神門)을 지나 마당을 거쳐 본전(本殿)으로 들어갔다. 이 건물은 신토(神道)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는데, 2차 대전 때 불탔다가 1985년에 복원된 것이다. 이곳은 연초에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배하는 곳이며 어린이를 위한 크고 작은 축제가 벌어진다. 본전에 모셔놓은 메이지 신상(神像)을 싸늘한 눈으로 응시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 쪽에 '에마'라고 소원을 쓰면 이루어진다는 조그만 목판(木板)을 거는 곳이 있다. '독도'에 대해 언급해 놓은 당돌한 한글 에마가 눈에 띄었는데, 멋모르고 걸어놓은 우리 나라 신혼 부부의 에마도 있어 고소(苦笑)를 금치 못했다.

 

j

 

                                   * 메이지징구 본전

 

j

 

                    * 독도 문제를 언급한 경연이와 진아의 에마

 

▲ 긴자(銀座)에서의 점심과 자유시간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이외로 긴자 거리 한복판에 있는 한 일식집이었다. 이곳에서 이번 여행을 기획한 명철관광(名鐵觀光) 긴자지점의 제주여고 출신 박선미 씨가 나와 우리를 안내했다. 사무실이 가까워 들렀다는 박선미 씨의 안내로 땅값 비싼 긴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식사를 했다. 그곳 지하 식당에서는 초밥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면(麵)이 나왔는데, 식성에 맞고 맛도 있었다. 접객업소에는 들꽃을 조그만 병이나 화분에 꽂아놓은 곳이 많았고, 예기치 못한 범부채를 만날 수 있었다.
 
 2시까지 자유시간을 얻은 우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백화점으로 들어가 아이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도쿄 한복판에 자리한 긴자는 일본을 움직이는 여러 관공서와 대기업 본사가 있는 실질적인 일본의 심장부라고 한다. 오면서 그 옛날 한국인을 못살게 굴었던 도쿄경시청도 보았고, 그 뒤로 법무성도 보았다. 자주 우리를 자극하는 일본 전범의 위패를 모신 문제의 야스쿠니 신사가 가까운 지요다구(千代田區)에 있다하나 가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비싼 땅을 밟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그 넓은 곳이 우리 일행들로 꽉 찬 느낌이 들 정도로 자주 마주친다. 의기 투합한 우리들은 눈앞에 보이는 소니(SONY) 쇼룸으로 갔다. 층마다 소니의 최신 가전제품이 있어 이것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시험해보기도 했다. 3층에 BMW 승용차가 있어 그걸 타고 움직여보는 선생님도 있다. 나는 나의 디카의 본 고장에 온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이것저것 마구 찍으며 구경했다.

 

j

 

                     * 점심으로 먹은 초밥

 

j

 

                                   * 지하 식당에서 만난 범부채

 

▲ 드넓은 고꾜(皇居)의 외원(外苑)

 

 고꾜(皇居)는 일본의 정신적인 지주인 일왕과 그 일가가 거주하는 집이다. 성이 처음 세워진 것은 1457년으로 당시만 해도 앞은 바다, 주변은 어부들이 사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지금과 같은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토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집권하면서부터다. 그는 50년간 일대의 바다를 메워 에도성을 축조했다. 그 후로 군부 집권자들의 차지였고, 1869년에 이르러서야 왕가가 이곳에 와 살게 되었다.

 

 미리 허가를 받지 않으면 1년에 두 번, 1월 2일과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에만 일반에 개방한다고 하여, 시간이 여유가 없는 우리는 바깥 정원인 외원(外苑)에서 니쥬바시(二重橋)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이나 찍고 올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덥고 구역은 넓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잔디 위에 소나무를 잘 손질해놓아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퍼렇게 오염된 해자(垓字)의 물 위로 고꾜로 들어가는 다리와 성과 같은 후시미야구(伏見櫓)가 있어 좋은 사진 배경이 되었다.

 

 고꾜를 에워싼 해자(垓字, 능원이나 묘의 경계, 또는 성밖으로 파놓은 호)는 초기 에도성의 윤곽을 보여주는 면적 115만㎡의 경계이다. 대형 여객기 60대를 나란히 세울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의 계류장과 맞먹는 넓이여서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연합군의 중요 공습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 돌다리 위에 철골을 입힌 정문으로 들어가는 니쥬바시 앞에 가서 경계병을 보고 나오다 너무 더워 버스를 세워놓은 남성상(楠城像) 앞에서 녹차 한 병을 사 마셨다.


 

j

 

                      * 고꾜로 들어 가는 다리를 배경으로 찍은 것

 

j

 

                            * 외원에 세워놓은 남성상(楠城像)


 

▲ 오다이바에서 에도식 온천욕

 

 오다이바(台場)는 에도후가 공식적으로 개항을 선언하기 직전인 1853년 서양 함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포를 설치했던 인공섬이었다. 그러나, 이 노력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결국 미국에게 강제로 문호를 개방 당했다. 근래에 들어 포화 상태가 된 도시의 역할을 분담시키기 위해 이곳에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넓고 쾌적한 공원, 쇼핑 센터, 각종 전시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중에서 먼저 덱스 도쿄 비치를 들렀다. 오다이바 해변 공원과 나란히 붙어있는 쇼핑 센터에는 '시 사이드 몰'과 '아일랜드 몰'로 나뉘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영 케주얼, 아웃도어 의류, 캐릭터 상품,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홍콩의 모습을 100% 복사해놓은 '다이바 리틀 홍콩'에 들러 홍콩에서 직수입한 의류, 소품, 음식점 등을 둘러보고 나오다 채 선생의 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일본에 와서 온천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간 곳은 오에도온센모노따가리(大江戶溫泉物語)였다. 에도 시대의 거리를 테마로 만든 대형 온천으로 들어서자 축제 때 공연했던 모습을 인형을 통해 교묘하게 재현시키는 것과 마주쳤다. 이곳에서는 온천탕과 노천탕, 족탕 등 9종류의 온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옛 모습을 재현한 상점, 식당가가 딸려 있는 것이 이채로웠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온천욕을 마치고 유카타를 입은 채로 전통 음식을 대접받았다. 


 

j

 

                      * 온천에 있는 에도시대 복장을 한 어느 아가씨

 

j

 

                        * 온천탕 입구로 들어 가는 곳에 모셔놓은 상

 

♬ Summer wine - Nancy Sinatra & Lee Hazlewood  

'해외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깝고도 먼 나라 (3)  (0) 2004.08.14
화산섬 큐슈(예고편)  (0) 2004.08.10
가깝고도 먼 나라 (1)  (0) 2004.08.02
후지산 (예고편)  (0) 2004.07.31
태국의 풍물 (완)  (0) 200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