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③

김창집 2007. 1. 8. 06:36

--- 탐라문화보존회 앙코르와트 답사기

               

                  

 

              * 앙코르 매직버스 홈(http://goangkor.com.ne.kr/)의 앙코르와트 개념도

 

 ※ 위 개념도는 물론 이 글의 내용도 '앙코르 매직 홈'의 내용을 참조해 썼습니다. 그리고, 아래 부조의 사진과 내용은 꼭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분수 몰라 너무 작게 부분적으로 빨리 찍다보니, 전체적인 내용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찍은 순서로 대충 맞춰놓은 것입니다.

 

▲ 1층 남쪽 서편(그림 3) 부조의 내용

 

 1층 남쪽 갤러리 중 둘로 나눠 3번쪽(개념도 참조) 부조의 내용은 수르야바르만 2세의 승전도와 충성 맹세(Army of King Suryavarman II) 장면이다. 길이는 100m가 넘어 규모로 보면 앙코르와트나 주변 모든 유적의 부조 중에서 제일 길다. 교향악처럼 웅대하고 긴 스토리를 가지 있는 이 그림은 이곳 앙코르와트에 오는 사람이면 반드시 시간을 좀 써서 그림을 살피며 안내자의 설명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별히 색칠한 부분도 있고, 글자로 설명된 부분도 있어 사료(史料)적 가치도 높다. 

 

 앙코르와트 그림이 잘못된 부분은 4각으로 떼어내고 같은 재료로 그곳을 때워 수정했다. 그러나 후세 이곳을 점령한 사람들이 그곳에 보석이 있을 것이라 추측하여 그것을 빼내려 정(釘)으로 쪼아 여기저기 타진 곳이 보인다. 그림은 왕과 관련이 있는 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민속, 신분관 등을 살필 수 있다. 수르야바르만 2세는 오랫동안 계속돼온 국난을 극복하고 태국, 라오스, 말레이 반도에 이르는 식민지를 평정한 왕이어서 앙코르와트를 건립하며 자신의 업적을 길이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는 부조들은 경전이나 설화의 내용을 상상으로 새긴 것이지만 이곳은 당대에 실행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어서 동물이나 나무 등을 그 배경으로 삽입하는 여유도 보이고, 테마 역시 사실적이란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앞에는 싸움하는 자신의 모습, 뒤에는 충성을 맹세 받는 장면 등 두 곳에 나온다. 부조에 새겨진 그의 이름은 그가 죽은 뒤에 새긴 묘호(廟號)라 한다. 

 

 부조의 윗면에는 브라만 신의 보호를 받는 왕이 산 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가마를 탄 궁중의 여인들이 궁녀들의 호종을 받으며 산으로 오르는 장면이다. 군대의 행렬 속에 코끼리를 탄 장군들이 군대를 이끌고, 코끼리 위에 탄 수르야바르만 2세는 칼을 뽑아 어깨에 두르고 군의 최고 지휘관임을 과시하는데 15명의 시종들이 왕의 계급을 암시하는 15개의 의전 양산을 들고 왕을 호종하고 있다.

 

 

 

 

 

 

▲ 1층 남쪽 동편(그림 4) 부조의 내용

 

 1층 남쪽 갤러리 중 둘로 나눈 4번쪽 부조의 내용은 사후에 염라대왕의 심판을 내리는 천국과 지옥(Judgement by Yama/Heaven and Hell)을 묘사하고 있다. 부조 앞부분에 등장하는 말 탄 사람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금박을 입혔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벽 아랫부분의 일부가 훼손되어 복원해 놓은 것 외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이곳의 부조도 볼만하다. 

 

 부조는 위아래 3단으로 나뉘어지는데 상단은 염라대왕의 심판 내용을, 그리고 나머지 2단은 압사라(天女)와 주름 모양으로 나뉘어진 천국과 지옥에 대해 상세히 나타내고 있다. 천국은 모두 37편으로 착하게 살다간 영혼은 신분에 관계없이 좋은 집에서 평화롭고 즐겁게 영생을 누릴 수 있으며, 반대로 지옥은 모두 32편으로 지은 죄에 따라 그만큼의 고통스런 벌을 받는 모습을 새겨놓았다. 

 야마(Yama)는 힌두교에서 죽음의 신이며 불교에선 염라대왕으로 묘사되고 있다. 4개의 눈과 여러 개의 팔을 가진 야마는 물소를 타고 다니는데, 두 마리의 얼룩무늬 개를 호위병으로 부리면서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을 관장하고 있다. 그가 가리키는 위쪽은 천국이며 아래쪽은 지옥이다. 중간에 저승사자들이 쇠스랑을 들고 악한 짓을 한 영혼들을 무지막지하게 지옥의 문으로 밀어 넣는다. 

 

 지옥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벌을 보면, 지은 죄에 따라 형벌을 달리하는데 쌀을 훔친 사람은 위장 속에 시뻘겋게 달군 쇠를 집어넣어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가 하면, 온몸을 못으로 박힌 영혼,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거듭 당하는 영혼, 온몸을 톱으로 잘리는 고통을 받는 영혼 등등, 이 부조를 보았던 당시의 백성들은 죄를 지을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 1층 동쪽 남녘(그림 5) 부조의 내용

 

 1층 동쪽 오른편(그림 5) 부조의 내용은 힌두 설화인 '바가바타 푸라나(Bagavata Pourana)' 중 불로장생의 감로수를 만드는 유해교반으로 흔히 '젖의 바다 휘젓기(Churning of the Ocean of Milk)' 또는 '우유 바다 휘젓기'로 번역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장면은 특이해서 어디서든 눈에 띈다. 앙코르 톰 남문 앞 양쪽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난간으로 앙코르의 유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힌두교 창조 신화인 이 설화는 힌두신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앞에 소개한 '앙코르 매직 홈'에 요약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과 인간의 차이는 인간이 갖지 못한 영생과 불가사의한 능력에 있겠지만 태초에 힌두 신화의 신들은(악마 포함) 제한된 생명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신들은 불로장생의 능력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신들과 악마는 상호 동맹을 맺고 생명의 원천인 젖의 바다를 휘젓게 된다. 그 생명의 원천을 저을 도구로 만다라 산을 대지에서 뽑아냈지만 산을 잡고 흔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대신 바수키(뱀)으로 산을 묶어 휘젓지만 바수키도 산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바다에 빠지려 하자 비쉬누 신이 거북이로 변해 바수키를 받쳐준다. 이리하여 92명의 악마와 88명의 신들은 합심하여 1,000년 동안 젖의 바다를 휘젓게 되는데 바수키가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독약을 뿜어내고 신들과 악마를 구하기 위해 쉬바 신이 독을 삼켜 과업의 장애를 막아내자 드디어 젖의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여신들, 압사라들(天女), 수많은 생명체들…. 마지막으로 불로장생의 약 감로주(암리타)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암리타가 만들어지자 합심의 끈은 끊어지고 악마가 암리타를 탈취하게 되어 신들과 악마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고 결국 미인계로 암리타를 탈취한 신들은 소원대로 영생을 갖게 된다. 이로서 악마와 신들 사이에는 끝없는 전쟁이 이어진다.'

 

 

▲ 1층 동쪽 남녘(그림 5) 부조의 내용 해설

 

 동쪽 회랑의 절반, 50m가 넘게 이어지는 한 면의 부조 처음부터 끝까지 거대한 뱀의 몸통이 가로지르는 장면이 압도적이다. 부조의 중심이 되는 바수키(뱀)의 몸을 경계로 내용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배치를 보면 3단의 부조로 이뤄졌는데, 가로로 바수키를 놓고 아랫단에는 짓이겨질 물고기 등 바다 속 장면이, 위에는 휘젓기의 결과로 탄생된 압사라들이 날고 그 가운데에 바로 젖의 바다 휘젓기의 핵심 내용이 새겨져 있다.

 

 바수키의 몸을 중심으로 92명의 악마들(깃 장식의 투구를 쓰고 툭 불거진 눈매의)은 바수키의 머리를 잡고, 88명의 신들(원추형 모자에 둥그스럼한 눈매의)은 바수키의 꼬리를 잡고 휘젓기 동작을 하고 바수키의 몸 아래에는 거북이로 둔갑한 비쉬누 신이 만다라 산의 하중을 떠받쳐주고 있다. 그리고 3인의 신이 이 대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머리 맨 위에는 번개의 신 인드라가 엎드린 포즈로 아래쪽 상태를 주시하고 있고 중간에는 비쉬누 신(팔 네 개)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수키의 머리를 잡고 달래고 있으며 꼬리쪽에는 하누만(원숭이신)이 큰 입을 벌리고 뭔가를 외치며 작업을 조율하는 듯하고 또 부조의 끝 부분에는 병사들이 암리타가 완성된 후 운반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 부조에서 특기한 사실은 신들과 악마들이 온힘을 다해 양쪽에서 뱀을 끌어당기며 바다 속을 휘젓는 동작이 기묘하게 표현되고 만다라 산의 하중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바수키의 고통스런 표정이나 꿈틀거리는 근육의 움직임까지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다. 결국 만다라산의 무게에 눌려 온몸을 비틀며 독을 내뿜는 바수키의 모습도 사실적이다. 신들과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그 독을 들이켜 자신의 목에 저장한 탓에 쉬바 신의 목에는 푸른 멍 자욱이 생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1,000년 간의 휘젓기 작업 끝에 바다속 물고기와 해초들은 짓이겨지고 그 과정에서 온갖 귀한 생명체가 탄생하고 잃어버린 보물들도 찾아낸다. 머리가 세 개 달린 코끼리 아이라바타(Airavata, 번개의 신 인드라가 타고 다니는 영물), 비쉬누 신의 아내이자 부와 행운의 여신 락쉬미(Laksmi), 생명의 여신인 수라비(암소, Surabhi), 술의 여신 비루니(Viruni) 등, 그리고 무엇보다 앙코르 신전들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천녀 압사라들이 무수히 탄생되어 부조 위로 날아다니고 드디어 불로장생의 약 암리타가 창조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암리타의 창조는 신들과 악마의 영원한 전쟁의 서막이었다. 이어 펼쳐지는 악마들의 복수전이 부조를 통해 전개된다.

 

 

♬ 그리그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