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④

김창집 2007. 1. 9. 08:58

--- 탐라문화보존회 앙코르와트 답사기

 

              

              * 앙코르 매직버스 홈(http://goangkor.com.ne.kr/)의 앙코르와트 개념도

 

※ 위 개념도는 물론 이 글의 내용도 '앙코르 매직 홈'의 내용을 참조해 썼습니다. 그리고, 아래 부조의 사진과 내용은 꼭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분수 몰라 너무 작게 부분적으로 빨리 찍다보니, 전체적인 내용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찍은 순서로 대충 맞춰놓은 것입니다.

 


 ▲ 1층 동쪽 갤러리 가운데(그림 6) 기록문자

 

 동쪽 갤러리 가운데 즉 젖의 바다 휘젓기 부조가 끝나고 악마들의 반격 부조가 시작되기 전 동쪽 갤러리의 중간 탑문을 지나면 기록문자가 새겨져 있다. 내용은 앙코르와트가 건립된 지 한참이 지난 후인 크메르가 불교 숭배시기인 18세기 초반, 이 지역 주지사가 아내와 아이들의 뼈를 묻고 무덤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문자 부근에 위가 뾰족한 무덤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지금까지 존재한다.

 

 

 

▲ 1층 동쪽 북녘(그림 7) 부조의 내용

 

 1층 동쪽 북녘(그림 7) 부조는 '악마와의 전투와 비쉬누 신의 승리(Victory of Vishnu over the Demons)' 장면이다. 비쉬누 신과 악마의 대 전투를 그린 간단한 부조로 '젖의 바다 휘젓기'에 이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암리타를 둘러싼 신들과 악마의 전쟁 재개에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이 부조는 앙코르와트 건립 후 300∼400년 정도 지난 15세기 또는 16세기 경에 추가로 새겨 넣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젖의 바다 휘젓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조각 솜씨나 정성이 부족하다. 전성기의 부조와 소멸기의 부조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부조의 중앙에 자신의 영물 독수리 가루다 위에 탄 비쉬누 신이 복수를 위해 돌진하는 악마 군대와 지휘자(짐승들이나 전차를 탄)를 맞아 단신으로 적들을 쳐  부수는 용감무쌍한 모습이 새겨져 있다. 

 

 

 

▲ 1층 북쪽 동녘(그림 8) 부조의 내용

 

 이곳 부조의 내용은 '크리쉬나의 승리와 악마 바나(Victory of Krishna over Bana)'이다. 부조가  시작되는 곳에 비쉬누 신의 화신인 크리쉬나(여러개의 머리에 팔이 여덟 개 달린)가 자신의 영물인 가루다(독수리)의 등에 탄 채 코뿔소를 타고 있는 불의 신 아그니(팔이 여러 개 달린)와 뒤쫓고 있다. 크리쉬나가 악마 왕 바나(Bana)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여러 번 되풀이되지만 번번이 도시를 감싼 불타는 성벽에 의해 멈춰야하는 곤경에 처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묘사는 비슈누 신이 만만치 않은 투쟁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길을 잡기 위해 가루다는 성스런 강 강가(현재의 갠지즈 강)에서 물길을 퍼 나르지만 좀처럼 감당하기 어렵고 악마왕 바나는 사나운 사자가 새겨진 전차를 타고 반대편에서 돌진해 온다. 부조의 오른편에는 거처인 카일라사 산에서 아내 파르바티 여신과 아들 가네샤(코끼리 머리)와 함께 있는 쉬바 신 앞에 끓어 엎드린 크리쉬나가 바나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뜻을 밝히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바나의 소행은 죽어 마땅하지만 신들도 그를 죽이지 말라는 신탁을 받은 바나를 살려주는 뜻은 신탁도 수호하고 반드시 응징만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용서와 화합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우주 질서를 유지코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 1층 북쪽 서녘(그림 9) 부조의 내용

 

 이곳 부조의 내용은 '신들과 악마의 대전투(Battle Between the Gods and the Demons)' 장면이다. 악마들과 신들의 결투가 묘사되고 있는데 바라문파 신전의 21명의 신들의 행렬로 꽉 찬 대단한 스케일의 부조이다. 힌두 신화에서 신들의 상징적인 탈 것(짐승)과 무기, 형상을 유추하여 대부분의 신들의 이름과 역할을 구별해 낼 수 있지만 전체가 다 파악된 건 아니다.

 

 용사들이 악마군대를 맞아 결투를 벌이는 내용을 배경으로 신이 역시 악마를 상대로 싸우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이어 신들의 전투 장면이 이어지는데 부의 신 쿠베라(Kubera)가 활과 화살을 든 채 인육(人肉)을 먹는다는 악마 약사(Yaksha, 夜叉)의 어깨 위에서 나타나고 뒤이어 머리와 팔이 여럿 달린 전쟁의 신 스칸다(Skanda)가 공작을 타고 나타나고 번개의 신 인드라는 '젖의 바다 휘젓기'에서 탄생한 영물 코끼리 아이라바타 등위에 타고 등장한다. 

 

 팔이 넷 달린 비쉬누 신 역시 자신의 탈 것인 가루다를 타고 있다. 다음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악마가 칼을 휘두르며 등장하고 죽음의 신 야먀(Yama, 염라대왕)가 칼과 방패를 들고 황소가 끄는 전차를 타고 등장,  쉬바 신은 활사위를 당기고 창조의 신 브라흐만은 그의 신성한 거위를 타고 태양의 신 수르야(Surya)는 늠름한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등장하고 물의 신 바루나(Varuna)는 나가(뱀)의 입에 재갈을 물려 그것을 탄 채 등장하여 악마들과 신들의 복수혈전을 펼친다.

 

 

 

▲ 1층 서쪽과 북쪽 모서리 별실(그림 10) 내용

 

 그곳 별실에는 힌두 설화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전반적인 장면과 비쉬누 신(Scene from the Ramayana)이다. 이곳에는 라마야나에서 비쉬누 신의 화신인 인간 라마 왕자와 훌륭한 동맹자 수그리바 왕자(원숭이) 일행과의 우정어린 관계와 역경을 헤치고 아내 시타를 되찾는 모험이 새겨져 있다. 라바나의 횡포를 보다못한 신들이 비쉬누 신을 찾아가 응징해 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을 선두로 시작되지만 전체적으로 부조의 출현 순서가 라마야나 스토리를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막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압사라들에게 둘러싸인 채 앉아있는 비쉬누신 위쪽에는 우아한 날개짓을 하며 날고 있는 압사라들, 아래쪽에는 비쉬누 신이 아난타 등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유유히 대양 위에 떠 있고, 아름다운 아내 락쉬미 여신은 그의 발 옆에 앉아있다. 우주 질서와 파괴의 고리 중에서 새로운 창조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황금 연꽃이 비쉬누 신의 배꼽에서부터 활짝 피어오르면서 연꽃 봉우리가 열리고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새로운 창조기를 관장하기 위해 등장한다.

 

 아래쪽에는 9명의 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마차를 탄 태양의 신 수르야(Surya), 약사(Yaksa)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부의 신 쿠베라(kubera), 신성한 거위를 탄 창조주 브라흐만(Brahman), 공작새를 탄 전쟁의 신 스칸다(Skanda),  말을 탄 바람의 신 바유(Vayu), 아이라바바타(머리 셋 달린 코끼리)를 탄 벼락의 신 인드라(Indra), 물소를 탄 죽음의 신 야마(Yama), 황소를 탄 파괴의 신 쉬바(Shva) 신이다.

 

 신들의 청을 받아 권선징악을 위해 비쉬누가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환호하는 신들, 궁술대회에서 우승하여 시타 공주를 아내로 얻는 라마왕자, 유부녀를 약탈함으로 응징의 계기가 설정되는 장면, 아내를 찾기 위해 원숭이족과 동맹을 맺고 여러 개의 머리와 여러 개의 팔을 가져 천하무적인 라바나를 상대로 대적하는 장면, 사필귀정의 결과에 따라 아내도 되찾고 부의 신 쿠베라가 라바나에게 빼았겼던 하늘을 나르는 전차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귀환하는 장면, 그러나 라바나에게 감금되어 있는 동안 정절을 의심받는 시타가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 1층 서쪽 북녘(그림 11) 부조 내용

 

 한 바퀴 돌기 위해 마지막 부분인 서쪽(현관으로 들어서면서 왼쪽) 부조의 내용은 힌두설화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장면 중 랑카의 전투(Batle of Lanka) 부분이다. 비교적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갤러리를 한 바퀴 돌고 온 관광객들은 지쳐서 쉬 포기하는 쉬운 곳이기도 하다. 그림 10의 내용 중에서 최종 결전 장면만 그린 부조인데, 시타를 되찾기 위해 라바나의 왕궁이 있는 랑카(스리랑카)로 찾아간 라마 왕자의 최종 반격이 시도된다. 

 

 "인간도 신도 라바나를 죽일 수 없다."는 신탁을 피해 원숭이족과 동맹을 맺은 라마 왕자와 중앙을 보면 비슈누 신의 화신인 인간 라마 왕자와 라바나의 대적 구도가 알아보기 쉽게 새겨져 있다. 라마 왕자가 원숭이 왕국의 수그리바 왕자의 어깨에 서 있으며 주변에는 그의 상징적인 무기인 화살과 동생 락쉬마나가 서 있다. 그리고 부근에는 라마의 숙적인 악마의 왕 라바나(머리 10개에 팔 20개가 달린 용맹스런 전사의 모습으로 표현)가 사자가 끄는 전차를 타고 있다.

 

 둘 사이에는 라마 일행을 위해 히말라야에서 돌을 옮겨와 라바나의 왕궁이 있는 랑카(현재의 스리랑카 섬)까지 돌다리를 놓은 충성스런 원숭이 용장 날라(Nala)가 두 마리의 사자 머리를 내놓고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원숭이 왕자는 자신과 악마를 땅에 내동댕이친 코끼리의 상아를 분지르고 있다. 이 전투에서 결국 원숭이족의 화살을 맞고 라바나는 죽음을 맞고 정의는 실현된다. 

 

 신계와 인간계에 불의나 쟁점이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의무인 비쉬누 신. 그의 상징인 권선징악, 사필귀정의 원리는 언제나 한결같다. 아니, 실현 시켜야하는 것이 비쉬누 신봉파들이 추구하는 교리이다. 비쉬누 신의 절대적 신봉자들인 바가바타 파(派)의 영원 불멸의 전설 '라마야나'는 이렇게 한 편의 대서사시의 막을 내린다.

 

 

 

▲ 중앙탑에서 남쪽 제1화랑으로 가는 복도에 새겨진 압사라

 

 악신과 천신의 싸움을 저지하기 위해 시작된 젖의 바다 휘젓기의 결과로 영약의 암리타를 얻었고 압사라가 탄생되었다. 이곳 앙코르와트가 아니라도 당시 지어진 모든 건물의 벽에는 틈만 있으면 이 압사라 천녀(天女)를 새겨 넣었다. 과거 군주국가 시절이긴 하지만 오직 임금만을 위해 춤추는 하늘에서 내려온 무희. 저녁에 뷔페식으로 먹은 호텔 식당에서 공연하는 민속춤에서 부조의 동작을 모아 만들었다는 살아있는 압사라를 볼 수 있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그의 저서 '앙코르 와트, 월남 가다'에서 압사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탄했다. "--앙코르 와트의 모든 예술품 중에서 가장 나의 찬탄을 자아낸 것은 중앙탑에서 남쪽 제1화랑으로 가는 복도에 새겨져 있는 우아한 압사라들의 부조다. 그 단아한 품격은 크메르의 석조에서 목격한 어느 작품보다도 그 향취가 드높다. 

 

 수미산처럼 머리 위로 솟은 세 개의 봉우리, 이마 위로 겹겹이 연화 무늬를 둘러친 보관, 이마 중정의 다이아몬드, 깊숙이 예천 각궁처럼 파인 눈썹 위의 이마선, 지긋이 감아 내린 눈, 치켜올린 눈꼬리, 날카로운 콧등, 뭉뚱하게 펼쳤지만 섬세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 콧망울, 짧은 인중, 쎅시하기 그지없이 펼쳐진 입술, 섬세하게 조각된 입술의 경계선, 정중앙으로 부드럽게 파인 기다란 턱, 승장혈 밑으로 감아올린 턱끝, 건장한 목, 정교하게 보석으로 장식된 네크레스의 하늘거리는 선율 밑으로 과감하게 노출된 유방, 조금도 늘어짐 없이 풍만하지만 달라붙은 유방의 선, 정중앙의 섬세한 젖꼭지, 배꼽 아래 위로 손목을 정교하게 꺾어 휘감아 올리는 손놀림, 다양한 포즈의 손가락 사이로 같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는 꽃가지, 성기만을 갈짝 가린 허리보대, 그 밑으로 다리 곡선을 드러내며 흘러내린 비단치마, 정교한 꽃 무늬 속에 여인의 하이얀 속살이 아름답게 내비친다. 

 

 통통한 허벅지와 슬림한 장딴지, 오늘날의 도우미 모델에 비하면 좀 짧은 다리라고 하겠지만 결코 땅딸막하지는 않다. 성기를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5 : 5, 그러니까 허리가 다리보다는 더 기름하다. 발목을 장식한 쌍발찌, 발은 앞으로 돌출시키지 않고 측면으로 돌려놓았다. 큐비스틱한 처리다. 머리보관의 화염문양 위로도 호텔에서 본 정교한 나뭇잎새들이 불꽃처럼 이중삼중으로 휘감아 올라가는 그 정중앙에 인드라 신상들이 일렬로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다. 때로는 보관 옆으로 정교한 산스크리트 명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압사라 춤으로 추는 무희들의 평화로운 미소야말로 우리나라 석굴암에 새겨진 12면관음보살상과 더불어 내가 체험한 최상의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그날 저녁 식사 때 보았던 민속춤에 등장한 압사라 무희들 

 

♬ 그리그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2악장 Adagio - atta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