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라문화보존회 앙코르와트 답사기
* 앙코르 매직버스 홈(http://goangkor.com.ne.kr/)의 앙코르와트 개념도
▲ 앙코르와트의 기막힌 3층 구조
지금이야 3층 정도의 집을 짓는 일이 별 게 아니지만 8∼9백년 전 돌로 65m의 건축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층마다 특색 있는 조각으로 꾸며내는 일 역시 대단한 역사(役事)였을 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멀리서 3층처럼 높게 보이면서 주어진 기능도 다하는 그런 집을 고안해 냈다. 그러니까 넓은 1층 속에 공간의 여유를 두고 2층을 만들었는데, 그 2층이라는 것도 실은 3층을 떠받치는 기단이다.
그리고 1층과 2층은 그림과 같이 중간단으로 이어놓았다. 그 구조는 앙코르 신전들의 기본적인 형태인 십자형으로 4개의 대륙과 메루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지성소로 향하는 곳인 만큼 신성함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설계이다. 내부 중앙을 기점으로 십자가형 통로를 넣어 자연스레 4개의 해자(垓字)를 만들어 성수(聖水)를 채웠다. 성수는 신 앞에 나아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는 세례 의식에 사용되었다.
십자형 통로 옆으로 각각 길다란 갤러리를 연결시켰으며, 좁은 공간에서 급격히 솟구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높낮이를 적절히 배분하여 계단을 연결하였는데, 천정은 지붕을 덮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도 또 평소에도 보폭 좁은 바깥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바깥 계단이 무서워 포기할 사람들도 이 계단을 통해 가면 된다.
3층은 2층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하늘을 향해 급격하게 뻗는 대단히 놀라온 공간 처리 기법이 도입되었다. 더구나 3층은 높이에 치중하여 더욱 높아 보이는 시각적 착오까지도 계산에 넣었다. 3층 높이는 13m, 2층에서부터의 높이는 40m나 된다. 갑자기 솟구치는 40m나 되는 높이 때문에 계단은 매우 가파르게 처리했다.
▲ 중간단과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구조
1층 진입로인 서쪽에서 2층 기단까지 이어 부분이 중간단이며, 그림 12처럼 정문에서 바로 이어지는 구조이며 가운데 신도(神道)이기 때문에 양쪽에 인간이 오가는 통로를 만들어 모두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지붕이 있으며 그것을 떠받치는 기둥에는 산스크리트어와 크메르어로 적혀진 비문들이 있다.
계단은 완만하며 밖으로 나오면 3층과의 사이에 남북으로 두 개의 갤러리와 두 개의 장서각을 갖고 있다. 그림 13의 중간단 남쪽 갤러리는 '일천 부처의 갤러리(The Galley of 1,000 Buddhas)'로 앙코르 왕국이 멸한 뒤 태국의 불교가 들어와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 때 1,000개의 부처상을 모셨던 곳이나 지금은 머리가 잘린 것, 몸통만 남은 불상을 모아놓은 것 등 몇 개 안 되어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림 14인 중간단 북쪽 갤러리는 이름하여 '메아리의 홀(The Hall of Echoes)'이라 불리는 방으로 갤러리 입구에 사람들이 붐비며 향이 피워져 있다. 입구 안 오른쪽 벽에 등을 대고 가슴을 치면 메아리가 들려온다고 하는데, 평상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있어 시간이 없는 사람은 그냥 지나쳐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십자형 통로를 따라 2층으로 향하면 외벽을 마주하는데, 벽은 아무 장식이 없이 시커먼 때를 뒤집어쓰고 있다.
양쪽으로 두 개의 작은 건물은 3층 장서각이지만 성물(聖物) 보관 창고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까지 돌아다니며 그 많은 부조를 보고 설명을 듣다가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 건물 밖으로 나오면 눈앞에 엄청나게 높은 탑들이 실체가 드러나고 가파른 계단과 마주하게 된다. 3층은 정사각형으로 사방 각 코너에 두 개, 가운데 한 개씩, 총 12개의 계단이 나 있는데, 각 계단은 경사도 70도 정도로 아주 가파르며 각 계단마다 40개의 계단이 인간의 보폭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좁은 폭을 가지고 공중으로 솟아 있다.
▲ 가파른 3층 지성소에 올라
비교적 쉬워 보이는 남쪽 가운데 계단으로 오르려다가 줄을 지어 오르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줄을 지어 서 있을 시간이 아까워 어디 쉬운 곳이 없나 하고 돌아다니다가 동쪽 비교적 계단의 돌이 닳지 않은 곳으로 조심조심 위로 올라갔다. 이곳 3층의 지성소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관리하는 승려 이외에는 왕만이 오를 수 있는 신성한 장소였다.
그래서 비교적 고요하고 엄숙함이 깃들어 있는데, 열린 창문, 닫힌 창문으로 각 방을 구별하는 회색 건물은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사각형 3층의 기단 둘레는 60m, 사방의 코너 계단 위에는 기둥으로 떠 받혀진 현관을 가진 고푸라 탑문이 세워져 있고 2열의 기둥으로 장식된, 지붕을 가진 갤러리가 외벽 역할을 한다. 창문 조각이 이색적인 갤러리와 십자형 통로는 서로 연결되며 자연스레 지성소로 연결된다.
3층은 메루산을 표방한 다섯 개의 천상의 탑을 세울 기단(基段)이 되며 코너에는 각각 4개의 탑이 솟구쳐 있고, 내부는 십자형 통로를 만들어 4개의 해자를 형성하며 그 가운데에 지성소가 있는 중앙탑이 서 있다. 이것이 전형적인 크메르 사원이 추구하는 퀸컹스 구조로 전설 속의 4개의 대륙, 4개의 강을 나타내며 중앙탑은 지상에 구현된 최고의 메루산인 셈이다.
중앙탑은 3층에서도 42m나 높게 솟구쳐 있어 좁은 장소에서 높은 탑을 올려다보려면 꽤 고개가 아프다. 그 밑단은 십자가형을 취하며 사방에 기둥으로 떠 받혀진 현관이 나 있었고 각 현관은 각각의 방으로 연결된다. 가운데 방이 지성소인데 바로 우주 질서 유지의 신 비쉬누를 모셨던 지엄한 곳이다. 그러나 불교 시대를 맞으면서부터는 불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 앙코르와트를 돌아 나오는 길
그리고 그리던 앙코르와트를 제대로 본 것이라기보다 그냥 일별 하면서 스쳐간 느낌만 남아 높은 곳에 오른 김에 사방을 둘러본다. 천상세계여서 그런지 모든 것이 자세히 보이지 않고 허상(虛像)으로만 보인다. 사실이지 조각이나 미술에 대해 안목이 없는 눈으로 수박 겉 핥기를 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남은 것은 '젖 바다 휘젓기' 전설의 줄거리와 마구 담아놓은 카메라 속의 그림뿐이다.
올 때 비행기에서 읽은 도올 선생의 기행문집 '앙코르와트, 월남 가다'에서 하루종일 사진을 찍고 본 이 앙코르와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긴다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나라의 동서를 뛰어넘는 대석학이자 종교나 철학, 예술에 대해 높은 안목을 가진 분이 그런 식으로 썼다면 다분히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아는 만큼 느끼라는….
앙코르와트는 수르야바르만 2세가 힌두교의 비쉬누 신에게 봉헌한 사원으로 즉위한 해부터 공사를 시작 사망한 해까지 공사를 계속했던, 무려 37년 간 다듬은 사원이다.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왕들이 사원을 지어 바치는 것과는 달리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이 사원에 대해 학자들은 수르야바르만 2세가 사후 자신이 묻혀 영생을 누릴 집이기에 엄청난 노력을 들여 건축했다는 것이 아니었는지.
언제 다시 와 볼지 모르는 이곳을 이제 나가야 하기에 재빨리 내려가 거쳐간 곳을 한 번 돌아 나왔다. 이제 다시 한 번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조각에 대한 공부도 더 하고 신화(神話)도 완벽하게 마스터해 와야겠지? 그 땐 카메라도 똑딱이를 피해 제대로 된 걸 사서 완벽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고. 8∼9백년 전에 이루어졌다가 1431년 태국의 시암족에 멸망한 뒤 밀림 속에 묻혔다가 430년이 흐른 1861년 프랑스의 앙리무어에 의해 알려진 앙코르와트.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 그리그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3악장 Allegro moderato molto e marcato
quasi Presto - Andante maestoso
'해외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⑦ (0) | 2007.01.14 |
---|---|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⑥ (0) | 2007.01.13 |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④ (0) | 2007.01.09 |
아름다운 남국의 꽃들(1) (0) | 2007.01.08 |
신을 향한 인간들의 자취③ (0) | 2007.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