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기타큐슈 '왓쇼이 백만 여름 마츠리' 참가기 (1)

김창집 2004. 9. 11. 08:30

j

* 한창 공연 연습 중인 사람들

 

▲ 다시 현해탄을 건너면서 [2004. 8. 7.]

 

 도쿄를 다녀온 지 꼭 일주일만에 다시 일본 후쿠오카 공항으로 날아간다. 이번 여름 방학은 여행복이 터진 셈이다. 어머님도 둘째 동생에게 맡겨버렸고 모처럼 맞은 해방감에 진짜 훨훨 나는 기분이다. 따지고 보면 큐슈는 이번이 두 번째다. 재작년 10월 나고야박물관에서 제주도 특별전시회를 한다고 초청 받아 3박4일 동안 큐슈를 반쯤 돌아봤는데, 이번 일정은 기타큐슈의 마츠리를 관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인원 때문에 제주 → 후쿠오카 직행노선을 못 타고 부산으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는 바로 가게 되었다. 제주시와 후쿠오카는 위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제주공항 이륙 후 아름다운 북제주군의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우도를 지나는가 싶더니, 얼마 안 되어 일본 고토열도(五島列島)의 섬들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100만 명도 더 모인다는 기타큐슈의 여름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j

* 행사장 중심에 자리한 코쿠라성 텐슈카쿠

 

 이번 행사는 제주도청 문화예술과에서 기획한 것으로 축제의 나라 일본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기타큐슈의 '왓쇼이 여름 마츠리'를 돌아보고 우리 축제 때 참고로 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그 대상자도 예총과 민예총에서 각각 10명씩, 그리고 도 담당자 및 신문 방송 기자 합쳐 27명이 참가했다. 예술인으로서 또 여러 가지 축제를 담당하여 직접 치르는 일꾼들로서는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그곳 행사 담당자의 설명회와 문화연맹 대표들과의 간담회도 갖게 돼 있어 고무적이었다.

 

 

△ 주위의 5개 지역을 합친 기타큐슈시(北九州市) 
 
 기타큐슈는 큐슈섬 북쪽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혼슈섬 서쪽 시모노세키와 마주보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후쿠오카현(福岡縣)에 속하는 인구 100만을 훨씬 넘는 이 곳은 1963년에 주변의 모지(門司), 고쿠라(小倉), 도바타(戶畑), 야하타(八幡), 와카마쓰(若松) 5개 지역을 합병하여 만들었다. 간몬해협(關門海峽)과 세토내해(瀨戶內海) 사이에 위치한 기쿠반도(企救半島)에서 대한해협 쪽으로 흐르는 온가강까지가 그 경계이며, 야하타지구와 와카마쓰지구 사이에 도카이만(洞海灣)이 깊이 패였다.

 

j

* 미리 조립해 놓은 축제 가마

 

 메이지시대에 부근의 지쿠호탄전(筑豊炭田)의 개발되어, 모지항과 와카마쓰항의 건설, 철도의 부설에 이어 1901년에 관영 야하타제철소(八幡製鐵所)가 완공되자 중화학공업 우위의 공업지역이 되었다. 수륙 교통의 요지였던 모지, 문화 상업 도시였던 고쿠라, 수산 공업도시였던 도바타, 중공업도시였던 야하타, 석탄적출항 겸 공업도시였던 와카마쓰 등이 통합되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다핵도시가 된 것이다.

 

 기타큐슈 공업지대가 중핵을 이루면서 철강업 중심의 중화학공업이 성하여, 공업출하의 대부분이 중화학공업제품이다. 수산업도 활발하여 김양식과 연근해 어업이 활발하다. 모지와 시모노세키(下關) 사이의 간몬해협은 간몬 터널과 간몬교(橋)에 의해 해저와 해상으로 연결되어 혼슈(本州)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여서 축제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몰려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j

* 분장을 끝내고 차례를 기다리는 아동 무용의 모녀

 

▲ 일본의 전통 축제 '마츠리'

 

 예로부터 일본인은 자연이 지니는 신성한 힘을 믿고 '신(神)'으로 섬겨왔으며, 이러한 믿음이 신도(神道)의 기원이라고 전해진다. 신도에 뿌리를 둔 마츠리는 신을 찬양하며, 신과의 교류를 통해, 오곡풍성, 상업 번창, 이웃이나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가 하면 지역의 병마퇴치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마츠리는 일본인의 민속과 전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웅장하고, 우아하고, 화려한 축제는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모습의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신도나 불교에서 유래하는 축제를 비롯하여, 여름의 불꽃놀이 축제, 민속춤, 겨울의 눈 축제 등 주민의 레크리에이션이나 목적에 따른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마츠리가 열리지 않는 달이 없을 정도이다. 마츠리 특유의 열기는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j

* 공원 길에 자리한 각종 먹거리 좌판대들

 

 마츠리(祭り)는 그 한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에게 제사를 드릴 목적으로 치르는 행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기념할 만한 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지역 주민 참여 행사로 그 영역을 넓히더니, 이젠 종교 의식이라기보다는 마을의 친목 도모나 지역 페스티벌의 의미가 더 강하게 부각되어, 풍요롭고 다양한 볼거리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 천년의 역사를 가진 3대 마츠리

 

 도쿄(東京)의 '간다 마츠리'는 매년 5월 14일부터 15일 사이에 간다 신사에서 열리는 가마(제사 의식 때 신의 혼백을 모시고 메는 가마) 축제다. 이 축제에는 20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가마의 행진이 이어지는데, 이 가마를 만드는 데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자치회나 기업 등에서도 참여한다. 간다 마츠리는 산노 마츠리, 후카가와 마츠리와 함께 동경의 3대 마츠리의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마츠리로서 인기가 높다.

 

j

* 축제 가마꾼 차림의 기념 촬영 

 

 오사카(大阪)의 '덴진사이'는 일본의 3대 마츠리인 동시에 배 위에서 펼쳐지는 일본의 3대 선상 마츠리이기도 하다. 매년 7월 24일에서 25일 사이에 열리며,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오사카의 대표적인 마츠리다. 하이라이트는 25일에 있는 '여름 대축제'와 100여 척의 배들이 토지마 강과 오가와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후나토쿄'인데, 그 화려함은 정평이 나 있다.

 

 교토(京都)의 '기온 마츠리'는 일본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약 천100년 전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원제로 열었던 어령회로부터 출발했다. 매년 7월 1일부터 31까지 치러지는데, 17일에 거행되는 야마보코 행진이 하이라이트이다. 도쿄의 간다 마츠리가 가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온 마츠리는 등에 불을 켠 야마보코(대 위에 산 모양을 만들고 창이나 칼을 꽂은 화려한 수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 행진 때는 전통적인 기온바야시(피리, 징, 북 따위)도 함께 연주된다.

 

j

* 시가행진을 하는 오프닝 퍼레이드 출연자들

 

▲ 각광 받는 특색 있는 마츠리들

 

 삿포로 '유키 마츠리'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다. 이 마츠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겨울 관광 상품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축제에는 지역의 각종 자치 조직에서부터 주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눈으로 설상(雪像)을 만드는데, 이들 중 성(城)이나 괴물 등의 거대한 작품들은 해외에서 대량의 눈을 수입해서 만든다. 이 마츠리 때는 눈으로 만든 아름다운 여러 가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는 매년 8월 1일부터 7일까지 치러지는 동북 지방의 3대 마츠리의 하나로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큰 불(火)의 축제다. 네부타(커다란 나무나 대나무에 종이를 붙인 엄청나게 커다란 등)를 만들어 강이나 바다로 띄워 보내는 행사로, 가을 수확 전에 일에 방해가 되는 졸음을 쫓아낸다는 의미에서 종이 인형을 바다에 띄워보내는 데서 유래했으며, 큰북의 리듬에 맞춰 거리를 춤추며 행진하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j

* 오프닝 퍼레이드의 꽃차

 

 센다이 '다나바타 마츠리'도 동북 지방 3대 마츠리 중의 하나이다. '다나바타'란 은하수 양쪽에 헤어져 있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을 기념하는 축제를 말한다. 하지만 센다이의 다나바타 마츠리는 추석을 앞두고 조상과 신을 염원하는 소박한 행사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8월 6일부터 8일까지 행해지는 지역을 대표하는 큰 행사가 돼버렸다. 이 때는 온 상가나 거리에 크고 화려한 다나바타 장식을 하는데, 약 2㎞에 걸쳐 종이 터널을 만들어 거리를 장식한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야마가사', 히로시마의 '미야지마간겐사이', 하카다의 '돈타쿠' 등 유명한 지역 마츠리들이 주민들을 열광시킨다. 그런가 하면 여자애가 있는 가정에서는 히나인형을 장식하고 복숭아꽃과 히나과자 등을 바치며 백주로 여자아이의 성장을 기원하는 '히나마쓰리', 우리의 설처럼 새해를 맞는 명절인 양력 1월1일부터의 '쇼우가츠', 만 20세를 맞이한 사람들을 축복하는 1월 15일도 '성인의 날'로 국민축제의 하나이다. 

 

j

* 화려한 등을 단 밤 가마 


△ 여름 축제 장소로 안성맞춤

 

 우리가 점심을 먹고 축제가 열리는 시청 앞에 이르렀을 때는 한여름 오후의 태양이 절정을 이루는 3시경이었다. 후끈거리는 햇볕 아래서 벌써 저녁에 사용할 축제를 위한 커다란 가마가 조립되어 세워졌고, 임시로 유료 관람석을 만들어 손님을 맞을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우리는 이들 가마를 촬영한 후 어디 그늘이 없나 하고 찾았는데, 마침 시청과 옆에 나무가 우거진 코쿠라성(小倉城)이 있어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1602년 세끼가하라 전투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주로 임명된 호소가와 타다오키(細川忠興)가 세운 성으로 5년에 걸친 공사 끝에 이루어진 동서 2km, 남북 1.2km의 성곽과 148개의 망루, 48개의 성문을 가진 웅장한 성이었지만, 1866년의 화재로 전소돼 버렸고, 지금의 텐슈카쿠(天守閣)을 비롯한 주요 건물은 1959년에 재건한 것이라 한다.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에는 성의 역사와 마츠리 도구 등이 전시되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 주둔지이기도 했던 성터에는 텐슈카쿠와 부속 건물 외에 기타규슈 시청과 시의회 청사 등이 들어서고 나머지는 공원과 빈터여서 행사 준비와 가판대가 들어설 좋은 자리가 되었다. 다시 옆으로 흐르는 무라사키강은 바다까지 이어 잘 정비해 놓아 보트경주대회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시청 앞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의 직선 도로는 곧바로 행사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JR고쿠라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j

 

* 불을 토하며 행진하는 가마

 

♬ 도쿄여 안녕 /미하시 미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