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기타큐슈 '왓쇼이 백만 여름 마츠리' 참가기 (2)

김창집 2004. 9. 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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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퍼레이드 중 2006년 3월 개항을 알리는 기타큐슈 항공

 

▲ 행사의 계획과 진행은 진흥회에서

 

 제주도청 인솔자의 노력과 현지 안내인의 도움으로 이번 축제의 진행을 담당한 실행 부위원장으로부터 '왓쇼이 백만 여름 마츠리'에 관한 브리핑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축제는 자치회, 부인회, 기업 등 시민 대표으로 이루어진 축제진흥회에서 맡아서 진행하는데, 명예 회장으로는 기타큐슈 시장이, 회장으로 기타큐슈상공회의소 회두(會頭)가, 그리고 실행위원장은 기타큐슈청년회의소 이사장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각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시제 실시 25주년 기념으로 17번째 맞는 이번 마츠리는 다섯 지역을 하나로 합친 후 시민의식을 통일시키려는 의도로 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호응을 얻어 지금은 일본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로 변했다 한다. 주 행사인 '여름 마츠리 대집합'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16개의 부대행사에는 축제요원 80명과 270개 단체에서 출연 연인원 2만 명이 참가하며, 작년의 경우 관광객 154만 명을 불려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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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장 주변의 풍경

 

 총예산은 7천8백만 엔으로 기업 협찬 2천만엔, 시 예산에서 5천만엔, 참여자 4백만엔, 나머지는 전년도 이월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예산의 많은 부분이 홍보비로 나가는데, TV·라디오·신문·잡지에 광고하고 여행사 또는 매표 대리점에 팸플렛을 만들어 돌린다. 대부분 기업이나 기관 단체에서 나오는 팀에는 지원을 안하고, 주행사의 장비 제작·수리비, 참가자의 경비, 행사 진행비, 사설 경비비 등에 예산을 쓰며, 이 행사의 경제 파급 효과를 34억 엔으로 잡고 있었다.

 

△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축제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가지 부대행사는 우리 축제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먹거리나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 맥주회사의 깡통 쌓기나 맥주 마시기 대회 같은 이벤트 행사도 그렇고, 불꽃놀이나 장기대회, 보트경주, 차(茶) 축제, 아동극 경연, 오프닝 퍼레이드, 전통 춤 행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출연하는 시민들은 남녀노소 없이 진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 신이 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축제 문화에 젖은 아이들은 차차 주인공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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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타고 행진을 기다리는 행사 관계자들

 

 우리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청 뒤에 있는 리바워크(백화상점)와 아동극 경연을 보고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양쪽 길가에 모여 퍼레이드 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 앞에서 담당자들이 먼저 간단히 개회식을 하며 테이프를 자른 뒤 무개차에 오른다. 비용을 아끼려고 그랬는지 빨간 코카콜라 차를 그대로 동원했다. 5시부터 30여분간 열리는 이 오프닝 퍼레이드는 27개 단체가 참가했다. 거리엔 벌써 교통이 통제되고 임시로 만든 관람석은 3분의 2정도 찼다.

 

 맨 앞에 후쿠오카현 경찰 여성 사이드카, 기타규슈시경 백차, 다음이 기타규슈시 소방밴드가 연주를 하며 지나간다. 그 뒤로 무개차를 탄 행사 명예회장인 시장과 진흥회장, 후쿠오카현지사에 이어서 기타큐슈 시의회의장과 마츠리 실행위원장,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특별 참관단인 인천광역시 부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뒤따랐다. 이어진 퍼레이드는 서철(西鐵) 꽃차 2대, 후쿠오카은행의 밴드와 봉체조, 해상자위대 사세보 밴드, 2006년 개항을 알리는 신큐슈공항 PR대 행진, 두 군데 소학교 밴드, 뒤를 이어 사가시, 뱃부, 가고시마, 사꾸라지마, 미야자키, 후쿠오카, 구마모토 등 큐슈 지방의 관광 회사가 여러 가지 형태로 꾸민 선전단이 지나갔다. 그 중에는 재즈 사이트에 등록된 회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신나게 춤을 추는 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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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기모노를 입은 학생들

 

▲ 각 지역의 마쓰리를 합친 '여름 마츠리 대집합'

 

 저녁 7시 반에 주 행사가 있어 일찍 저녁을 먹고 나오니, 마츠리를 치르는 소문자통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민들이 대부분이었고 외국인들도 더러 보인다.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름 마츠리 대집합'은 기타큐슈시의 다섯 개 지역에서 지금도 실행되고 있는 지역축제 5개와 인근 지역 축제 2개를 합한 것이다. 그 중에 오무타(大牟田) 지방의 대사산(大蛇山)은 올해 처음 참가하는 팀이라 한다.

 

 대사산(大蛇山)은 예부터 오무타 지방에 내려오는 기원제로 물(水) 신앙과도 관련이 깊은데 200여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마츠리다. 대나무에 종이를 여러 겹 붙여 제작되는 거대한 뱀 모양의 장식을 한 가마(山車)를 만드는 기술은 전통이 깊기로 유명하다. 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한 큰 가마는 연기와 불을 뿜으며 달리는데, 1년 동안 주민의 무병(無病)과 재난(災難)이 없기를 기원하며 악귀를 쫓는 마츠리로 7월 넷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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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퍼레이드 중 세계로 도약하는 기업을 표방한 어느 팀

 

 코쿠라 기온 타이코(小倉祈園太鼓)는 3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후쿠오카현 지정 무형 민속 문화재로, 매년 7월 셋째 토요일을 전후해 3일간에 열린다. 시가지에는 기온 다이코의 가마(山車) 백수십 대가 줄을 지어 북을 치며 행진하는데, 성 주변 주민들의 번영을 기원했던 축제였다. 볼거리로는 코쿠라(小倉) 대수문(大手門) 앞에서 거행되는, 약 100대 정도의 큰북 가마(太鼓山車)에 의한 경연대회로, 이 고장의 내력과 취향을 살려 장식한 가마(山車)가,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해 준다.


 토바타 기온 야마가사(戶畑祈園大山笠)는 일본의 중요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매년 7월 넷째 토요일을 전후해 3일간 열린다. 1802년 역병(疫病)이 창궐하자 다음해 여름에 수하대신(須賀大神)에게 역병의 편안한 치료를 기원하는 제를 올린 것이 마츠리의 기원이 되었다. 낮에는 일본의 고전적인 노보리(大山笠), 밤에는 높이 10m에 309개의 제등(提燈)을 걸어 놓은 야마가사(大山笠)를 젊은이들이 어깨에 메고 구령에 맞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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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춤추며 행진하는 참가자들

 

△ 춤과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이 지역 사람들은 둘째 날인 일요일에 너나 없이 마츠리 행사를 즐기러 나선다.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무라사키강에서는 무료 보트 타기가 행해지고, 시민회관 분수 앞 광장에서는 장애인 복지 단체에서 주가 되어 가벼운 음식에서부터 여러 가지 창작 기념품들을 판다. 시청 북쪽 공터에서는 맥주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를 하고, 코쿠라성 정원에서는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전통차를 맛보는 전차회(煎茶會)를 연다.

 

 오후에 들어서면서 코쿠라 광장에서는 지방의 여러 가지 예능과 노래로 엮어지는 공연들이 벌어지고, 기타큐슈 예술극장에서는 1시부터 코쿠라 기온 타이코(小倉祈園太鼓) 공연에 이어 후쿠오카 조선학원 키타큐슈 초급학교에서 우정 출연하는 민속무용과 민속악기 연주가 있다. 이곳 2차 행사는 오후 4시 구로사키기온(黑崎 園山笠) 공연이 벌어진 뒤 역시 우리 동포 어린이들이 민속무용과 악기 연주가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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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는 마츠리

 

 둘째 날의 주 행사는 아무래도 '백만오도리(舞踊)'행사이다. 첫날처럼 오후 5시에 '오프닝 퍼레이드'가 끝나면 그곳에서 곧 백만 무용 행사 제1부가 시작되는데, 학교나 기관, 기업체 등 32개 단체에서 출연한 무용단이 기모노를 비롯한 갖가지 복장을 하고 나와 여러 가지 춤을 선보인다. 모두가 흐믓한 얼굴로 성의를 다하여 1시간 동안 공연한다. 다음에는 창작 무용으로 전문가 수준 8개의 무용단 공연이 30분간 이어지고, 그 후 제2부 백만 오도리가 61개 단체의 출연으로 펼쳐진다. 8시 30분에 오도리 공연이 끝나면서 9시까지 3천 발의 화려한 불꽃이 솟아오른다.

 

▲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마츠리

 

 마츠리에 참가하고 나서 이를 차분히 정리해 본다.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라고 할 만큼 일년 내내 축제가 펼쳐지며 그 종류와 형태도 다양하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행해지는 여러 통과의례와 각 가정의 연중행사들, 나아가 어떤 집단이나 조직 또는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의례, 나아가 천황이 행하였던 국가적인 행사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넓다. 종교와 관련해서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나 사원(寺院)에서 행해지는 것 또는 양쪽이 혼합된 것 역시 마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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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빨리 가마를 조립 등을 달고 있는 참가 팀

 

 마츠리는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는데, 농촌 마츠리는 봄가을에, 도시 마츠리는 주로 여름에 행해진다. 농촌의 것은 풍작을 기원하고 그에 대한 감사의 성격이 짙으며, 도시의 것은 병마(病魔)나 재액(災厄) 퇴치를 기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겨울 마츠리의 경우 새해를 맞기 위해 제액(除厄)이나 영력(靈力)을 획득하기 위한 공통되는 측면이 있다. 지금에 와서는 기념·축하·선전 등을 목적으로 개최되기도 한다.

 

 이렇게 영역과 범위가 넓지만, 다른 '축제'의 본질과 그 궤를 달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신화적 세계의 재현' 혹은 '신성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통해 신과 공생함을 확인하고 생명과 질서의 재생을 꾀한다는 점이 공통되기 때문이다. 즉 마츠리는 인간이 가진 종교적 심성에 뿌리를 두고, 삶의 전체 과정에서 신에 대한 기원과 감사가 그 기본 정신을 이루고 있다. 마츠리의 동사원형인 '마츠루'(奉る, 獻る, 祭る, 祀る)라는 말 자체가 '신에게 봉헌하고 제사한다'는 종교적 행위를 뜻하는 말임에서도 충분히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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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조명 속에 드러나는 가마

 

 일본사회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마츠리의 이미지는 현대식으로 바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적이며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마츠리가 가진 이미지는 일본 지역사회의 상징적 중심이며 대표적 종교 시설인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그 지역주민들에 의해 오랜 동안 행해져온 '신사 마츠리'의 성격이 강하다. 하치마키(鉢卷)라는 하얀 천으로 된 머리띠, 동네나 조직의 이름을 박은 핫피(法被)라는 겉옷, 타비(足袋)로 불리는 버선 차림으로 미코시(神輿) 혹은 가마(山車)를 메거나 끌고 마을이나 시가지를 도는 행렬의 이미지로서의 마츠리가 이미 그것을 입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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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복장으로 가마를 메고 가는 참가자들

 

♬ 일본 드라마 '사랑스런 그대에게' 삽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