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온천의 도시 벳부시

김창집 2005. 2. 11. 14:36


 

* 바다지옥으로 유명한 우미지코쿠

 

▲ 온천의 도시, 벳부(別府)시
 
 지난 번 여행 때는 벳부가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전에 덴만구(天滿宮)에 들렀다가 오후에 벳부로 이동하게 되었다. 오는 도중에 튀김 전문집에서 점심을 먹고 벳부에 도착해 먼저 전망대에서 시가지와 해변을 보았지만 특이한 것은 없고 작고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이타(大分)현에 위치한 벳부(別府)시는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온천지역이다. 원천수가 2,848개소로 세계 제일이며, 용출량은 1일 13만 6,571㎘로 실로 엄청난 양이다. 


 벳부시로 들어서는데 산과 도심 곳곳에서 온천의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은근히 코끝을 간지럽힌다. 벳부의 온천은 벳부, 묘반, 하마와키, 시바세키, 칸나와, 칸가이지, 호리타, 가메가와 등 8개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조그만 어촌이었다가 온천이 발견되면서 도시로 커졌기 때문에 곳곳에 온천탕과 호텔이 있는데, 그 중 대중목욕탕인 다케가와라 온천은 약 120년 전에 세워져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 수증기와 개스가 자욱한 벳부의 산야   


 이곳 벳부에서는 연중 온천 축제를 여는데, 봄에는 미코시(神殿)의 제전, 아사미 다이묘 행진, 유가케 축제, 오기야마 불축제, 시영 온천의 무료 개방 등을 실시하고, 여름에도 "벳부 서머 페스티발"을 열어 4,000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와 춤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가을에는 "벳부 드림발"로 국제 가장 댄스 컨테스트와 아시아 페스티발, 겨울에는 "벳부 크리스마스 하나비 판타지아"를 열어 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합창하고 창작 불꽃을 쏘아 올리는 등 1년 내내 온천을 놓고 축제를 벌이는 축제의 도시이다.

 


 

* 유황이 뿜어져 나오는 지옥(달걀 삶는 곳)

 

▲ 벳부에서 가볼 만한 곳

 

 시간이 없어 가보지는 못하고 입심 좋은 가이드의 입으로 차안에 앉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곳에는 섹스 박물관인 히호우칸(秘寶館)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곳은 유럽의 섹스박물관을 본떠서 만든 곳으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성에 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데, 남녀의 성교 장면이나 여러 종류의 성기 등이 모형이나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비롯한 인형들의 사실처럼 벌이는 성교 장면 등을 볼 수 있으며 갖가지 성에 관련된 제품과 기념품도 팔고 있는데, 야하거나 남사스럽다기보다는 익살스럽거나 짖궂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제주도에도 도깨비도로 부근에 크진 않지만 이곳을 본뜬 조그만 박물관이 있다. 

 


 

* 지옥을 공원화 해서 커다란 연꽃을 심어놓은 곳 


 또 다른 하나는 쓰기노이 팔레스(杉ノ井 PALACE) 호텔이다. 벳푸에서 가장 큰 호텔로 알려져 있는 쓰기노이 호텔은 종합온천 레저타운을 이루는데, 1천여 평의 대욕장이 두 개나 있어 매일 남탕과 여탕이 서로 바뀌는 체제로 되어있다. 온천장 내에는 한증막, 풀장, 사우나, 모래찜질탕, 톱밥찜질, 폭포수 등 벳푸에 있는 모든 종류의 온천이 총집합 되어 있으므로 여러 군데의 온천을 둘러보는 것보다 이곳에서 벳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지고쿠(地獄)라는 곳을 자주 보게 된다. 일본이 화산의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곳곳에서 뜨거운 증기나 유황가스를 내뿜거나 물이 솟아나 흙탕물이 끓는다. 그런 현상은 1200년 전의 화산활동에 의해 시작되었다는데 지하 300미터에서 섭씨 100도 전후의 열탕이 솟아올라 흙이 끓어오르는 모습에서 지옥(地獄)이 연상되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 붉은 황톳물이 들끓는 피의 지옥

 

 ▲ 지고쿠(地獄)를 찾아서

 

 지금 그 이름은 잊었지만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어느 산골짝에 위치한 지옥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배가 고팠는지 지열(地熱)로 찐 달걀을 사먹는다. 하나씩 나눠주기에 먹으려니 목이 뻑뻑해서 캔 맥주 하나를 사서 안주로 먹는데 여기저기서 하나씩 준다. 이곳은 곳곳에서 유황가스가 솟아올라 골짜기가 자욱한 곳이다. 밖으로 노출된 곳도 있고, 오두막처럼 만들어 그곳에 들어가 유황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바닥과 천장은 유황이 올라와 서로 엉키면서 노랗게 변해 있었는데 그 덩어리를 파는 가게가 많다. 그것을 사다가 목욕할 때 욕조에 풀어 목욕하면 약효가 있다고 한다. 


 거기서 내려와 지옥 순례코스가 있는 구역으로 갔다. 그곳에는 9개의 지옥이 몰려 있었는데, 한 번 들어가면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연못에는 물에 뜨는 넓은 잎을 가진 연잎이 둥글둥글 떠있다. 바다지옥(우미지고쿠, 海地獄)은 엄청나게 큰 규모였는데 바다와 비슷한 코발트빛을 한 물이 펄펄 솟아오르며 증기를 내뿜고 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연못의 깊이는 120미터에 수온은 98도라 한다.

 


 

* 산골짜기에 있는 지옥 중 유황김을 쬐거나 유황을 생산해내는 곳


 사진을 찍고 그 옆에 있는 신사(神社)로 가서 구경한 다음에 내려와 여러 지옥을 순례하였다. '흰 연못 지옥'이라는 뜻의 시라이케지고쿠(白池地獄), '피 연못 지옥'이라는 지노이케지고쿠(血の池地獄)도 보았는데,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온천으로 피로 물든 것 같은 빨간 성분의 산화철을 포함한 점토를 품어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 뜨거운 진흙은 '지노이케'라는 피부병(화상, 무좀)에 효험이 있다는 연고를 만드는 데에 쓴다고 한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소화도 시킬 겸 몇 사람을 대동하고 바닷가로 가보았다. 공터 여기저기에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나뒹굴어 일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며 조그만 포구로 가보았는데, 그곳에도 역시 스티로폴 조각들이 흩어져 있고 낚시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무엇을 낚았는지 보았는데 별 것 없고 한 여자가 조그만 망치 한 마리 낚아 올리는 광경만 목격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 방에서 몇 사람을 데려다 맥주를 사다가 소주와 함께 마시고 잤다.   

 


 

* 우윳빛이 도는 흰 연못 지옥

♬ Bach - 환상의 폴로네에즈(팬플릇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