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짙푸른 숲길을 걸어 돌오름에 다녀왔다.
해마다 선작지왓 탑괴에서 모시던 나그네 선생님의 추모제를
이제 오름을 돌며 지내기로 했다.
멀리 선작지왓 능선 위로 탑괴가 보이는 안덕면의 돌오름 정상
368개 오름 어느 곳에 선생님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이곳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돌오름도 많이 좋아했던 곳이란 걸 느낀다.
오늘은 24절기의 하나인 소만(小滿)이다.
햇볕이 충만하고 만물이 자라서 가득 차게 된다는 뜻으로
초여름 모내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향기가 사방에 넘치는 돈나무꽃을 내보낸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
돈 많이 생기는 하루가 되기를 빌어본다.
♧ 돈나무(Pittosporum tobira)는
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줄기 밑동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져 둥그렇게 자라며 키는 2∼3m 정도이다. 잎은 가죽처럼 두툼하고 어긋나지만 줄기 끝에서는 모여난다. 잎 윗면은 광택이 나며 밋밋한 가장자리는 뒤로 말려 있다. 꽃은 하얀색 또는 약간 노란색이며 5∼6월에 가지 끝에서 둥그렇게 취산(聚)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꽃잎과 꽃받침잎은 각각 5장이다. 열매는 삭과(果)로 10월에 익는데 다 익으면 3갈래로 갈라진 열매 밖으로 빨간색의 씨가 나온다.
남쪽 섬이나 바닷가에서 자라고 있으나 온실에 심으면 중부지방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다.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양지에서도 잘 견디며 가뭄이나 공해에도 강하다.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나기 때문에 어린 나무는 옮겨 심어도 잘 자라나 큰 나무는 자라기 힘들다. 뿌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뿌리를 태우면 냄새가 더 심해진다. (申鉉哲 글)
♧ 5월 광주에서·Ⅰ- 김정화
그대는
약속 없이 찾아와
찬란하게 꽃피우면서
우리들 마음에 꽃도 피우면서
슬픔을 말해 주는 무언이었다
역사의 물줄기 따라 핏빛으로
망울져 피우지 못하고 찢기어진
가여운 꽃잎들의 바램에
긴 겨울 참아내며
다듬고 또 다듬어
깨끗한 언어로 피어나는
믿음의 잎새마다
긴 진통 참아내는 기다림이었다
그대가 오는 길목에 서서
나는 야윈 손바닥을 펴 보이며
두 팔을 벌리는 것밖에
그리고 하늘을 향해
십자가 그림자 만들며
서 있을 수밖에.
♧ 5월 광주에서·Ⅱ - 김정화
나 또한 피련다
눈부시게 피어나는
꽃잎보다 더욱 빛나는
새순으로
피어나
거센 바람이 몰아쳐
뿌리째 흔들어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기쁨으로 기다리련다
우리의 내일은
아득하게 멀어져 간
지난날의 기억조차
푸른 잎새로 반짝이는
영원의 빛
아름답게 피어나
보다 건강한 잎새로
견디어 나아가야 할
내일을 지니련다.
♧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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