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우리 제주말로, 기생화산을 일컫는 말이다. '기생화산(寄生火山)'이란 큰 화산 옆에 붙어 생겨난 작은 화산체를 말하는데, 지구 중심으로부터 뜨거워진 마그마가 밖으로 나올 때, 원래 나오던 길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나오는 화산이다. 제주도의 오름은 백록담 분화구를 통해 나와야 할 분출물이 1,600m의 두꺼운 지층이 누르는 압력 때문에 그곳으로 나오지 못하고 나오기 쉬운 곳으로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솟아난 것이다.
1997년 12월 제주도에서 펴낸 <제주의 오름>에 의하면 우리 제주의 오름은 368개로 해안선에서부터 한라산 정상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나, 해발 200m 부근의 중산간 지대에 많이 몰려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알려진 이탈리아 에트나산의 기생화산이 250여 개인데 비해 110여 개가 더 많다.
만약 우리 제주도에 오름이 없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라. 평평한 들판에 한라산만 우뚝 솟아 볼품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아름다운 풍광과 천혜의 자원은 오름에서 비롯되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한라산은 그 품안에 많은 오름을 거느리면서 더 의젓하고 풍요로운 명산이 된 것이다.
나는 요즘 적어도 2주일에 한번씩은 오름에 오른다. 정상에 우뚝 서서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는 그 옛날 힘차게 불기둥을 뿜어냈던 분화구를 바라보면 저절로 힘이 용솟음친다. 그리고 나서, 잘 생긴 한라산을 실컷 우러르다 해안선으로 눈을 돌려 푸른 바다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면, 이 땅에 태어난 것이 무한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요즘 들어 오름에 오르다가 끔찍한 장면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화산 쇄설물인 송이를 채취해버려 반쯤 잘려나간 오름이 있는가 하면, 도로나 정원 또는 골프장을 만드노라 마구 헤집어 놓은 오름, 송전 철탑을 줄줄이 세워 마구 짓밟아 버린 오름 등 67개나 되는 오름이 몸살을 앓고 있어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오름이 훼손되면 아름다운 풍광이 사라짐은 물론, 우리 제주도가 자랑하는 지하수 오염이 심각해지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앞으로 어떤 재앙이 초래될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오름은 우리의 마을을 포근히 감싸주었고, 도민의 벗이 되어 영욕의 역사를 함께 하면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오지 않았는가.
여기에 우리가 오름을 살리려는 목적이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보배 오름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오름을 살리기 위해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자. 오늘, 다시 저 오름을 바라보며 꼭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하자.
▲△▲지난번 <학교 소식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사진> 위는 한라산 기슭에서 피어나는 설앵초, 아래는 어승생악에서 바라본 Y계곡 쪽 정경입니다. 족은드레오름(왼쪽), 민대가리(가운데), 사제비동산(오른쪽), 그리고 한라산이 모습이 멀리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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