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은 "쓰루하시"

김창집 2007. 6. 27. 08:10

--탐문회 칸사이(關西) 지역 답사기 (4)

 

 

     * 가는 날이 장날이 안 되어 대부분 문을 닫은 쓰루하시 시장 

 

 

     * 쓰루하시 시장에서 파는 김치 

 

▲ 오사카 "쓰루하시시장"

 

 ‘일본 100배 즐기기’에 나온 내용을 옮겨 보면, 20만 재일동포가 사는 일본 최대의 한인 거주지인 오사카 쯔루하시에는 그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한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일명 ‘국제시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2차대전 후 생긴 암시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가 철로 밑으로 이어진 좁은 시장통은 간판이 일본어가 들어간 것이 섞인 것만 빼면 영락없이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빼다 박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귀에 들리는 소리나 코를 자극하는 냄새조차도 변함없는 우리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제일교포 2세가 대물림해 운영하는 가게가 많으며 대부분 김치, 반찬, 떡 등을 파는 재래식 상점들이 몰려 있다. 안쪽으로는 한복집과 한식당도 많이 보인다. 주변을 걷다 보면 개량 한복을 입은 조총련계 학생이나 한글 간판을 내건 단체의 건물도 간간이 눈에 띈다.

 

 

  * 참깨까지 뿌려놓은 김밥 

 

 

  * 파전을 비록한 여러 가지 전들 

 

△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었다

 

 오사카 박물관을 나와 첫날 마지막 코스인 쓰루하시 시장으로 향했다. 지금이야 일본 전역에 기무치나 김치가 유행이지만 옛날 이곳은 마늘 냄새로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면 아무나 접근을 안했던 곳이다. 제주 출신들도 많아서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인척 관계의 초청으로 일본에 왔다가 남은 기간을 이곳에 와서 마늘을 까고 김치를 담가줘 용돈을 버는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1시간 후에 모일 장소를 약속하고 시장으로 들어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고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문을 연 가게가 있어 아쉽지만 김밥 맛도 보고, 순대맛도 즐길 수 있었다. 쓰루하시 고려시장, 쓰루하시 상점가, 마루쇼 쓰루하시 상점가 등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보통 JR쓰루하시역 고가아래의 쓰루하시 역전 상점가가 특히 유명하다. 쓰루하시 코리아타운은 쓰루하시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 재래시장의 조그만 점포를 생각하게 하는 참림표와 상품들 

 

 

  * 손님을 기다리는 김치 봉지들 

 

△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기 굽는 냄새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아걸었지만 불이 켜져 있는 곳은 불고기집들이다. 벌써 삼겹살을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아르바이트생인 듯 우리 일행이 지나가자 밖으로 나왔지만 우리말을 못해 호객행위도 않고 그냥 멀건이 지나보낸다. 저렇게 해서 장사가 될까 하며 한국인 손님인 경우 그냥 ‘맛있습니다. 들어오세요.’ 두 마디만 배워줘서 투입시켜도 좋았겠지 않으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만한 곳으로 국제시장과 쓰루하시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금은 마구 섞인 듯한 느낌이다. 국제시장은 고가 밑에 있는, 동서 300m, 남북 500m의 시장. 좁은 골목길에 한국의 먹거리, 한복, 고급 브랜드점 등 약 200개 정도의 점포가 몰려 있다. 쓰루하시 시장은 다양한 한국의 먹거리, 한글간판, 그리고 활기차게 장사하는 재일 동포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에 와 있는 착각을 느낄 수 있다.

 

 

   * 이 날 유일하게 문을 연 한복과 이불 가게 

 

 

   * 돼지족발 맛을 보는 일행들 

 

▲ 합격점을 받은 족발 맛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놓은 가게에서 발을 멈췄다. 김치와 라면 등속을 비롯한 우리나라 식품을 늘어놓고 팔고 있다. 이어진 가게에는 지지미를 비롯해서 족발 삶은 것을 팔고 있다. 남 사장이 못 참겠다는 듯 흥정을 해서 족발을 샀다. 아가씨인데 능숙한 솜씨로 썬다. 김치도 한 봉 풀어놓고 우선 그곳에 있는 한라산 소주 한 병을 깠다. 우리가 갖고 간 1홉짜리 휴대용 소주도 내놓고 모두들 맛을 본다.  


 집을 떠난 지는 하루도 안 되었지만 족발을 먹어본지는 오래되었다고 모두들 몰려들어 다시 하나를 썰도록 했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는 평가다. 김치도 고국의 것처럼 마늘의 맛이 퍼지게 맛있다고 덤빈다. 낮에 먹은 우동이 빈약했는지 참깨를 뿌린 김밥을 시키는 사람도 있어 얼마 없어 저녁시간이기 때문에 맛만 보고 가자고 재촉해 이불가게, 옷가게, 라면, 된장, 당면 등 제주시 동문시장을 연상시키는 가게를 돌아 나왔다. 흥성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구경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위해 난바(難波)에 있는 오리엔탈호텔로 돌아왔다.

 

 

      * 불고기집이 늘어선 쓰루하시 시장 골목 

 

 

    *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복집도 있고 

 

△ 옛날과는 많이 달라져


 오는 차 속에서 다시 쓰루하시 시장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사실이지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 교포들은 조총련계와 남한 쪽 사람들과의 관계가 적대적이진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 의식하면서 바라보았는데, 지금은 같이 행사도 하고 하다보니, 남북을 오가는 본국의 형편과 비슷하게 변화 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 온 본국 여행자들도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이젠 벗어나 자유롭다.


 다음에는 국제화로 치닫는 세계정세에 발맞추어 이곳도 완전 한국인, 특히 제주 아줌마들의 구역이 아닌 일본 사람들도 많고 우리말을 모르는 2~3세들이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7년쯤 되었다고 생각되는데, 한국예술대학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방언을 채록해둔다고 8도 방언과 이곳 쓰루하시 시장, 그리고 연변까지 10개 지역을 지정해 작업에 들어갔었다. 그 때 이곳의 방언을 조사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제주 방언언 내가 맡아 판소리 '춘향가'와 오태석 선생의 희곡 '자전거'를 제주어로 번역한 적이 있다.

 

 

     * 오락실과 파친코장도 어김없이 자리잡고 

 

 

   * 우리가 만나기로 약속한 쓰루하시 시장 입구 간판 

 

 ♬ 어마나 - 일본어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