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문회 일본 칸사이지역 답사기(9)
* 스파월드 입구에 세워진 조각들(위)과 어느 파친코장 내부 모습(아래)
♧ 스파월드 - 다채로운 세계의 온천을 한 자리에
일본에 와서 온천을 않으면 되겠느냐고 처음에 세아여행사 이 사장은 고베에서 배를 타고 온천의 왕국 큐슈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내가 온천을 못하면 못했지 비싼 항공료 물고 오사카 가서 교토와 나라까지 섭렵해야 하니까, 할 수 있다면 오사카에 어디 알아보라고 해서 이번에 유일하게 온천 코스로 넣은 곳이다.
겨울 해는 짧아 우리가 오사카 스파 월드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해져 있었다. 들어가는 곳에 세워 둔 석상(石像)을 찍고 들어가서 수속을 밟았는데, 그곳에서는 촬영금지 표시가 돼있어 아예 옷장에 카메라를 넣고 들어갔다. 가이드가 리스트 밴드를 내주며, 손목에 차도록 한다. 빈 몸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식사, 맛사지, 에스테, 현금 이체 등을 하고 나올 때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이곳 스파월드는 무지개 빛깔처럼 다채로운 세계의 테마 온천탕과 스파, 사우나, 에스테틱 등을 총망라하고 있는 매력적인 웰빙 휴식공간이라고 선전되어 있다. 스파는 4층의 유럽 존과 6층의 아시아존으로 나누어지는 데 여성전용과 남성전용이 달마다 교대로 지정된다. 즉, 남성은 홀수 달에 아시아존에 가고, 짝수 달에 유럽존에 가는데, 여성은 그 반대다. 2월이어서 우리 남자들은 유럽존에 가게 되었다.
고풍스럽고 신화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유럽존에는 고대 로마 목욕탕, 아틀란티스, 지중해, 그리스, 핀라드, 파랑의 동굴, 스페인 등을 테마로 꾸몄고, 아시아 존에는 발리, 이슬람, 페르시아, 인도, 히노키, 일본 게류노천탕, 일본 등을 테마의 주제로 하고 있어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맛 볼 수 있다. 사우나 역시 핀란드식, 맥반석 힐링, 허브 스팀 등을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게 했고,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누워 TV를 보며 휴식할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우리가 먹은 일식집 밥상
♧ 돌발 상황, 100엔짜리 동전 두 개 있어야
맨 처음 신발장에 가는데, 나누어준 리스트 밴드가 들어가지 않고 동전을 넣어야 열고 닫게 되어 있다. 아무 곳이나 빈곳에 넣으면 되는데, 다행히 일행 중에 100엔짜리 동전을 가진 분이 있어 빌려서 열어 신발을 넣었고, 욕실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넣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올 때 키로 문을 열면 동전이 나와 가지고 오면 된다.
도중에 퇴관은 안 되고 3시간 티켓으로 연장을 하게 되면 나갈 때 추가요금을 내면 된다. 밤 12시로부터 새벽 5시까지 이용하는 사람은 심야요금을 물게 돼 있는 걸 보면 이곳에서 밤을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선 안 되고, 나눠준 리스트 밴드를 분실하면 벌금 5천 엔을 내야하며, 욕실과 신발장 키도 잃어버리면 1100엔을 내야 한다. 또, 리스트 벤드를 분실했을 때는 현금을 인출하게 되므로 빠른 시간에 각층 카운터에 신고를 해야 한다.
1층에는 가족 전용 휴게실, 2층은 프런트와 귀중품 라커, 인포메이션, 선물코너, 연회장, 신발장 등이 있고, 3층에는 음식점과 레스토랑, 4층은 유럽 스파존, 6층은 아시아 스파존, 8층은 전망대와 풀장인데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옆으로 나란히 호텔이 있어 2층에서 호텔로비로 통하는 복도로 들어가면 4층에 일본식룸, 5층에 연회 객실, 6층에 서양식룸, 7층에 스위트룸이 있는 구조다.
4층에 가서 옷을 벗어 옷장에 넣은 다음 김이 서린 좀 어두컴컴한 곳으로 들어가니, 고대로마, 프랑스, 그리스, 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풍의 욕탕이 그들만의 고유한 인테리어로 잇달아 꾸며 놓았다. 각 욕실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하여 각 나라의 상징적인 조각을 설치해 놓았다. 이곳저곳을 돌며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가운데 휴게소에 가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마시고 나왔다.
* 극단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위)와 우리가 먹은 음식점 옆 집의 간판(아래)
♧ 간단한 일식으로 저녁을 마치고
목욕을 마친 일행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도톰보리에 있는 한 일식집으로 갔다. 바깥에 커다란 복어 모형을 매달아 놓은 집 3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가 보니, 넷이서 자그만 교자상에 앉게 되었는데, 가운데 기다란 접시 한쪽에는 참치회 4점, 한쪽에는 양식(養殖)인 듯 돔회 4점, 가재새우 4마리, 소라 몇 점, 기타 오징어 익힌 것 몇 점이 올라앉았다.
튀김은 두 접시에 나누어 담았고, 감자 반찬 네 알, 간장 등이 반찬이고 밥솥을 들여다 놓았는데, 자그만 솥 두 개에 쌀밥, 두 냄비에 찌게인지 지리인지 모를 것(기억이 안남), 나머지는 된장국 한 그릇씩이다. 소식(小食)을 하는 일본 사람들 덕에 간이 안 찬 듯한 식사를 대충 마치고 밖으로 나와 자유 시간을 가졌다.
어제 왔던 곳이어서 지친 분은 곧바로 호텔로, 쇼핑을 할 분들은 다시 상가로 우리는 무작정 걸었다. 가부끼를 공연하는 극장을 보니까 시작한지 오래되어 입장이 안 된다. 10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밤에 TV로 대여섯 시간 본 기억이 난다. 가부키(歌舞伎, kabuki)는 일본의 대중적인 고전연극인데, 사실주의와 형식주의의 음악과 춤과 무언극이다. 호화로운 무대와 의상이 혼연일체로 어우러져 있는 연극으로 글자로는 '노래'(歌), '춤'(舞), '솜씨'(伎)다.
매우 서정적인 가부키는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문학이라기보다는 한 배우가 몸짓과 목소리 연기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기교를 드러내는 데 쓰이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가부키 배우들은 약간의 변형 외에는 대대로 가부키의 전통을 지켜왔다. 그들은 초기 가부키 배우들의 연기양식을 답습했으며, 배우의 계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자신이 몇 대(代)임을 나타낸다.
* 어느 음식점 간판(위)과 낮에 먹은 식사(아래)
♧ 라멘도 먹어본 오사카의 밤
모든 것이 시들해진 일행은 호텔에 와서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간이주점에 가서 술을 마셔보자는 제의로 라멘집에 가서 라멘 몇 개 시켜 맛만 보았다. 일본의 라멘은 육수의 종류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는데, 간장이 기본인 쇼유라멘, 일본 된장으로 육수를 낸 미소라멘, 그리고 돼지 뼈로 육수를 낸 돈코츠 라멘이 그것이다.
소면 같은 면발에 가운데 돼지고기를 한 점 딱 걸치고 파와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국물을 입에 넣은 순간 아닌 게 아니라 느끼하다. 여기다 김치를 푹 집어넣었으면 그런 대로 먹으련만 선입감이란 묘한 것이어서 곧 맛을 좌우해버렸다. 살진 돼지고기 한 다리쯤 삶은 물에 국수를 넣으면 맛이 이보다 못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좋아하는 집을 찾아 줄지어 서고, 명품 라멘을 만들기 위해 음식점에서는 노력을 거듭한다.
미안해서 정종을 시켜 놓고 곱쳐간 한라산 소주 1홉을 시켜 타가지고 인사치레 정도로만 먹고 나왔다. 나오니 영 찜찜해서 그대로 들어갈 수 없다. 이번에는 내가 한 잔 산다고 조그만 술집 3층에 올라 한 구석을 차지한 뒤, 회 몇 접시와 생맥주를 시켰다. 여행사 이 사장이 마침 가방에 양주 한 병이 있어 생맥주에 타 마셔봐야 푸짐하고 싼 안주에 마음 놓고 마시던 버릇의 우리들에게는 간이 차지 않아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서 술을 마시려면 일본 돈에서 10배를 생각하는 계산법으로 말고 그냥 우리 돈이라고 생각하고 마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술맛 떨어지고 돈 들어가고 정말 떨떠름해서 견딜 수 없다. 우리는 캔맥주를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가서 가지고 온 술을 탈탈 털어 술 마실 만한 분들은 전부 불러내어 우리 식으로 한 잔 ‘위하여!’를 외치고 나서야 개운하게 잠들 수 있었다.
* 오사카의 밤은 깊어만 가고
♬ L'arc en Ciel - 抒情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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