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교토시내를 내려다보는 청수사

김창집 2007. 7. 28. 23:20

 -- 탐문회 칸사이(關西) 지역 답사기 (11)

 

   * 단청을 한 일본 최대의 청수사 3층탑 


♧ 역사의 문 교토 - 교토역


세아여행사 이범종 사장이 아무리 바빠도 꼭 들러 가자는 제의에 모두들 흔쾌히 응한 곳, 교토역이었다. 지상 15층 지하 15층 길이 470m를 자랑하는 매머드급 역사(驛舍) 건물은 헤이안(平安, 교토) 천도 1,200주년을 기념해 1977년에 문을 열었다. 유리로 뒤덮인 건물 벽과 15층에서부터 1층까지 뻥 뚫린 개방적 공간이 ‘역사의 문 교토’라는 콘셉트를 훌륭하게 형상화시켰다.


교토역을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은 1,100년 동안 일본을 지배해온 권력의 중추지대였다. 그 한복판에는 일황이 거주하던 왕궁인 교토고쇼(京都御所)와 바쿠후 시대의 산물인 니죠죠(二條城)가 자리 잡고 있어 이 지역이 일본 역사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사찰과 신사가 즐비해 천년고도 교토의 전통과 역사를 호흡하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곳 1순위로 꼽힌다.

 

 

  * 현대식 교토역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일행


교토역 1층은 JR역이며 위쪽으로 일본의 대형백화점 체인 가운데 하나인 이세딴 백화점,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한 전망 식당과, 건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연결된 구름다리, 역사만큼이나 매머드급을 자랑하는 호텔 ‘그랑비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JR 개찰구를 등지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 올라가면 교토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망대인 스카이 가든이 펼쳐진다.


이른 봄인데도 꽃이 피어 우리를 반겨주고, 그 날은 비가 왔던 관계로 안개가 짙어 주변 경관을 시원히 보진 못했지만 정말 한 번 가볼만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열린 무대가 있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더구나 입장료도 없어 여행자들이 휴식 차 다녀가거나 여행 중 차 시간을 기다리며 배웅 나온 손님과 함께 음식점에 들러 밥을 같이 먹는다든지 차를 마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였다. 

 

 

  * 오래된 골목길을 올라오는 사람들과 가짜 마이꼬들


♧ 오랜 역사를 가진 청수사 골목


키요미즈데라(淸水寺)로 가는 길목 중간에 차를 세운 뒤, 그 입구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서 돈가스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절을 향해 좁고 기다란 골목으로 들어간다. 10년 전에 왔을 때도 외숙모와 두 이모, 그리고 이종 사촌과 함께 이 골목에서 간단한 점심과 차를 마시고 쇼핑을 하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절로 가는 골목은 고죠자까와 키요마즈자까 두 개인데 거리는 비슷하다.


이곳의 유명한 기념품 부채로부터 할로우인데이 가면까지 구구각색이다. 다기(茶器)도 구경하기 좋을 만큼 여러 곳에 진열되어 있으며, 먹거리도 곳곳에 있다. 2월말 봄꽃이 화분에 핀 것을 내놓아 꽃을 좋아하는 나를 머물게 한다. 활짝 핀 산수유도 있고 히어리도 있고, 매화도 여기저기 보인다. 10여분 걸리는 오르막길이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 홍매화가 피어 골목길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을 맞고 있다. 


가의 다 올라간 곳에서 가짜 마이꼬를 만났다. 이곳 키요미즈데라(淸水寺)나 산넨지까(山寧坂), 니넨지까(二年坂) 부근에는 얼굴에 흰 분칠을 하고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채 종종 걸음으로 다니는 마이꼬인데,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옷을 빌려 입고 분장을 한 관광객들이다. 마이꼬는 나이어린 게이샤, 또는 게이샤가 되기 위해 수행중인 자를 말하며, 게이샤는 에도에서 부르는 말이다.


이 절이 엄청나게 오랜 절이기 때문에 이 골목도 굉장히 오랜 전통을 갖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고 고향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절이 있으면 커다란 길을 내고 절문까지 잡상들이 몰려들어 온갖 조잡한 상품들을 늘어놓고 호객행위하는데,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곳인가? 상품도 일류 상품이고 호객행위를 않아도 손님들이 자유롭게 골라 사가는 정돈된 명품 골목이다. 

    

 

 * 절의 사무실과 종각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요미즈데라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서기 778년에 엔친(圓珍) 스님에 의해 지어졌다 한다. 엔친은 꿈에 계시를 받아 레이센을 찾아 나섰고, 도착한 곳이 바로 이 절이 자리 잡은 오토와야마(音羽山)라 한다. 당시 이 산에는 수백 년간 걸쳐 수행을 계속했다는 교에이코지(行叡居士)라는 이름의 수행자가 있었는데, 엔친에게 뒷일을 부탁하고는 동쪽 나라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그곳에서 수행하던 엔친 스님은 결국 이곳에 관음상(觀音像)을 새겨 안치했는데, 이것이 기요미즈데라가 창건된 계기이다. 이후 소실과 재건을 계속하면서 이어오던 이 절은 1633년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 이에마쯔(家光)의 힘을 빌려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많은 불교 신자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절로 번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 본당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시설들

 

기요미즈는 맑은 물 즉 정수(淨水)라는 의미로, 수명(壽命)을 연장시켜주는 물로 유명하다고 하여, 많은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물을 마신다. 입구인 인왕문 뒤쪽에는 사이몬(西門)과 삼층탑(三重塔)이 있다. 이 두 건물은 일본의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단청이 입혀 있어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의 관광객들에게 우리 단청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층탑은 1632년에 재건된 것이며 높이는 29.7m에 이른다.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19세기말 수행자들이 본당과 오또와노따끼 사이의 계단을 1만회를 오르내린 것을 기념해 바친 묵게 90kg의 무쇠 석장과 신발이 전시돼있다. 석장 바로 뒤쪽은 139개의 기둥 위에 세워진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이다. 본존으로 십일면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으나 일반에게 공개를 하지 않는다.

 

 

 * 지슈신사로 올라가는 문(위)과 위에서 본 오또와노따끼

 

♧ 오또와노따끼(음우의 롱)으로 유명한 물


연간 3백만을 헤아리는 참배객이 다녀간다는 이곳 기요미즈데라는 높은 툇마루에 지어진 사찰로 그 아찔한 위치에서 내려다보이는 교토시내의 전경이 일품인 관광지이다. 이 절을 중심으로 산쥬산겐도(三十三間堂)와 치샤쿠인(智積院), 고다이지(高臺寺)등은 일본 교토의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지역이 되어있다.


본당 앞에는 밖으로 툭 튀어나온 무대가 있는데, 옛날 십일면천수관음상에게 춤을 추던 본당 무대였으나 지금은 교토 시내를 전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높이 솟은 기둥 위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난간 모습에서 ‘터무니없이 위험한 짓을 저지른다.’는 뜻의 ‘키요미즈데라 난간 넘기’라는 속담이 생겼다.  

 

 

  * 옆에서 본 본당(아래)와 돌아가다가 본 본당(위) 


본당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올라가면 지슈신사(地主神社), 오른쪽으로 가면 오꾸노인이 나온다. 지슈신사는 창건시기조차 알려져 있지 않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사다. 작은 규모인데도 한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연애와 결혼 성취의 전당이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돌덩이 두 개가 박혀있는데, 20m 정도 되는 둘 사이의 거리를 눈을 감고 똑바로 걸어가면 원하는 사람과 반드시 맺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오른쪽으로 좁은 길을 걸어 돌아가면 아미타불을 모신 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본당의 모습과 시내 풍경을 잘 볼 수 있다. 거기서 돌아오다 보면 청춘남녀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오또와노따끼(음우의 롱)이다. 물이 세 줄기 내리는데, 원래는 불법승(佛法僧)의로의 귀의(歸依), 행동 ․ 언행 ․ 마음의 정진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은 건강 ․ 학습 ․ 연애의 성공을 보장하는 성수(聖水)로 통하기도 하나, 욕심내서 셋을 다 마시면 무효가 된단다.

 

 

 * 오꾸노인의 아미타당(위)와 나오다 본 청수사 건물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