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유키오의 소설로도 잘 알려진 금각사

김창집 2007. 8. 8. 00:06

--탐문회 칸사이(關西) 지역 답사기 (13)

  * 교코지(鏡湖池)에 비친 긴카쿠지(金閣寺)의 아름다운 모습 

 

♧ 두 번째 보는 긴카쿠지(金閣寺)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이 절은 금칠을 한 독특한 금각(金閣)도 그렇거니와 거기에 정원이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데 오랜만에 보는 나무와 골목길이 어제 본 듯 눈에 익다. 앞에 처음 보는 나무의 꽃이 있어 몇 컷 누르고 흑문(黑門)을 거쳐 총문(總門)을 지나니, 금각 꼭대기의 닭 모양의 장식이 보인다.


 왼쪽에 종루가 있고, 오른쪽에 이 절의 부엌인 고리(庫裡)와 주지의 방인 방장(方丈), 서원(書院) 등이 몰려 있다. 부적 같이 생긴 표를 보이고 들어가 호수 너머로 금각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주변을 살피며 사진을 찍는다. 어떻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지 건물만 찍으려는데도 끼어들기 힘들다. 다시 금각이 있는 곳으로 돌아 가다가 방장과 사원 사이에 있는 리쿠슈노마쓰 소나무(陸舟之松)를 본다. 분재였던 것을 땅에 심어 600여년이 지났다는데 배 모양이다. 


 

 * 긴카쿠지(金閣寺)로 들어 가는 사람들 


♧ 별장이었다가 절로 바뀌어


 금각사는 기타야마(北山)에 있는 사찰이다. 원래는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 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1397년에 지은 별장이었으나,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로쿠온사(鹿苑寺)라는 선종사찰로 바뀌었다. 이 로쿠온사가 긴카쿠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3층 누각 긴카쿠(金閣) 때문인데, 긴카쿠는 무로마치시대 전기의 기타야마문화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3층 건물로 각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른데, 1층은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기, 3층은 당대(唐代) 양식으로 각 시대의 양식을 독창적으로 절충하였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이며, 2층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셨고, 3층은 선종 불전이다. 이중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다. 1950년 한 사미승에 의하여 불에 타 없어졌으며,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재건한 것으로 1962년에 금을 입혔다.

 

 

  * 교코지(鏡湖池)와 긴카쿠지(金閣寺)의 아름다운 모습 

 

♧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로 더 유명해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는 이 화재를 소재로 1956년에 장편소설 ‘금각사(金閣寺)’를 썼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1949년 장편소설 ‘가면(假面)의 고백’으로 지위를 굳혔다. 그는 할복자살로 유명하며 전후세대의 니힐리즘이나 이상심리를 다룬 작품을 많이 쓰면서도 본질은 오히려 탐미적이었다. ‘사랑의 갈증’(1950), ‘금색(禁色)’(1951∼1953)을 거쳐 그의 방법론이 거의 완전하게 표현된 것은 ‘금각사(金閣寺)’(1956)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각(金閣)에 유별난 관심과 애정, 일체감을 느끼지만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현실에 접근할 때마다 금각의 방해를 받게 되고, 결국 금각을 불태우고 만다는 줄거리 속에 미에 대한 극단적인 집착과 탐닉, 파멸을 향해 내닫는 젊음의 끝에서 고뇌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아름답고 예리한 감수성으로 그려냈다.

 

 

  * 긴카쿠(金閣)의 3층과 꼭대기(위)와 신운(神雲)(아래)

 

♧ 멋진 정원은 극락정토를 상징


 긴카쿠지 앞에 있는 넓은 연못은 교코지(鏡湖池)이고, 가운데 섬은 아시하라시마(葦原島)이다. 금빛 찬란한 이 절은 1397년에 건립한 선종 사찰로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다. 원래 이 자리는 키따야마(北山)의 대저택이 있었는데, 이곳을 너무 사랑한 무로마치 바쿠오의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滿)가 물려받아 자신의 권력의 상징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번쩍이는 킨까쿠(金閣)를 중심으로 조성된 정원은 극락정토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킨까쿠는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사리전으로, 귀족풍의 정전(正殿)과 중국의 선종 사원 양식을 도입한 건축법이 무로마찌 시대의 건축미를 잘 보여준다. 서쪽의 기누가사야마(衣立山)을 배경으로 한 이 정원에는 당시 지방 영주들이 앞 다투어 헌납한 명석(名石)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 용문폭포와 안민택의 섬 백사의 총(白蛇の塚)


♧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석가정


 킨까쿠 뒤를 지나 북쪽으로 가면 신운(神雲)이 있고 은하천이 흐르며, 암하수, 용문폭포가 있다. 그 곳 못의 이름은 안민타쿠(安民澤), 가운데 섬은 백사의 총(白蛇の塚)으로 작은 탑이 서 있다. 섬이 끝나는 곳에 셋가테이(夕佳亭)이라는 일본식 초가정이 있는데, 에도시대의 다도가로 유명한 가나모리 소와(金三宗和)가 좋아 했던 다실풍의 건물로 저녁노을의 경치가 아름다워 그런 이름을 붙였다 한다.


 정면의 장식 기둥은 유명한 남천(南天)의 장식 기둥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삼각형 선반이 싸리로 만든 지가이다나 선반, 중앙 고목이 ‘오슈쿠바이(鸞宿梅)’라고 한다. 거기서 돌아 나오는 길로 조금 가면 기와집이 있는데, 후도도 불당(不動堂)이라 하며 모시고 있는 불상은 고보(弘法) 대사가 제작하였다는 석부동명왕(石不動明王)이다. 영험을 가진 비불(秘佛)이라 널리 서민들의 신앙 대상이 되고 있다.

 

 

     * 석가정자와 후도도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