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문회 칸사이(關西) 지역 답사기 (완)
*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나라현의 호류사(법륭사) 금당과 오층탑
키요미즈데라(淸水寺)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했는지 아니면 무리하게 일정을 짰는지, 꼭 보고 오리라던 고류사는 아쉽게도 못 보고 말았다. 그곳에는 일본의 국보 제1호인 고류사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기 때문이다. 반가사유상은 원래 석가모니가 태자 시절에 인생무상을 느껴 고뇌하는 명상자세에서 기원하며, 출가 이전의 이러한 태자 모습은 중생 제도를 기다리는 미륵보살 모습과 비슷하므로 미륵보살상도 반가사유의 모습으로 조성되었다.
나무로 만든 높이 123.5cm의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앉은 것이라든지 골똘히 무엇을 생각하는 모습이 마치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닮았다. 그 조각을 사다 교토국립박물관 마당 가운데 설치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 그런데, 일본의 서기에는 이 불상이 신라의 장인이 적송(춘양목)으로 만들어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서울의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불상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제83호, 90Cm)과도 아주 닮았다.
* 임진왜란의 아픔을 안고 있는 비극의 상징 이총에서 참배 준비
♧ 꼭 보고 싶었던 윤동주의 시비
시가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때 노트에 베껴 열심히 읽었던 윤동주, 시비(詩碑)를 꼭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못 보고 말았다. 그의 모교였던 연변 용정중학교에도 시비를 세우기 전에 가서 못 보았는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세기 후반에 조성된 도지샤(同志社) 대학은 캠퍼스는 붉은 벽돌로 만든 아메리칸 고딕 양식으로 유명하다. 연희 전문 문과를 졸업한 뒤 유학시절을 보낸 곳이 바로 이곳이다. 대학 재학중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2년 형을 선고 받고 후꾸오카(福岡) 감옥에 복역했는데, 그 뒤의 행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생체실험으로 죽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지금 그의 묘는 북간도에 있으며, 1994년에 동문과 시인들이 이 대학 교정에 시비를 세웠다.
* 태국에도 황금의 사원이 있지만 독특하게 금을 입힌 킨카쿠지(금각사)
♧ 이번 칸사이 지역 답사가 의미하는 것
이번 답사 3박 4일 동안 돌아본 곳은 오사카, 나라, 교토 세 지역이고, 코앞에 있는 지진으로 유명한 코베(神戶)는 가보지 못했다. 시간도 없었거니와 다른 곳에 비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잘 아시다시피 나라(奈良)는 우리 백제 유민들이 건너와 오랫동안 머물면서 영향을 크게 끼친 곳이다. 그리고 고대 일본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으며, 유적과 유물이 많이 남아 있어 우리 옛 문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 있다.
오사카는 우리나라 특히 제주의 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건너온 우리 교민들이 어떠한 생활을 했으며 지금의 형편은 어떠한지 살필 수 있다. 우리가 아주 못살 적 마을에 수도와 전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차별을 받으면서 굴욕 속에서 모은 돈을 달라고 손을 벌렸던 곳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교토는 중세 일본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 일본의 가부끼극 공연에서 소용되는 탈들, 관광기념품으로 파는 것들
♧ 오랫동안 길들여진 유통구조
약을 사겠다는 사람과 생필품 중 부탁받은 것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서 오사카에 가면 너무 늦을 거고, 꽤 큰 물류센타 앞에 차를 세웠다. 재빨리 들어가 상품의 흐름을 살폈다. 매번 보는 대로 실용적인 이네들의 성정(性情)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어류(魚類) 판매를 보면 수요를 얼마나 잘 아는 지 그 날 저녁에 팔 횟감을 그대로 뜨거나 나누어서 도시락 상자에 넣어 팔며, 생선 초밥도 있다.
오사카로 돌아온 우리는 변두리에서 고기를 실컷 구워 먹었다. 언제 그곳으로 상륙했는지 모르지만 삼겹살로부터 쇠고기, 양고기까지 온갖 고기를 마음대로 가져다 구워 먹는 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판도 잘 안 갈아주고 늘어놓은 채소 외에 우리처럼 부르는 대로 상추나 배추, 또는 깻잎을 주지 않는 점이다. 또, 주류 관리가 엄격해 가지고 온 술을 먹는 것을 보면 어김없이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 일본의 관광기념품 가게마다 늘어놓은 일본 인형
♧ 답사 마지막 사흘째 밤도 깊어만 가고
숙소로 돌아가서 더 이상 미련 없이 많이 먹고 가자고 했지만 한 상에 맥주 두 병씩 돌린 것 가지고는 구운 고기에 소주를 미련 없이 마셔온 우리들의 간을 채울 수가 없었다. 마시다 남은 휴대용을 내놓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빨리 호텔로 돌아와 방을 정하고, 답사의 결산을 한다고 호실마다 전화를 해서 가지고 온 소주, 컵라면, 김치 등을 모아 놓고 이번 일본 답사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과거 일본인들이 살만 했을 때, 열심히 동남아와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섭렵했는데 지금 그 경험을 살리고 있는지, 아니면 엔화 하락의 덕분인지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긴 일본인들이 옛것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데 특별히 마음 쓰고 남겨놓은데 대한 보답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옛것을 아끼고 소중히 보호하려는 그 정신만은 우리 민족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
* 교토국립박물관 앞마당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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