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세계문화유산 모토리큐 니조성

김창집 2007. 8. 7. 00:53

--탐문회 칸사이(關西) 지역 답사기 (12)

 

    * 카라몬을 통해 본(위) 건물과 들어가서 본 니노마루어전(아래)

 

♧ 이에야스와 이에미쯔에 의해 이룩된 성


 니죠죠(二條城)는 1603년(케이쵸8년) 토쿠가와계의 초대 장군 이에야스가 쿄오토 궁궐의 수호와 임시숙소로 사용하고자 니죠신고쇼(二條新御所)라는 작은 건물을 지은 것이 시초가 되었다. 사실상 왕실 견제 본부가 되었던 이 성은 3대 장군인 손자 이에미쯔(家光)에 의해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후지미성(伏見城)을 정리 확장, 1626년(칸에이3년)에 완성시켜 결국 바꾸후의 권력을 상징하는 성으로 거듭났다.


 1876년(케이오3년) 15대 장군 이시노부가 통치권을 천황에게 반환함에 따라 니조성은 정부(천황)의 것이 되었고, 1884년(메이지17년) 황궁에서 분리된 궁궐인 리큐로 바뀌었으며, 1939년(쇼와14년)에 교토시로 넘겨졌다. 폭 13m, 깊이 17m의 해자(垓字)에 둘러싸인 니죠죠는 동서 480m, 남북 360m의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 이조성으로 들어가는 밖의 동대수문(위)과 본 건물로 들어가는 카라몬(아래)


♣ 모모야마 시대 건축양식의 전형


 우리가 성 앞에서 표를 사올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다가와 인사하는 분이 있어 바라보니 남녕고등학교 우수신입생 선진지 시찰단 인솔 교사들이다. 하긴 요즘 엔화 환율 하락으로 일본에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들끓고 있다. 해자를 메워 입구로 만든 다리를 통해 동대수문을 들어가니 일본 옛 건물 정문 고유의 모양을 한 카라몬(당문)이 나타난다.


 아름답고 견고하게 서 있는 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앞뒤로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커다란 소나무로 가려진 니노마루어전이 나타난다. 건물은 사선(斜線)으로 쭉 이어졌는데, 두 곳은 긴 복도로 연결된다. 여기에 이에야스가 세운 케이쵸 년대의 건축물과 이에미쯔에 의해 지시, 제작된 그림이나 조각 등이 총집합되어 있어 모모야마시대 문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 소나무가 우거진 본 건물 주변


♧ 소리 나는 복도로 유명한 니노마루고텐


 원래의 건물은 18세기에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니노마루고텐(二の丸御殿), 혼마루고텐(本丸御殿), 니노마루테이엔이 남아 있다. 니죠죠(二條城)의 중심인 니노마루고텐은 복도와 연결되어 있는 6개의 홀이 있으며 각각 다른 높이로 지어져 있다. 모모야마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로 토오사무라이(遠大), 시끼다이(式台), 오히로마(大廣間), 소떼쯔노마(蘇鐵の間), 쿠쇼로인(黑書院), 시쇼로인(白書院) 6개의 건물이 복도로 연결되었다.


 내부는 총 33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면적은 3,300㎡, 다다미 800장이 깔려 있다. 옛날에는 신분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방을 엄격히 제한했다. 나무로 만든 복도는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발을 디딜 때마다 새 울음소리가 나게 만들었는데, 이 복도를 휘파람새란 뜻의 우구이스바리라 한다.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벽화가 그려진 33개의 방에는 대부분 옛 모습의 마네킹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 니노마루 정원의 중심인 못

 

♣ 신분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었던 방들


 니노마루어전 동쪽으로 들어가면 신발장이 놓여 있어 신발을 벗은 뒤 슬리퍼로 갈아 신고 복도를 돌며 관람하게 되어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정면 두 간의 벽장문에 버드나무의 방, 어린 소나무의 방이라 하여 무사(武士)의 위법을 감찰하던 직책을 가진 자가 성을 방문한 사람들을 접수하던 곳이다. 다음 도오사무라이노마라는 방은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호랑이의 방이라 하여 성에 문안 오는 제후들의 대기소로 이용되었다.


 다음 건물은 시끼다이노마인데 도쿠가와 장군을 찾아온 제후들이 장군 직속의 정무총괄이었던 로오쥬우와 인사를 나누던 곳. 다음 건물로 들어서면 오호히로마산노마로 토자마 다이묘오의 대기실, 다음이 무사 은폐실, 책장, 거실, 서원 등이 갖추어진 곳인데, 이와 같은 방의 구조가 모모야마 시대의 무가풍(武家風) 서원 양식이다. 여섯 번째 있는 방이 가장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오오이로마 이찌노마인데 장군이 지방 무관들과 대면하던 방이다.

 

 

 * 이조성 해자와 성(위)와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혼마루(아래)


♧ 니노마루 정원과 세이류엔


 긴 구조의 건물을 복도로 한 바퀴 돌아 나와 건물 왼쪽으로 돌자 바로 니노마루 정원이 나타난다. 연못 한가운데 섬을 상징하는 돌을 두고, 좌우에 학과 거북 모양의 돌을 배치한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이다. 연못에 띄엄띄엄 놓인 돌과 각종 수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데, 다도의 명인인 코보리엔슈(小堀遠州)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세이류엔은 에도시대의 거상(巨商) 스미오구라 료이(角倉了以)의 자택 일부와 정원석 800여 개를 기증 받아 만든 정원이다.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인 일본풍의 저택과 연못 등이 아주 운치 있게 어울린다. 니노마루 정원과 마찬가지로 지천회유식 정원이며 면적은 1만6,500㎡, 다실 등이 지어진 정원은 예전에 국빈 접대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 이조성 밖으로 심어 가꾼 매화와 소나무 등

 

♣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혼마루


 제일 안쪽엔 자리잡은 혼마루는 1626년 토꾸가와 이에미쯔가 증축한 건물이다. 에전에는 남서쪽에 5층짜리 텐슈가꾸(天守閣)가 세워져 성으로서의 위용을 뽐냈지만 1750년 벼락을 맞아 소실되었고, 1788년에는 화재로 인해 이 일대의 건물이 모두 타버려 지금엔 그 터만 남아있다. 그러나, 그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보니, 정원과 울타리 너머 멀리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현재의 건축물은 본래 교토 궁궐에 있던 구 재궁 궁전을 1893에 옮겨 온 카쯔라뀨고뗀(桂宮御殿)이다. 이 건축물은 1847년에 처음 지은 것으로 궁전 잔존 건축물로 남아있는 유일한 것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교토시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성은 격식, 규모, 완성도, 예술성, 호화로움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어디서 가져왔는지 정원의 석등(위)과  혼마루(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