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한림공원의 당신상들

김창집 2008. 2. 17. 01:19

 

한림공원 안에는 천연기념물 제236호 협재쌍용동굴이 자리잡고 았는데,

관람이 허용된 제1동굴에서 나와 다시 제2동굴로 들어가는 사이에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일련의 석상들을 전시해 놓았다.

이 석상들은 물론 근래에 들어 만든 것이긴 하지만 그 모습은

과거 제주의 신당(神堂) 안에 모셔졌던 신상(神像)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제주에는 예로부터 마을을 세울 때 공동으로 신당(神堂)을 마련하고

매인 심방인 무당(巫堂)을 정해 해마다 날을 정해 마을굿을 했었다.

신당은 당시의 우주관으로 보면 마을 사람을 지켜주는 마을신이 머무르는 집이다.

그리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빌러 갈 때는 종이로 만든 돈이나 고운 옷감을

가지고 가서 걸어놓는데, 이것을 지전물색(紙錢物色)이라 한다.

 

 

그리고 신앙의 대상인 신주(神主)는 위패(位牌)로 대신하거나

사진과 같이 돌로 투박하게 신상(神像)을 만들어 세우게 된다.

옛날 제주에는 ‘당오백절오백’이라 하여 자연부락 단위로

신당이 하나씩 있었는데,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할망당, 하르방당으로 불리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교를 국교로 하면서 절이나 이러한 신당(神堂)을

불태우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미신타파라 배척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4. 3때 중산간 마을의 소실로 신당이 황폐되기도 있다.

현대에 이르러 정제된 대형 종교가 등장하면서 발길이 뜸해지더니,

새마을운동을 벌이며 많은 신당이 없어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신상(神像)은 도외반출이 되거나 묻혀지기도 했는데

이를 소중하게 모아 민속박물관을 세우고 이를 전시한 곳이 있는데

제주시 삼양동에 자리한 진성기 씨의 제주민속박물관의 ‘제주무신궁’이다.

현재 제주에는 150기 정도의 신상이 파악되고 있는데,

그 중 143기가 무신궁에 있고, 화북동 윤동지 영감당에 1기,

회천동 화천사 뒤에 5기, 대정읍 인성리에 2기,

그 외 몇몇 신당과 제주민속촌 등에 남아 있다.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그 모습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규격도 정해지지 않았고 돌하르방처럼 모양도 정해지지 않아서

당시 만든 사람의 생각과 돌 다루는 솜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이곳과 금릉석물원, 제주돌박물관에 있는 것은

‘제주무신궁’에 모셔져 있는 신상을 본뜨거나 닮게 만든 것이라 본다.    

 

 

♧ 석상(石像)이 있는 풍경 - 홍수희


그들은 모른다

내 속에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그들은 즐겨 말할 뿐이다

돌은 몹시 차갑거나

돌은 몹시 딱딱할 뿐이라고


사계절 풍화(風化)에 견디기 위해

나의 피부는 다만 견고할 뿐

내 표정은 다만 진지할 뿐


미세한 혈관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노래 소리를 알아듣기엔

달빛에도 혼절(昏絶)하는

내  천년(千年)의 그리움을 해독(解讀)하기엔


그들은 내게 너무 가까이 있거나

그들은 내게서 너무 멀리 있는 것이다


 

♧ 석상(石像) - 심종은

 

조화를 잃은 밤.

천지사방에 어둠이 내리고

퇴색된 세계로

은둔된 삶을 산책하는

석상은

한층 무거워만 갑니다.


누구일까요.

더불어 호흡하며

공존할 수 있는 너의 정체는


고독한 자에게 슬픔은 찾아들어

추억 어린 동심마저

빈혈증 의식으로 망각되어 버린

석상의 비애(悲哀).


무엇일까요.

고개를 흔들어 봐도

까아맣게 멀어져만 가는

너의 진면목은


빛바랜 꿈 깍지들이

한데로 얼려 쌓이면

새로운 꿈발이

산더미를 이루어 달려듭니다.

 

 

알 수나 있나요.

현신(顯身)을 애태우게 하며

희미하게 다가서는 그림자를


손아귀에 닿을 듯한

곱다란 망울이 모여서는

한 꺼풀 입혀진 바램으로

채색되어 가면

허구에 우뚝 탑이 솟아납니다.

나만의 집

나만의 방

나만의 보금자리에

나만의 시간을 영위해 가는

세월의 긴 흐름을

기약이나 할 수 있을까요.


사방 삥 돌아

책으로 치장한 서가 한복판

안식용 의자에 파묻혀

 

 

이따금씩 숭늉이나

어쩌면

따스한 차 한 잔 디밀어 주는

단 하나뿐인 반려자가 있어서


내 어줍은 말솜씨라도 들어줄 수 있고

내 맘을 달래주고 이해도하며

내 가슴을 다독거려 줄 사람이


내 곁에 앉아만 있다면

난 포근한 행복감에

마냥 젖어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빛바랜 꿈 깍지들이

깨어져 널린 처참한 현장에서


석상은

어둠을 저울질하며

억눌린

삶의 끄나풀을 건지고 있습니다.


 

♧ 석상(石像)의 노래 - 김관식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대 가신 먼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다보면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하염없어라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눈썹 기슭에 번지는 불꽃 피눈물 들어 어룽진 동정 그리운 사연 아뢰려하여 벙어리 가슴 쥐어뜯어도 혓바늘일래 말을 잃었다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다시 일어나 열리지 않는 말문이련가 하늘 우러러 돌이 되었다.


 

♬ Tornero - Paul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