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송당리 신과세제 모습

김창집 2008. 2. 20. 08:51

 

 어제는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 마을인 송당리에서 열리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5호인 ‘송당리 신과세제’를 보러 갔다. 1986년 4월 10일에 문화재로 지정된 이 마을굿은 송당리 마을제 보존회 주최로 행해지며, 주민들은 물론 주변 마을 사람들도 모여들어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행해졌다. 방문객들에게는 메밀국수가 제공되며 민속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들과 매스컴의 취재 경쟁이 볼만했다. 아래 내용은 ‘제주의 마을’ 홈페이지 송당마을 편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제주시 구좌읍(舊左邑) 송당리(松堂里)는 제주도의 산간마을의 하나이면서 전래적인 제주민의 민간신앙상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곧 구좌읍(舊左邑) 평대리(坪垈里)에서 남쪽으로 8km 정도 올라간 곳에 자리한 송당리(松堂里)는 이 마을의 모든 일을 관장해 주는 당신(堂神)인 벡주또마누라가 제주도 여러 마을에 좌정해 있는 당신(堂神)들의 원조(元祖)로 관념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을의 여성 위주의 무속의례인 당제를 중시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했음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송당리의 본향당은 현재 송당오름 바로 밑에 있는 바, 이 당에 모셔진 당신은 여신(女神)으로서 강남천자국에서 왔다는 벡주또마누라다. 이 본향당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정기적 제의는 네 가지다.

 

  ·음력 정월 13일 ∼신과세제(新過歲祭?)

  ·음력 2월 13일 ∼ 영등굿

  ·음력 7월 13일 ∼ 마풀림

  ·음력 10월 13일 ∼ 신만곡대제(新萬穀大祭?)


 신과세제 당굿 등에서 염송되는 본풀이를 보건대, 송당 본향당신의 자손들이 제주도내 각처로 흩어져서 좌정하고 곳곳의 당신이 되었음이 밝혀진다. 곧 송당의 본향당신은 제주도 여러 마을의 당신들의 원조(元祖)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 뜻에서 그 본풀이의 줄거리를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강남천자국에서 태어난 벡주또마누라는 천기(天機)에 따라 제주도 송당으로 찾아와 소천국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부부는 아들 다섯 형제를 낳고 여섯째를 포태한 상태였다. 부인은 놀고 있는 남편에게 농사 짖기를 권한다. 남편은 대식가(大食家)여서 국도 아홉 동이, 밥도 아홉 동이를 먹곤 했다.


 어느 날 밭을 갈러 가는 남편이 대식가(大食家)임을 안 벡주또마누라는 밥과 국 열여덟 동이를 밭에 지고 가서 두어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천국은 열심히 밭을 가는데, 마침 태산절 중이 지나가다가 점심을 얻어먹었으면 한다. 얼마나 먹겠는가 여기면서 쇠 길맛가지에 걸어둔 점심을 먹도록 허락한다. 뜻밖에도 그 중은 밥과 국 열여덟 동이를 모조리 먹고 도망친다. 소천국은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보니 밥이 전혀 없자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지만 모자라자 남의 소마저 잡아먹고 만다.


 벡주또마누라가 점심 그릇을 가지고 오고 보니 남편은 배때기로 밭을 갈고 있지 않은가. 소천국이 부인에게 사실을 고백하자. 노발대발하는 부인은 소도둑과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이혼한다. 그리하여 나중에 벡주또 마누라는 웃손당(上松堂里) 당오름에 가서 좌정하고, 소천국은 알송당(下松堂里) 고부니모를에 좌정한다. 송당리 마을제는 당오름에 모신 여신(女神)인 벡주도마누라를 신앙대상으로 삼는다.

 

 

 소천국은 정동칼젯 딸을 소첩으로 삼아서 사냥질을 하면서 산다. 벡주또마누라는 아들을 또 낳는다. 아버지를 만난 아들은 도무지 버릇이 없자 석감에 담고 동해바다로 띄워버린다. 그 아들은 용왕국(龍王國)에 가서 엄청난 세변(世變)을 평정한다. 그곳에서 하사하겠다는 큰 벼슬 모두 뿌리치고 송당으로 돌아온다.


 세 살적에 죽으라고 석갑에 담고 바다에 띄워버린 아들이 천지가 진동하는 총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게 되자, 그 부모는 몹시 겁이 나서 도망가다가 죽어서 어머니는 웃손당 당오름의 당신이 되고, 아버지는 알손당 고부니모를 당신이 된다.


 여섯째 아들은 구좌읍(舊左邑) 김녕리(金寧里)의 궷눼깃당을 차지하고, 당신이 된다. 좌정할 당시의 소원에 따라 해마다 마을사람들이 궷눼깃당 당제를 치를 때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통째로 올리는 게 특색이다. 그리고 다른 아들들은 제주도내 여러 마을에 흩어져서 각각 좌정하고 당신이 된다.


 이리하여 송당리는 설화되는 본풀이에 다르건대 이 마을의 본향당 당신인 벡주또마누라가 제주도내 여러 마을에 당신으로 좌정해 있는 무신들의 조상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 위주의 무속적 마을제의전형으로서 송당리 마을제를 무형문화재로 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단촌(班村)으로 유림을 흔히 배출한 애월읍(涯月邑) 납읍리(納邑里)의 남성 위주의 유교적 제의인 포제와 쌍벽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내가 흐르고, 이 내를 경계로 하여 동쪽에 샛손당, 알손당이, 서쪽에 웃손당이있었다. 4·3사건으로 송당(松堂)이 전소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동서로 나누어진 동네 사람 사이는 아주 우호적이지는 않았던 듯하다. 무속 본풀이에 드러난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사이가 벌어져서 드디어 이혼하게 된 부부신이 각각 좌정하여 당신이 된 곳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신(女神)인 벡주또마누라가 좌정한 곳은 웃손당이며 남신(男神)인 소천국이 좌정하여 당신(堂神)이 된 곳은 알송당이다.


 송당리의 본향당은 벡주또마누라라는 여신을 제의의 대상으로 삼고 웃손당 당오름 밑에 위치한다. 이 당에서 송당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네 번 정기적인 제의를 치른다. 그 밖에도 필요할 때마다 마을사람들은 부정기적으로 찾아가서 빌곤 하는 것은 여느 마을과 같다.


 해마다 네 차례 치르는 정기적 제의 속에 음력 2월 13일에 영등굿이 끼어들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영등굿은 잘 알려졌다시피 바닷가마을에서 어부나 해녀들이 해산물이 풍요롭게 생산되고 고기잡이나 물질의 안전을 기원하는 굿으로만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등굿은 농사가 잘되고 풍년이 들기를 빌면서도 치른다는 사실이다. 물론 해안마을의 경우와는 달리 소규모로 치러진다. 송당마을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네 가지의 제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굿으로는 음력 정월 13일에 열리는 '신과세제'다. 그 해 마을이 무사 태평하고 농사를 비롯한 생업이 풍요롭기를 본향당에 모여서 빈다. 제물은 마을사람들이 제각기 준비하여 몰려들고 제의를 주장하는 사름은 매인심방이다. '매인신방'이란 단골무당을 뜻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굿이 치러진다.


 신과세제를 치를 때에는 본향상이란 송당마을의 모든 일을 주관하는 본향신을 위한 상이며, 옥황상제상이란 옥황상제를 비롯한 높은 신을 받드는 상이다. 본향상은 당집 앞 제단에 옥황상제상은 당 입구 쪽에 배설된다. 그 제차(祭次)는 '궷문열림', '초감제', '군문열림', '새둬림', '신청궤', '풍니놀이', '도산받음', '액막음', '도진' 순으로 진행된다.

 

 

○ 궷문열림 : 마을사람들이 받들어 제향을 치를 수 있도록 신문(神門)을 열어 주시라는 재차. 신들의 하강로(下降路)에 갖가지 기(旗)도 세워 나간다.

○ 초감제 : 굿하는 장소와 시간을 고하고, 굿하는 연유와 참여한 마을사람들의  명단을 알리는 재차

○ 군문열림 : 신궁문(神宮門)을 여는 제차. 심방은 신명나는 도랑춤을 추며  무점(巫占)으로써 개문(開門) 여부를 확인한다. 이 제차에서 본풀이도 염송 된다.

○ 새둬림 : 신이 내려오는 길이 깨끗하도록 사기를 쫓아서 정화시키는  제차.

○ 신청궤 : 옥황상제와 본향신을 청해 들이는 재차. 무악에 맞춰 감상기와 요령을 흔들다가 쌀을 뿌리기도 하면서 청신(請神)한다. 수심방의 사설의 템포가 매우 빨라지고 당굿의 분위기가 극렬해진다.

○ 풍니놀이 : 맞아들인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심방과 신앙민들이 신명난 춤과 더불어 노래하는 재차, "니나난니난니나 니나난니난니나 니나난니 난니나"로 시작되는 이 노래와 춤은 신인공동(神人共同)의 즐김으로 관념한다.

○ 도산받음 : 마을전반의 운수를 무점(巫占)으로 알아보는 제차. 신앙민 전체의 소지(燒紙)를 사르고 천문(天門)을 던짐으로써 신의(神意)를 파악하고 신앙민 들에게 알린다.

○ 자손들 각산 받음 : 신앙민 각자의 1년간의 신수를 계절별로 점쳐 보는 재차

○ 액막음 : 그 해의 마을의 액운을 막고 행운을 비는 재차. 이 때 심방은 '소만이 본풀이'를 염송한다. 소만이란 사람이 차사(差使)를 잘 접대하여 장수했다는데 근거한다.

○ 도진 : 청해 들인 신들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제차.


 산간마을인 송당리(松堂里)는 그 본향당 당신이 제주도 여러 마을에 분산, 좌정해 있는 당신들의 시조(始祖)라고 본풀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민간신앙적 가치가 두드러진다.


  --‘제주의 마을’ 송당리 홈페이지에서(http://jejuvill.net/jejutown/domain-root/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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