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제주어를 살리는 길

김창집 2008. 6. 5. 00:09

 [보리밭] 

 

* 이 글은 JDC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에서 발행하는 ‘제주의 꿈’ 6월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지면이 좁기 때문에 '제주문학‘에 실었던 것을 초록(抄錄)한 것입니다.  


 제주어는 제주문화를 담는 그릇이자 제주정신이 들어 사는 집이다. 그러나 한 때 표준어를 금과옥조처럼 신봉한 나머지 지역어 쓰는 사람을 멸시하던 때가 있었다. 그 결과 우리 제주어는 오므라들고 피폐해져서 존폐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지금 개성을 존중하고 그 독특함만으로도 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시기에 이르러, 우리 제주어를 살려내는 일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고향 어른들] 

 

♣ 늦게나마 조례 제정


 지역 언어는 지역문화의 핵심이며 정수라 일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어는 어느 지역과 달리 국어사 연구와 방언 연구의 귀중한 자료 구축과 연구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제주 지역의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과 제주어의 보전 및 육성을 통해 지역 문화와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 향토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조례를 제정하게 되었다. 

 

 독특하고 풍부한 어휘를 가진 제주어가 국어연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이미 국어학자들에 의해 입증된 바다. 제주어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달아 이를 살리자는 조례를 제정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 때,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 이를 이루기 위한 도민의 단결된 역량이 요구된다.

 

  [우도에서 본 제주본섬]


♣ 언어는 다양해져야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제주의 문화는 제주어로 담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언어는 문화 즉 사회적으로 상속되어 지역민의 생활 조직을 결정하는 풍속, 신앙 등의 집합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미국 인류언어학자 사피어의 지적이 아니라도 결국 언어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고 다른 언어와 접촉을 통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이 다시 언어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생성과 소멸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지, 소위 말하는 힘으로 억눌러서는 안 된다. 오늘날 문명국가에서는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다른 체계의 언어라 할지라도 그를 인정, 장려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것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유럽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프랑스의 지역 언어 진흥 정책의 성공을 보면서 우리도 지역어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대정향교] 


♣ 제주어를 살리는 길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맞춤법’에서 ‘아래아(·)’를 제외해버린 것은 너무 편의적 발상이 아니었나 싶다. 조상 대대로 물려오는 유산을 활용하는 것을 규칙을 어기는 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래아(·)’는 당시에도 사용하였었고, 10만에 가까운 제주인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언어의 현실음이었음을 생각하면, 적어도 단서 조항이라도 넣어 이를 인정했어야 했다.

 

 강력한 표준어 정책으로 위축된 제주어를 살려 보존하려면 오래된 어형의 방언 사용자가 사라지기 전에 지역별로 폭넓은 조사하는 한편, 표기법을 통일하고 자료집과 사전을 발간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기회를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작가들은 방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문학작품에 수용,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음으로써 지역어를 빛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제주 오름과 한라산]

 

♬ 오돌또기 - 이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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